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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일군 사람들 <1> 목조선 만드는 김충곤 대표

나무 깎고 붙여 ‘나만의 배’ 뚝딱…어릴 적 꿈 띄워보시죠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1-08-18 19:01:26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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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이나 ‘내 자동차’를 갖고 싶은 건 현생 인류의 흔한 숙원사업 중 하나다. 그런데 경남 김해 한림면 해마보트웍스에는 집이나 자동차보다는 ‘배’를 갖고 싶은 사람이 전국에서 모인다. 해마보트웍스 김충곤 대표가 나무와 FRP(섬유강화플라스틱)를 접목한 현대적인 목조선으로 이들의 꿈을 강과 바다에 띄운다. 주로 카누와 카약 등을 즐기는 수상 레저인을 위한 이곳 목조선은 나무 고유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가볍고 튼튼한 데다 김 대표 고유의 기술이 녹아 있어 전국에서 배우러 찾아올 정도다. 김 대표 역시 ‘나만의 배’로 항해를 꿈꾸던 사람으로서 이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알려준다. 국제신문은 김 대표처럼 ‘덕업일치’(관심사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에 성공한 이웃의 이야기를 비정기적으로 다룬다.
해마보트웍스 김충곤 대표가 직접 제작한 노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청년 시절 ‘나만의 배’로 바다를 항해하는 게 꿈이었던 김 대표는 우여곡절 끝에 나무로 카누와 카약 등 소형 레저보트를 만드는 지금의 작업실을 차렸다.
- 해양 누비는 탐험가를 동경했던 청년
- 조선소서 익힌 기술로 레저보트 제작
- 인터넷 카페 ‘만드는 법’ 올리다보니
- 전국 동호인들 노하우 배우러 몰려와

- “카누·카약 장만해도 즐길 곳 부족해요
- 낙동강 계류장 늘려 레저 활성화되길”

■해마처럼…신비로운 항해의 꿈

자신의 ‘드림십’ 모형을 제작 중인 목조선 위에 올려 놓고 웃음 짓는 김충곤 대표.
김 대표는 7살 때 바다에서 수영하다가 해초 사이를 유유히 지나던 해마를 보고 바다의 신비로움을 처음 느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신비로움은 한국해양대 항해학과 입학으로 이어졌다. 대학 요트부 선수로 활동했던 김 대표는 아마추어 선수로 시합에 나가며 세일링 기술을 익혔다. 졸업을 앞두고 동기끼리 부산에서 제주까지 배를 타고 떠난 남해안 일주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끝없는 바다를 보고 김 대표는 자신만의 크루즈로 해양을 누비는 해양 탐험가를 꿈꿨다.

김 대표가 ‘나만의 배’를 갖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였다. 큰돈을 들여 배를 사는 방법과 직접 만드는 것. 전자는 간편하지만 억대 단위의 배를 사기 위해 모든 걸 포기해야 했고, 무엇보다 끌리지 않았다. 직접 배를 만드는 기술을 배우면 제작 비용도 아낄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배를 만들 수 있어 훨씬 매력적이었다. 김 대표는 조선소에 취업해 배 만드는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만의 배’로 세계일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7년간 조선소에서 근무하며 필요한 지식을 배웠다. 이때 함께 근무하던 동료들은 저마다의 조선 기술로 특기를 ‘품앗이’하며 서로의 실력을 키워줬다.

7년의 수업을 마치고, 김 대표는 외국에서 필요한 선박 재료를 수입하는 등 배를 만들 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동문과 벌인 사업이 실패해 큰 위기를 겪었다. 김 대표는 “7년간 꿈 하나를 보고 버틴 청춘이 모조리 무너져 나 자신이 속 빈 허수아비처럼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당시 통장에는 18만 원이 전부였고, 그의 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조선소에서 만난 아내는 그런 김 대표의 곁을 지켰지만 김 대표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을 찾을 수 없었다.

■바다 대신 삶으로 항로 변경

그때 김 대표의 친형이 목형 사업을 제안했다. 선박의 나무 모형을 만드는 일이었다. 목형은 기업의 선박 제작 과정에서 필수적이었다. 김 대표는 가까스로 재기에 성공했다.

