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비상선언'…재난영화 문법과 충돌한 ‘포스트 세월호’ 이야기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2-08-17 19:35:30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비상선언’(2022)은 ‘대중적 작가’의 열망이 담긴 영화이다. 한재림 감독은 메이저 스튜디오의 거대 예산과 유명 배우들로 영화를 만들면서 장르 영화가 갖는 흥분과 작가주의라는 두 대립적인 항을 한데 아우르고 결합하려 한다. 어쩌면 이것이 비극의 원인이었을지도 모른다. 매끄러운 재난 영화의 전형을 기대한 관객과 장르의 외양을 취하면서도 시대상에 대한 발언을 담고 싶었던 창작자의 의욕 사이에 놓인 괴리감.
영화 ‘비상선언’ 스틸컷. 주식회사 쇼박스 제공
항공 재난 상황의 서스펜스와 스펙터클를 중반부까지 롤러코스터처럼 끌고 간 영화는 항공기의 안전과 착륙 여부를 둘러싼 주변 세계의 반응으로 외연을 확장하며 사회파 드라마의 성격을 드러낸다. 형식미는 다르지만 ‘관상’(2013)과 ‘더 킹’(2017)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물의 행적이 몰입감을 자아내는 전반부가 장르의 영역이라면, 인물의 행적이 하강 곡선에 접어들고 극의 분위기가 진중해지는 후반부에서 감독의 계몽적 의도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2막의 구성.

문제는 후반부에서의 전환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데에 있다. 충분한 예비서사가 안배되지 않은 비약은 작위이자 강요처럼 받아들여지기 마련이다. 만약 형사 인호(송강호)가 자신의 몸으로 항바이러스 실험을 감행하려는 극단의 선택이 내려졌을 때, 확률이 희박한 도박 같은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심리적 고뇌와 출입이 제한된 실험실로 잠입하는 과정의 장면이 더해졌다면 관객의 입장에서 느끼는 심리적 저항감은 상당부분 완화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흠결에도 ‘비상선언’에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면면이 있다. 대응책에 부심하고,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국토부장관 숙희(전도연)의 등장은 재난 상황에서 정상적인 국가 시스템의 작동을 경험하지 못했던 우리의 현실을 역으로 떠올리게 만든다. 상념에 잠긴 채 미묘한 미소를 짓는 숙희와 비행기 창문을 통해 보이는 갇힌 학생들의 모습, 분열된 국론과 시위대의 등장 등 영화의 이미지들은 지워지지 않을 역사적 상흔(傷痕)의 우울한 정경을 거듭 환기시킨다.

생존한 승객들이 파티를 벌이는 장면은 꿈과 같은 분위기로 연출돼 현실이 아닌, 모두가 구조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환상처럼 모호하게 보인다. 그리고 드뷔시의 ‘월광’이 들리면서 보게 되는, 착륙한 여객기를 포착한 부감의 앵글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뒤집어진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던 세월호와 너무나도 닮아있다. 분명 ‘비상선언’은 무리수를 둔 전개의 결함이 있는 영화이다. 그러나 블록버스터를 통해 ‘포스트 세월호’를 이야기하고 애도의 정념을 담고자 한 감독의 결기를 지지하고 싶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2. 2“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3. 3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4. 4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5. 56일 부산국제영화제 팡파르…사상 첫 화요일 개막
  6. 6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7. 7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10. 10“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1. 1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2. 2‘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3. 3부울경 펀드인데 절반가량은 수도권 투자…제도취지 무색
  4. 4軍 “北 지뢰 터져 장병 부상” 결론…군사분계선 이남 제거작전 돌입(종합)
  5. 5장동혁, 육영수 생가 방문…‘암살자(들)’로 진보 맹공
  6. 6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7. 7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8. 8[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9. 9[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10. 10‘盧 수사’ 與-한동훈 논쟁 확전…“석고대죄하라”-“성역화 말라”
  1. 1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2. 2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3. 3지역상품 우선구매 ‘부산이 삽니다’ 민간 확산 드라이브
  4. 4증권·산업계도 AI 해킹 포비아…휴일 반납 하고 긴급 점검
  5. 5누리호 7일 발사 앞두고 6일 기립(종합)
  6. 6SNS레시피가 제품으로…농심 스낵 ‘너구링’ 선봬
  7. 7“북항 더 핫하게” 시민과 명소화 모색
  8. 8[한 손 뉴스] 양양 송이 ㎏당 171만 원…생산량 줄어 역대 최고가
  9. 9주민번호 대량 유출 빈번, 최근 6년 505만 건 털려…‘온라인 번호’는 278만 건
  10. 10어선원 직불금, 60일 승선하면 받는다
  1. 1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2. 2“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3. 3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4. 4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5. 5“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7. 7김해시의원 활동비는 1만 원 깎였다
  8. 8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9. 9출소 한 달 만에 또…유치장 난동 40대 징역형
  10. 10“디지털농업·특화브랜드로 청년농부 유입 이끌 것”
  1. 1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2. 2“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3. 3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4. 4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5. 5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8. 8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9. 9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10. 10‘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부산 야구장 미래는
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