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저급과 고급 경계에 선 ‘키치’ 장르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2-10-26 18:43:24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홍콩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온 에블린 콴(양자경)의 삶은 고달프다. 착하지만 생활력이 없는 남편 웨이먼드와 결혼생활에 점점 지쳐가고, 외동딸 조이는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하고는 집을 떠나 연인과 동거에 들어가 속을 썩인다. 가족 생계가 걸린 세탁소마저 국세청 조사관(제이미 리 커티스)에 의해 압류당할 위기에 처해있다. 일상의 무게에 짓눌려 질식할 것 같은 나날을 보내던 중, 에블린은 다른 차원의 우주에서 넘어온 또 다른 웨이먼드를 만나게 되고, 딸을 구하고자 우주의 악에 맞서는 모험에 나서게 된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스틸컷.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는 ‘키치’(Kitsch)의 영화다. 값싸고 유치하게 느껴지는 문화의 코드를 한데 모아 뒤섞고 충돌시키고는, 그로부터 일어나는 불꽃처럼 독특한 효과를 창출해내려는 혼성모방 전략. 저급과 고급의 경계를 자유분방하게 넘나드는 키치의 미학은 얼핏 보면 요즘 영화의 틀에 박힌 진부함에 대한 유쾌한 전복이자 탈주로 비칠 법하다.

하지만 키치의 본질은 예술을 가장한 농담이나 장난에 있다. 진지한 걸 다루는 것 같지만 중요한 건 유희정신인 것이다.

중국계 이민자가 겪는 삶의 애환과 세대 차 갈등을 그리는 작품은 웨인 왕의 ‘조이 럭 클럽’(1993)에서 룰루 왕의 ‘페어웰’(2019)에 이르기까지 익히 있어왔다. 감독 다니엘 콴은 이런 가족 드라마 구도에 멀티버스라는 SF 장르를 접붙이한다. 붕괴 위기에 처한 가족의 화해와 회복이라는 플롯에 익숙한 인상은 수시로 다른 차원의 우주를 ‘모든 것, 모든 곳, 한꺼번에’ 넘나드는 교차 편집의 현란한 기교, 쏟아지는 패러디와 오마주, 재기발랄한 B급 감성 향연에 의해 지워지고 참신한 무언가를 보는 것 마냥 탈바꿈한다.

유명 배우로 성공한 에블린의 모습은 ‘예스 마담’(1985) 이래 액션과 정극을 오가며 활약한 양자경의 경력을, 녹색이 감도는 골목에서 이뤄지는 중년 밀회는 ‘아비정전’(1990)과 ‘화양연화’(2000)를 상기시킨다. 한 발 더 나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2005)는 황당무계한 유머감각으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와 ‘라따뚜이’(2007)의 패러디를 들이미는데 실소하며 즐거워하지 않을 영화광이 어디 있겠는가.

다소 안타까운 건 건 담백한 주제 의식과 인간적 감정이 상반된 톤의 유머로 인해 균형을 잃고 휘발된다는 점이다. 때때로 과잉된 코미디 감각은 적절한 매력을 더하는 선을 넘어, 보는 관객을 조롱하듯 소격 효과를 일으킨다. 다만 일그러진 그릇도 저 나름 매력은 있는 법이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키치와 작가주의, 양립하기 어려운 둘 간의 불균질한 결합을 보여준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2. 2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3. 3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4. 4[도청도설] 부캉이가 띄운 북항
  5. 5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6. 6“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7. 7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8. 8양산 춘추공원 재정비…6년 만에 변경안 고시
  9. 9‘부캉이’를 市 명예 홍보대사로…온라인 투표 몰표
  10. 10영화숙·재생원 진실규명 공로 손석주 ‘민주시민상’
  1. 1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2. 2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3. 3폭풍 SNS, 배우자 외부활동…총선운동 방불케 한 추석행보(종합)
  4. 4與 “민생 더 챙기라는 말 많아” 野 “대선 언제냐며 시민 분노”
  5. 5안보·사법·與 내홍…추석 이어 국감정국 달군다(종합)
  6. 6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 DMZ 사고 조사 지연…연휴 일파만파(종합)
  7. 7[2026 국감 브리핑] 김희정 "'대입 원서 접수번호로 경쟁률 유추 가능' 사실로 확인…정부 대책마련해야"
  8. 8연휴 강타한 우크라 포로 송환· DMZ 지뢰사고 늑장조사 논란
  9. 9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10. 10울산 북구·구의회, 노동자 권익 보호 위해 맞손 잡았다
  1. 1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2. 2“부산관광 뜨는 지금이 적기” 호텔투자 열기 서부산까지
  3. 3K-팝 효과 끝? 관광수지 넉 달만에 적자 전환
  4. 4늘어나는 법무수요…부산도시公 사내 변호사 찾기 안간힘
  5. 5금고 과당경쟁 제동…지역은행 판도 촉각
  6. 6한화에어로 ‘경력직 가이드라인(특정 학력·나이)’ 논란…“채용과정 개선할 것”(종합)
  7. 7“독자 기술이 미래 경쟁력…내년 매출 4100억 목표”
  8. 8CG 없이 대규모 전쟁·액션신 뚝딱…생성형 AI 활용 본격화
  9. 9세 가지 맛 한 번에…CU 트리플 삼각김밥 가성비 한 끼 호응
  10. 10‘사장님 퇴직금’ 노란우산, 공제·목돈 마련 든든
  1. 1연휴 사흘간 32만 ‘부캉이앓이’…다가오는 작별(종합)
  2. 2분유에 소주 타 먹인 친부…여직원 2년간 추행한 임원
  3. 3양산 춘추공원 재정비…6년 만에 변경안 고시
  4. 4‘부캉이’를 市 명예 홍보대사로…온라인 투표 몰표
  5. 5영화숙·재생원 진실규명 공로 손석주 ‘민주시민상’
  6. 6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7. 7부산시 재정난 겪는데…시유재산 세입관리 부실 투성이
  8. 8금정구의원이라 믿었는데…임대보증금 1년 넘게 안 줘
  9. 9선거때 식사대접 혐의 사하구 체육회장 송치…돈봉투 수사는 무혐의
  10. 10부산지하철노조 쟁의 가결…조정 거쳐 내달 파업 예고
  1. 1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2. 2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3. 3이강인·황인범 활용법 찾아라
  4. 4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5. 5[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6. 6높이뛰기 우상혁, 2m22로 동메달
  7. 7한국 야구, 일본 꺾고 금메달…아시안게임 5연패 달성
  8. 8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9. 9[속보]'약속의 8회’ 한국 야구, 일본 3-1로 꺾고 AG 5연패
  10. 10남동헌,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금메달
부산 야구장 미래는
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부산 야구장 미래는
사직 역사성 있지만 대체구장 부담…북항 돔은 재원 관건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