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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온몸으로 신나게 놀았을 뿐인데…수학 원리 하나둘 깨치는 마법

‘수포자’ 막는 부산수학문화관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3-05-10 19:10:46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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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 단일주제 세계 최대 규모 체험문화 공간
- 10여 가지 교구 실험 어려운 개념·이론도 술술
- 나선형 계단 등 건물내부 곳곳 수학적 디자인
- ‘진로탐색관’선 AI가 내 연기 보고 점수 매겨줘
- 동시 관람인원 200명 제한 … 주말 예약 ‘광클’

‘29초 컷’.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이나 유명 가수 공연 티켓 매진에 걸린 시간이 아니다. 지난 5일 어린이날을 맞아 부산수학문화관(부산 부산진구)이 연 ‘가족 수학문화의 날’ 오후반 사전예약이 마감된 시간이다. 예약제로 운영하는 부산수학문화관은 어린이날 오전·오후반 각각 500명씩 총 1000명의 입장객을 받았는데, 사전예약분 200명(총 400명)이 순식간에 매진되자 ‘시스템 오류 아니냐’는 민원이 쇄도했을 정도로 ‘피케팅’ 열기가 뜨거웠다. 당일 수학문화관 앞에는 현장발권을 하려는 아이와 학부모가 북새통이었다.

지난 3월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간 부산수학문화관은 복잡하고 어려운 수학 개념을 다양한 교구를 이용해 스스로 깨닫게 하는 수학체험 공간이다.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학이야기로 수학문화를 대중화하고 수포자(수학포기자) 발생을 막는 게 목표다. 여기서 질문 하나. 수학교육관이나 수학체험관도 아닌 왜 수학‘문화’관일까. 강승희 운영팀장은 “단순히 수학 교구를 체험하는 공간이 아니라 수학에 관해 얘기하고 수학적 사고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만든 공간”이라며 “학생뿐만 아니라 어른도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부산시교육청이 운영하는 부산수학문화관(부산진구) 2층 수학놀이관에서 아이들이 상호지지 구조와 패턴을 익힐 수 있는 다빈치 돔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부산수학문화관 제공
■ 체험·놀이로 수학 흥미… 역사·진로체험관 눈길

부산수학문화관은 1층이 휴식공간(공간100), 2~5층이 수학놀이관과 진로탐색관, 교과체험관, 역사지혜관 등 4개의 전시관과 놀이공간 등으로 구성됐다. 수학 단일 주제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평일은 학교 단체관람, 주말은 자유관람(오전·오후 예약제)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해설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0일 김종훈 해설사의 도움으로 5층부터 역순으로 내려가며 문화관을 둘러봤다. ‘첨단’ 교구를 활용한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 수학 호기심이 깨어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터져나온다.

‘공간543’은 보드게임과 퍼즐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인데, 구조가 특이하다. 건물 중앙에는 5~3층을 관통하는 거대한 역피라미드 사각뿔이 있는데 공간543은 그 내부를 꾸민 공간이다. 역피라미드의 외부는 아래층에서 볼 수 있으며 외관에는 ‘수학적 발견의 원동력은 추론이 아니라 상상력이다’ 등 부산 수학교사들로부터 ‘수학에 관한 생각’을 받은 문장이 채워져 있다.

4층 ‘역사지혜관’에선 기원전 1만8000년부터 현대 수학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 속에서 함께 발전해 온 수학 연대기를 엿볼 수 있다. 고대부터 조선 시대 수학책(복제본)까지 볼 수 있는, 타 지역 수학문화관에선 볼 수 없는 규모의 전시다. 연대표 마지막엔 2022년 수학 부문의 노벨상으로 평가되는 필즈상을 받은 수학자 허준이 교수가 기록돼 있다.

‘교과체험관’은 4층에서 3층으로 이어지는 나선형 통로를 따라 확률 수 통계 등 교과서 속 수학을 몸으로 이해하고 생활 속 활용 사례를 알아보는 공간이다. ▷포물선으로 곱셈 계산(이차함수, 일차함수) ▷선의 모양에 따라 공이 도달하는 속도(싸이클로이드곡선) ▷휜 구멍을 통과하는 기울어진 막대(일엽쌍곡면) ▷어떻게 쳐도 맞는 당구공(타원의 초점) 등 10여 가지 교구를 체험해볼 수 있다.

