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중 ‘쏘린’ 역할도 맡아 열연
- 작가 철학 오롯이 담는데 집중
- 배우들 각자의 몫 돋보이는 작품
- 암울한 시대 비극적 사랑·갈등
- 시공 초월한 고전 메시지 담아
대한민국 현역 최고령 배우 이순재(87)가 연극 인생 66년 열정을 담아 안톤 체호프 원작 연극 ‘갈매기’(개막 21일)를 무대에 올렸다. 그는 ‘갈매기’의 연출을 맡은 것은 물론 쏘린 역도 직접 연기한다. 오래전부터 러시아 대문호 안톤 체호프의 작품을 연출하는 것이 꿈임을 밝히기도 했는데, 그는 드디어 버킷리스트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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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인생 66년의 열정을 담아 안톤 체호프의 원작 ‘갈매기’를 연출한 배우 이순재. 그는 “사실주의의 교본인 ‘갈매기’를 제대로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VAST엔터테인먼트 제공 |
지난 20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진행된 ‘갈매기’ 프레스콜에서 이순재는 “안톤 체호프의 원작을 그대로 연출했다.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고 했다. 배우들이 자기 역할을 잘 소화하고, 작품에 담긴 메시지나 사상 철학 문학을 정확하게 관객에게 전달함으로써 작품의 의미와 목적이 제대로 전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배우의 연기력이다. 저와 배우들이 똑같은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고 연출 소감을 밝혔다.
‘세 자매’ ‘바냐 아저씨’ ‘벚꽃동산’과 더불어 안톤 체호프의 4대 희곡으로 꼽히는 ‘갈매기’는 예술계의 신구 대립과 인물들 간의 비극적인 사랑을 체호프 특유의 희극적 요소를 담아 풀어낸 작품이다. 비극적인 사랑과 처절한 갈등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이유와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사실주의 연극의 교과서로 꼽힌다.
이순재는 수많은 작가 중에 특별히 안톤 체호프에게 애정이 깊은 이유에 대해 “역사상 4대 문호 중 한 명이다. 단순한 작가가 아니다. 정치 경제 문화 의학 철학 천문 지리를 꿰뚫는 작가이고, (작품들은) 그런 해박한 지식의 산물이다. 하나도 허투루 된 작품이 없다. 작품에 숨어 있는 사상과 철학을 늘 재연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갈매기’를 연출작으로 택한 것은 “체호프의 4대 희곡을 다 해보고 싶지만 ‘갈매기’는 특히 배우들이 자기 몫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라며 “사실주의의 교본인 ‘갈매기’를 제대로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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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갈매기’를 연출하는 이순재(아래)와 출연 배우들. VAST엔터테인먼트 제공 |
혁명의 기운이 쌓여가는 제정 러시아 말기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갈매기’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이순재는 “‘갈매기’는 안톤 체호프가 30대 때 쓴 작품으로 그 시대 사회상을 아주 철저히 반영한 깊이 있는 작품이다. 그가 서민에게서 느낀 연민, 귀족 사회 붕괴 모습, 개혁에 대한 주장을 담았다. 그래서 독재·군사정권 시절인 1950, 60년대에는 우리가 이념적으로 오해받을까 봐 잘 다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갈매기’가 우리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순재는 “고전은 시대와 나라를 초월한다. 고전을 보는 방법은 문학적 가치로 보는 방법, 철학적 개념, 사상적 배경으로 보는 방법이 있다”며 “그 나라, 그 시대의 사회적 조건에 따라 주어지는 메시지가 있다. ‘갈매기’는 제정 러시아 말기에 쓰인 작품이다. 당시 러시아는 최악의 정권이었다. 서민의 삶은 어려웠고, 농민 봉기가 일어났다. 현대도 체제 안에서 고뇌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시대를 초월해 앞으로도 안톤 체호프의 작품은 계속 상연될 것이고, 또 그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고전의 가치와 의미를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순재는 “저희 나름대로 진솔하게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면서 연습했다. 이 작품은 언어 구사가 정확하지 않으면 내용 전달이 안 된다. 우리 배우들 각자가 가진 능란한 화술로 충분히 설명해드릴 것”이라며 연기·연출의 앙상블을 기대케 했다. 주호성 이항나 소유진 오만석 진지희 김수로 강성진 등의 배우들이 힘을 합친 ‘갈매기’는 21일부터 2023년 2월 5일까지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