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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여기였네요, 화제작 그 장면 그 동네

부산, 삶 그리고 사람들- 화면 속 부산의 숨은 풍경

  •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
  •  |   입력 : 2022-03-02 19:22:50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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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집·폐가 많던 영도구 흰여울마을
- ‘변호인’ 촬영 후 북적이는 관광지로
- 드라마 ‘쌈마이웨이’ 배경 호천마을
- 외국인도 찾는 전국구 명소로 우뚝

- 삼진어묵 등 PPL 관광상품화 노력
- ‘블랙팬서’ 피규어 3개 중 둘은 훼손
- 상징물 보관·전시공간 고민해 봐야

부산의 일상과 풍경이 영화 드라마 OTT를 타고 전국을 넘어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평범한 마을 주택 아파트가 특별한 주인공이 되고 있다. 드라마와 OTT 등 영상 콘텐츠 제작이 늘면서 부산에서 촬영된 작품도 크게 증가했다. 스크린이나 안방극장에서, 때론 내 손 안의 화면에서 만났던 부산 곳곳을 둘러봤다. 작품 한편으로 관광지가 된 영화 ‘변호인’ 속 흰여울마을, 드라마 ‘쌈마이웨이’의 호천마을을 비롯해 지난해 넷플릭스 화제작 ‘D.P.’의 무대가 된 영선미니아파트도 다녀왔다. 2018년 부산에서 찍은 최초의 할리우드 영화 ‘블랙팬서’의 흔적도 찾아나섰다.
영화 ‘변호인’ 촬영지인 흰여울마을의 한 주택(위)과 영화 촬영 장면.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한편의 영화가 바꾼 마을

한 편의 영화가 마을을 바꿨다. 영화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은 영도구 영선동 ‘흰여울마을’이다. 영화 ‘변호인’(2013)이 촬영된 곳이다.

“이런 게 어딨어요? 이라면 안되는 거잖아요! 할게요! 변호인 하겠습니다!” 하얀 담벼락에 새겨진 우석(송강호 분)의 대사가 이곳이 변호인의 촬영지임을 알린다. 돼지국밥집을 운영하는 순애(김영애 분)의 집으로 설정된 이 주택은 촬영 후 명소가 되면서 2016년 3월부터 마을 안내소로 활용됐지만 현재는 들어갈 수 없게 막혀 있다. 무상 임대 계약을 맺었던 소유주가 직접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지난해 7월부터는 이용이 중단된 상태다. 지나가던 관광객들은 여전히 안내소 담장에 남아 있는 대사나 영화 장면 액자를 보기 위해 발길을 멈췄다.

영하의 날씨에도 흰여울마을의 좁은 골목길에는 인파가 끊이지 않았다. 20, 30대 젊은 층이 주를 이뤘지만 가족 단위 방문객과 중장년층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푸른 바다와 하얀 담장을 등에 지고 연신 휴대폰 카메라를 켰다.

영도구 관계자는 “흰여울마을은 영화 촬영 전에는 빈집, 폐가가 많고 인적이 드문 우범지대였다. 영화를 통해 아름다운 풍경이 알려지고 이곳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카페들이 들어서고 자연스럽게 관광지가 됐다”고 말했다. 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83만여 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화의 여운을 좀 더 느끼고 싶다면 촬영지 인근 흰여울마을 안내센터 ‘영화기록관’으로 발길을 옮겨봐도 좋겠다. 2020년 6월 문을 연 영화기록관에서는 마을에서 촬영된 영화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접할 수 있다.
넷플릭스 ‘D.P.’를 찍은 영도구 영선미니아파트(위)와 이곳에서 촬영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부산표 달고나를 찾아서

마을안내센터 영화기록관에서 도로를 따라 200m쯤 올라가면 봉래산 자락에 자리 잡은 영선미니아파트가 나온다. 넷플릭스 ‘D.P.’에서 군대 탈영병 체포조와 탈영병의 추격전이 펼쳐진 장소였다. 가파른 아파트 언덕길에 39개 동이나 되는 아파트 단지의 길목, 아파트 옥상을 넘나드는 추격전이 펼쳐졌다. 부산영상위 영상사업팀 한창민 로케이션 매니저는 “D.P.에는 충무시설, 충무동 새벽시장, 부산대, 사하구 하단동 번화가, 힐튼호텔 등 부산이 많이 등장한다”고 말했다.