텍스트로 읽고 수동적으로 암기했던 이론과 개념을 직접 교구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어 수학적 호기심과 흥미가 샘솟는다. 마지막 다면체 포토존은 어두운 방에 아르키메데스 다면체 13개와 카탈랑 다면체 13개 조명을 천장에 걸어 놓은 인증사진 스팟이다.
부산수학문화관 2층 수학도서관 모습. 천장에 건물 중앙을 파고든 역피라미드 사각뿔의 끝부분이 보인다.
부산수학문화관의 독특한 콘텐츠인 ‘진로탐색관’은 3층에 있다. 역사지혜관, 교과체험관이 수학의 과거와 현재라면, 진로탐색관은 미래를 그려보는 곳이다. ▷암호와 블록체인 ▷어획량 조절 연구 ▷기후변화 예측 등 부산의 산업 영역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수학을 경험하고 직업 정보를 만날 수 있다.

영화·영상 코너도 있다. 언젠가 인공지능(AI)이 오디션 심사하는 미래를 상상한 ‘인공지능 이미지·모션 인식’ 프로그램이다. 화면에서 보여주는 연기 영상을 보고 따라하면 AI가 감정 표현, 대사 전달, 액션 동작을 평가하고 점수를 매겨준다.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위해 점수는 후하게 주는 편이다.

2층 수학놀이관은 미취학 아동과 초등 저학년이 수학을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아동 수학 프로그램인 ‘어림하기’와 그림자 놀이, 어린시절 허준이 교수도 즐겨 했다는 ‘기사의 여행’ 체험을 해볼 수 있다. 1층은 관람객이 입장 전까지 대기하거나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부산수학문화관은 초중고 수준별 수학문제 게임 ‘퀘스트 앱’을 개발 중이다. 게임처럼 미션과 보상을 주면서 아이들을 문화관으로 유인한다는 생각이다. AI가 관람 동선을 추천해주는 ‘진로추천동선시스템’도 곧 선보인다.

■ 건물에 구석구석 녹아든 수학 이야기

수학의날 부산수학문화관을 관람하려고 줄을 선 사람들.
부산수학문화관은 건물 곳곳에 수학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이 건물의 외벽은 정확히 동서남북을 향하지 않는다. 그러나 건물 중앙을 파고든 내부 역피라미드는 살짝 틀어 각 면이 정방향을 바라보도록 지었다. 건물 외관은 격자 모양의 입면에 3~5층을 가로지르는 기울어진 마름모꼴 창이 나있는데, 문화관 앞을 지나가는 동서고가로에서 보면 창문과 역피라미드가 정확하게 겹쳐 보인다. 일부 창문은 황금 비율인 1: 1.618이다.

건물 뒤편 글로벌빌리지와 맞닿은 공간엔 황금곡선으로 불리는 피보나치 나선형 계단을 볼 수 있다. 건물 내부에서도 수학적 디자인이 눈에 띈다. 2~4층 전시관 입구에는 찌그러진 동그라미 세모 네모가 그려져 있는데, 조금 떨어진 발자국 스티커 위에 서면 완벽한 형태의 도형을 발견할 수 있다.

■ 세계 최대인데… 인력 모자라 관람 인원 제한

총사업비 425억 원을 들여 좋은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췄지만, 동시 관람인원은 200명(주말 자유관람 기준)으로 제한된다. 인력 탓이다. 부산수학문화관 직원은 관장, 운영팀, 시설팀 등 모두 15명. 이 가운데 해설사는 6명에 불과하다. 주말 교대근무를 하기 때문에 200명이 동시 입장하면 겨우 3명의 해설사가 이들을 맞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퇴직공무원이나 학생 등 도슨트라는 이름의 자원봉사자의 힘을 빌리는 처지다. 그러나 이들은 교구 도우미나 안전요원 정도의 역할을 할 뿐 깊은 해설을 제공하기엔 제한적인 면이 있다. 수학 대중화와 시민이 언제든 손쉽게 찾는 수학문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근본 취지를 살리기엔 인적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지난해 12월 개관 이후 시범·정식운영기간에 부산수학문화관을 찾은 누적 관람객은 모두 2만4000여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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