생계 문제가 해결되고 삶에 적응하다 보니, 못 다 이룬 그의 꿈이 슬그머니 심연 위로 떠올랐다. 청춘과 맞바꾼 선박 제조 기술을 모두 잊기에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2004년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카누와 카약 등 레저용 나무보트를 만드는 방법을 정리해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에게 카누와 카약은 용어조차 생소했고, 요트는 호화스럽다는 편견이 강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게재하는 글을 보고 레저용 보트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였는데도 바다나 강을 생업의 수단으로만 썼지 레저의 장으로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카페 회원 수가 늘며 전국 수상레저인이 김 대표에게 문의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카페를 보고 해양레저 가능성에 주목한 중소조선연구원(강서구)이 카누 제작 강의를 의뢰했다.

김 대표는 ‘자가제작교실’이란 이름으로 2007년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019년까지 이들에게 카누 만드는 방법에 대해 꾸준히 강의했다. 이 강의를 듣고 배를 만들고 싶은 꿈이 생긴 사람들은 다시 김 대표를 찾아왔다. 부경대 조선공학과 학생들도 실습하러 와서 김 대표의 기술을 배웠다.

■계류장 늘면 레저인도 늘 것

수상레저인이 차츰 늘고 제작 문의도 잇따르자 3년 전 해마보트웍스를 열고 본격적으로 작업실을 꾸렸다. 배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수소문해 이곳을 찾아와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 이상 배에 매달려 ‘나만의 배’를 들고나갔다. 그런데 이들이 막상 직접 만든 배를 충분히 즐길 수 없었다.

김 대표는 “카누를 즐기는 사람은 계류장이 부족해 이동과 보관에 가장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카누나 카약은 무게 23~25㎏으로 직접 들어서 이동할 수 있다. 낙동강에서 카누를 타기 좋은 곳에 비를 피할 수 있는 창고와 간단한 거치대만 있어도 카누를 즐기기가 훨씬 쉽다. 김 대표는 또 “모래가 없으면 카누를 물에 띄울 수 없어 강물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를 보완할 짧은 슬로프만 있어도 접근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상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은 보통 차량용 거치대를 따로 설치해 카누와 카약을 옮긴다. 집에서도 보관 장소가 마땅치 않아 비를 피할 수만 있는 곳을 찾아 세워두기 일쑤다.

해마보트웍스 작업실 안쪽 가장 높은 곳에는 영국 도선을 본뜬 배 모형이 전시돼 있다. 젊은 시절 김 대표가 갖고 싶었던 ‘드림십’의 모형을 제작한 것이다. 가로 1m가 안 되는 모형은 닻을 내린 모습이 무척 정교하고 기품 있다. 실물은 가로 9m가 넘어가는 크기. 언젠가 김 대표의 웅장한 드림십을 바다에서 실물로 볼 수 있을지 모른다.


# 캐나다산 적삼목 사용, 졸대로 배 곡선 만들고 유리섬유 코팅하면 끝

■ 카누 만드는 법

소형보트를 만드는 과정은 크게 ‘키트’와 ‘졸대’로 나눌 수 있다. 키트는 컴퓨터로 정교하게 재단한 선체 조각을 붙이는 조립식이고, 졸대는 두께 6㎜ 높이 18㎜ 길이 2~4m의 얇은 합판(카누 60~70개, 카약 80~90개)을 하나하나 이어붙이는 방식이다. 나만의 배를 만들고 싶어 찾아온 대부분의 사람은 장인 정신이 깃든 후자를 택한다. 올여름 김충곤 대표에게 카누 만드는 법을 배운 인제대 양승호(디자인엔지니어링학과) 교수 또한 후자의 방법으로 카누를 만들고 제작 과정을 사진으로 남겨뒀다. 양 교수는 이달 초 직접 만든 카누를 타고 섬진강 11㎞를 누볐다.