‘D.P’ 3화에는 준호(정해인 분)와 부산시티투어버스를 탄 호열(구교환 분)이 지역기업 제품인 ‘삼진어묵’을 먹는 장면도 나온다. 부산영상위원회의 ‘지역 기업 PPL(간접광고) 지원 사업’의 성과였다. 이 사업을 구상한 이승의 경영지원팀장은 “영화도시 부산이 영화 지원 외에 지역사회와 어떻게 연결점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나온 사업이었다. ‘오징어 게임’으로 달고나가 유명해졌듯이 작품이 흥행하면 영화·드라마에 제품이 노출된 기업은 세계로 뻗어나갈 기회가 될 수 있고 관광 아이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쌈마이웨이’가 촬영된 호천마을의 ‘호천문화플랫폼’(위)과 드라마 장면. KBS 제공
■드라마의 풍경이 된 산복마을

부산진구 범천동 호천마을은 2017년 KBS 드라마 ‘쌈마이웨이’로 전국구 마을이 됐다. 호천마을 공영주차장 옥상에 극중 주인공들의 아지트였던 ‘남일바’를 재현하고 포토존과 이벤트 공간을 마련해뒀다. 드라마 방영 직후인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한류드라마 관광활성화 사업’으로 조성됐다. “커플 사진을 찍으러 왔다”는 30대 연인, 남아있는 드라마 소품을 찬찬히 구경하고 포토존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20대 여성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호천마을 주민협의회 강재성 대표는 “코로나 전에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방문했다. 현재까지도 평일에는 150~200명, 주말 300~400명 정도 방문한다. 밤에는 차를 세우고 야경을 보고 가시는 분들도 많다”고 했다.

드라마 ‘쌈마이웨이’ 속 남구 문현동 한성주택 모습. KBS 제공
그러나 실제 ‘남일바’의 촬영지는 호천문화플랫폼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 있는 개인 소유 주택. 주택에는 촬영지 표시가 돼 있고 외부 계단을 통해 누구나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게 해뒀다. 동만(박서준 분), 애라(김지원 분)가 머물렀던 평상도 설치돼 있다. 탁 트인 전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드라마 속 아름다운 야경 장면이 오버랩됐다. 내친 김에 주인공이 살고 있는 집으로 설정된 남구 문현동 한성주택까지 방문했다. 계단식 빌라 구조와 외관의 독특한 색감, 무엇보다 집들이 빼곡히 들어선 산복마을의 풍경이 드라마의 무대로 선택된 이유를 짐작케 했다.

■홀로 남은 블랙팬서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에 보관된 ‘블랙팬서’ 피규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블랙팬서’의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네이버 검색어 1위는 ‘사직정형외과’(동래구 사직동)였다. 당시 ‘블랙팬서’ 담당 로케이션 매니저였던 이승의 경영지원팀장의 증언이다. 블랙팬서가 이 병원의 간판을 밟고 지나가는 장면 때문이었다. 이처럼 동네의 평범한 상가 건물을 비롯해 자갈치시장 광안대교 광안리해수욕장 영도 영선대로 등 부산 곳곳이 블랙팬서와 함께 전세계 스크린을 누볐다.

블랙팬서는 아직 부산에 있었다. 블랙팬서 제작진은 촬영이 끝난 뒤 부산에 블랙팬서 피규어 3개를 선물했다. 광안리해수욕장과 중구 광복로에 설치됐던 피규어 2개는 누군가의 ‘용감한 발길질’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블랙팬서 피규어는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해운대구 우동) 입구를 쓸쓸히 지키고 있다.

이승의 팀장은 영화 ‘부산행’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부산촬영스튜디오에서 촬영했던 부산행 기차 세트가 너무 아까워서 보관할 곳을 백방으로 수소문해봤지만 마땅치 않았다. 결국 한달을 버티다 부술 수밖에 없었는데, 나중에 영화 개봉 뒤 전세계적 흥행을 하면서 앞서 보관하기 위해 연락했던 곳들이 ‘그 기차 없느냐’고 하는 거다. 부산에서 많은 영화를 찍지만, 정작 시민이 영화도시라고 인식하고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거의 없다. 영화와 관광이 연계될 수 있도록 세트나 관련 기념할 만한 상징물을 보관하고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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