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온 에블린 콴(양자경)의 삶은 고달프다. 착하지만 생활력이 없는 남편 웨이먼드와 결혼생활에 점점 지쳐가고, 외동딸 조이는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하고는 집을 떠나 연인과 동거에 들어가 속을 썩인다. 가족 생계가 걸린 세탁소마저 국세청 조사관(제이미 리 커티스)에 의해 압류당할 위기에 처해있다. 일상의 무게에 짓눌려 질식할 것 같은 나날을 보내던 중, 에블린은 다른 차원의 우주에서 넘어온 또 다른 웨이먼드를 만나게 되고, 딸을 구하고자 우주의 악에 맞서는 모험에 나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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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스틸컷.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는 ‘키치’(Kitsch)의 영화다. 값싸고 유치하게 느껴지는 문화의 코드를 한데 모아 뒤섞고 충돌시키고는, 그로부터 일어나는 불꽃처럼 독특한 효과를 창출해내려는 혼성모방 전략. 저급과 고급의 경계를 자유분방하게 넘나드는 키치의 미학은 얼핏 보면 요즘 영화의 틀에 박힌 진부함에 대한 유쾌한 전복이자 탈주로 비칠 법하다.
하지만 키치의 본질은 예술을 가장한 농담이나 장난에 있다. 진지한 걸 다루는 것 같지만 중요한 건 유희정신인 것이다.
중국계 이민자가 겪는 삶의 애환과 세대 차 갈등을 그리는 작품은 웨인 왕의 ‘조이 럭 클럽’(1993)에서 룰루 왕의 ‘페어웰’(2019)에 이르기까지 익히 있어왔다. 감독 다니엘 콴은 이런 가족 드라마 구도에 멀티버스라는 SF 장르를 접붙이한다. 붕괴 위기에 처한 가족의 화해와 회복이라는 플롯에 익숙한 인상은 수시로 다른 차원의 우주를 ‘모든 것, 모든 곳, 한꺼번에’ 넘나드는 교차 편집의 현란한 기교, 쏟아지는 패러디와 오마주, 재기발랄한 B급 감성 향연에 의해 지워지고 참신한 무언가를 보는 것 마냥 탈바꿈한다.
유명 배우로 성공한 에블린의 모습은 ‘예스 마담’(1985) 이래 액션과 정극을 오가며 활약한 양자경의 경력을, 녹색이 감도는 골목에서 이뤄지는 중년 밀회는 ‘아비정전’(1990)과 ‘화양연화’(2000)를 상기시킨다. 한 발 더 나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2005)는 황당무계한 유머감각으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와 ‘라따뚜이’(2007)의 패러디를 들이미는데 실소하며 즐거워하지 않을 영화광이 어디 있겠는가.
다소 안타까운 건 건 담백한 주제 의식과 인간적 감정이 상반된 톤의 유머로 인해 균형을 잃고 휘발된다는 점이다. 때때로 과잉된 코미디 감각은 적절한 매력을 더하는 선을 넘어, 보는 관객을 조롱하듯 소격 효과를 일으킨다. 다만 일그러진 그릇도 저 나름 매력은 있는 법이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키치와 작가주의, 양립하기 어려운 둘 간의 불균질한 결합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