①어떤 배를 만들까

카누를 만들땐 주로 적삼목을 쓴다. 국내에는 이 나무를 구하기 쉽지 않아 캐나다에서 수입해야 한다. 보통 카누와 카약은 폭 57~60㎝로, 한 명이 앉을 정도로 좁다. 낚시를 할 수 있는 피싱 카약은 폭이 1m로 넓어진다. 카누는 배 위가 뻥 뚫렸고, 카약은 뚜껑처럼 배 위가 덮인 점이 다르다.

②앞뒤 좌우 수평 확인 먼저

카누에 필요한 재료를 가공하는 게 가장 먼저지만, 안전상 문제로 재료는 모두 공방에서 준비해둔다. 가장 먼저 수평을 만들어야 한다. 배를 만드는 동안 지지대이자 수평을 확인해주는 정반(스트롱 백·Strong back)을 만든다. 직사각형으로 카누를 제작하는 동안 앞뒤 좌우 수평과 수직 간격을 체크할 수 있다.

③중심선 맞춰 뼈대 세우기

이어 카누의 뼈대라 할 수 있는 스테이션 몰드를 30m 간격으로 세운다. 몰드의 모양은 배를 뒤집었을 때의 단면과 같다. 각 몰드의 중앙을 줄로 연결해 중심선의 흐트러짐이 없는지 확인한다. 중심선이 정확히 일치한다면 기다란 임시 졸대로 고정한다. 이렇게 하면 카누의 외판 준비가 끝난다.

④졸대 붙이기

이제부터는 자신과 싸움이다. 얇고 가느다란 졸대를 배의 곡선에 맞춰 ‘적당히’ 휘고 비틀며 하나씩 붙인다. 졸대는 목공풀로 붙인다. 풀이 마르는 동안 졸대를 고정하기 위해 태커를 쓴다. 태커는 졸대가 붙으면 제거하는데, 스테이플러 심처럼 자국이 남아 쓰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가느다란 졸대만으로 배의 완벽한 곡선을 창조하기는 힘든 법. 하나의 졸대를 붙일 때는 20~30분이 소요되고, 이마저 휨과 뒤틀림이 심한 구간에서는 시간이 더 걸려 매 순간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나마 얇은 졸대가 휠 수 없는 공간에서는 더 얇은 12㎜짜리 졸대를 쓴다. 큼지막한 졸대를 쓰면 작업 시간이 줄어들 것 같지만 김충곤 대표는 졸대의 높이를 18㎜ 이상으로 타협하지 않는다. 배가 그만큼 둔해지기 때문이다.

⑤유리섬유로 빈틈 보강

좌우 외판을 졸대로 모두 이어 붙였으면, 사포와 그라인더 등을 사용해 매끄럽게 다듬는다. 졸대는 촘촘하게 붙였어도 나무가 수축하거나 팽창하며 변형되는 등 틈이 생긴다. 이 틈은 유리섬유와 에폭시수지가 매끄럽게 채워준다. 흰색의 천으로 보이는 유리섬유로 배를 감싸고 에폭시 수지를 겹겹이 바르면 섬유는 유리처럼 투명해지고 플라스틱처럼 강해진다. 물에 닿아도 나무가 상하지 않고 잘 뜰 수 있도록 강력히 코팅해주는 역할이다. 다시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고 마감 페인팅 작업을 거친다. 배의 안쪽은 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해 김 대표가 다시 세심히 다듬는다.

⑥테두리·의자도 꼼꼼히

배의 가장자리에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테두리인 웨일재를 안과 밖에 붙여준다. 혹시 물이 들어오면 카누를 기울여 물을 뺄 수 있도록 나무토막을 일정한 간격으로 붙여 물이 빠지는 공간도 만들어 준다. 다시 투명 페인트를 덧발라 건조한다. 의자와 노는 따로 제작해 붙이면 된다.

⑦배 띄우는 시간은 천차만별

제작 시간은 얼마큼 시간을 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졸대를 이어붙이는 데 하루 10시간 이상 매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두 개씩 원하는 만큼 무리하지 않고 과정 자체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또 배를 건조하거나 매끄럽게 다듬는 작업은 먼지가 많이 날려 야외에서 진행해야 하는데, 비가 오면 지연되기도 한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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