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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문화시점] 불가능이 없는 상상력의 세상, 양자역학 개념이 눈에 보인다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퀀텀매니아’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3-02-22 19:29:16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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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볼 때만 해도 멀티버스 세계관은 매력적이었다. 스파이더맨 1기 토비 맥과이어와 2기 앤드류 가필드 3기 톰 홀랜드까지 세 명의 스파이더맨을 한 번에 만나다니. 활동 시기가 다른, 사실상 별개의 히어로들을 다중우주에서 공존하는 하나의 ‘피터 파커’로 연결한 설정이 흥미로웠다.
마블 시리즈 중 하나인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퀀텀매니아’의 한 장면. 공식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양자세계가 등장하는 ‘앤트맨과 와스프:퀀텀매니아’는 조금 다르다. 앤트맨은 확률 0이 아니라면 모든 게 가능한, 원자나 분자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을 담는다. 양자세계에서는 현실세계의 물리학 개념이 먹히지 않는다. 현실의 물리학도 잘 모르는 마당에 양자역학 개념까지 알아야 한다고? 일부 관람객은 이를 영화의 단점으로 꼽는다.

영화에는 ‘확률장’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은 용어가 등장한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양자역학의 불완전성을 비판하기 위해 1935년 에르빈 슈뢰딩거가 고안한 사고 실험이다. 이 개념을 섣불리 이해하려다 파동함수와 보른규칙 같은 단어가 쏟아져 포기했다. 대신 영화는 상상력을 극대화해 어려운 양자역학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도록 도왔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수십억 명의 앤트맨으로.

직관으로 이해한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이렇다. 예를 들어 내가 점심 메뉴로 중식을 택한 순간 일식을 골랐을 경우의 나-B와, 한식을 먹었을 나-C가 각각 생성된다. 이후 나, 나-B, 나-C가 매순간 다른 선택을 할 때마다 또 다른 나-n이 생겨난다. 이렇게 수천, 수십억 명으로 불어난 모든 확률의 ‘나’가 한 공간에서 계속 생성되고 공존한다. 무한대로 불어나는 자아는 모두 나 자신인 동시에 내가 될 수 있던 모든 가능성이다.

이 모든 확률의 자아가 서로 다른 차원에서 존재한다고 인정하면, 캉이 앤트맨에게 던진 “내가 널 죽인 적이 있던가?”란 질문의 뜻도 이해된다. 차원과 시간을 넘나드는 캉이라면 멀티버스에서 여러 앤트맨을 만났을 테고, 그중 몇은 죽이거나 몇은 만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양자세계가 익숙한 앤트맨 역시 눈앞에 있는 캉과 다른 차원의 캉, 또 다른 차원의 자신이 공존한다는 ‘확률’을 알고 있다.

양자역학 개념을 몰라도 직관적 이해가 가능한 건 영화가 보여주는 상상력 덕분이다. 상상의 세계에서 불가능한 일은 없고, 불가능해야 하는 일도 없다. 상상의 세계에 논리와 이론을 적용할 수 있어도 제약과 한계가 끼어들 순 없다. 이 영화는 부족한 개연성과 다소 허무한 결말 탓에 혹평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상상력의 확장을 돕는다는 점에서 충분히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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