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대중 열광하는 마석도 핵주먹, 과연 ‘사이다’인가

‘범죄도시3’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3-06-07 18:48:00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범죄도시 3’(2023)에서 마석도 형사의 첫 등장은 영화의 노림수를 전면에 드러낸다. 도심 한복판에서 자동차 사고를 일으킨 양아치들은 상대편 택시기사를 폭행하며 난리를 부린다. 시민은 누구 한 사람 나서서 제지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데, 현장에 난입한 마석도는 단숨에 무력으로 양아치들을 제압하고 상황을 진정시킨다.
영화 ‘범죄도시3’.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그의 활약에 시민은 환호와 갈채를 보내고, 뒤늦게 출동한 경찰은 현장을 수습한다. 결국 이 영화의 요지는 주먹은 법보다 가까우며 악을 때려잡는 주먹은 정당하다는 단순한 것이다. 공권력의 빈자리를 메우는 건 과잉된 폭력과 복수의 쾌감이고, 대중은 이에 열광한다.

‘예외상태’라는 개념이 있다. 정치철학에서 기존 법질서가 무기력해짐에도 대안의 권력체계가 나타나지 않는 일종의 정치적 아노미 상태를 이르는 말인데, 흔히 생각하는 무정부 상태와는 결이 다르다. 왜냐하면 사회 안전망과 치안 유지 같은 근대국가의 역할과 약속은 실행되지 않고 정당성과 효용가치를 상실하는 반면, 그것을 가능케 해야 할 국가의 강제적인 힘, 즉 ‘법의 힘’만큼은 여전히 존재하는 모순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대의 권력은 시민의 일상적인 안전을 도외시하고 방치하는 한편으로는, 영장 없는 무단침입과 기물 파손을 셀 수 없이 일삼는 마석도의 행동처럼 비상사태를 구실로 삼아 ‘무법적’으로 작동한다.

더 이상 ‘범죄도시’(2017)의 지역 공동체와 팀워크를 맞추는 보안관이 아닌, 무적의 슈퍼히어로가 되어버린 마석도를 보는 일이 괴로웠던 건, 영화와 관객 모두 월권과 불법을 남발하는 그의 활약상에 ‘법적 규범의 타당성보다 더 우월한’(칼 슈미트 ‘정치신학’) 지위를 부여해 정당화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불안과 공포가 팽배한 사회상을 바탕에 깔고 더욱 큰 공권력의 폭력적 집행을 요청하는 장르 서사의 무의식(그리고 거칠 것 없는 영화의 흥행세)에는 ‘예외상태’가 되어버린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한 암묵적인 인식의 공감대가 깔려있다.

이른바 ‘K-콘텐츠’라 부르는 것들의 이면에 흐르는 공통된 기류가 있다. 드라마 ‘더 글로리’나 ‘모범택시’에 쏟아진 관심과 호응을 돌이켜보자. 학교폭력을 두고 벌어지는 응징, 이른바 ‘사이다’라고 부르는, 극단적이기에 통쾌한 복수에는 사회의 정상적인 질서가 더는 기능하지 못하기에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는,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깊이 드리워져 있다. 그리고 ‘더 글로리’와 ‘모범택시’의 사적 제재가 연장된 끝에 이른 귀결은 광역수사대 형사 신분으로 합법의 껍데기를 씌워준 ‘범죄도시 3’이다. 이러한 경향의 연속성은 결코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

내심 불편한 심정으로 ‘범죄도시 3’를 보는 동안, 김경원 감독의 ‘젠틀맨’(2022)을 떠올렸다.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저주받은 이 웰메이드 걸작은 역설적이게도 경찰도 아닌, 법의 영역 밖에 있는 자경단이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의 고통을 마주하면서 문제를 도로 정상적인 법질서 차원으로 끌어들여 해결한다는 점에서 결이 전혀 달랐다. ‘젠틀맨’을 무관심으로 죽인 대신 관객은 ‘범죄도시 3’로 몰려들고 있다. 난 이 선택이 우리 시대의 어떤 징후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3. 3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4. 4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7. 7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8. 8“‘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9. 9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10. 10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1. 1“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2. 2“‘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3. 3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4. 4李 “부마와 5·18정신, 헌법에 담아야” 국회 논의 촉구
  5. 5김민석 ‘조희대 탄핵’ 밀어붙이나…국힘 “강행 땐 李 마지막 날”
  6. 6국감 후반 ETF·부동산 사찰 의혹 쟁점…김현지 증인 채택 두고는 여야 신경전
  7. 7김민석 “임기 동안 부산 직할 각오…뿌리 안착 숙제”
  8. 8추미애 “사과 바라니 사과한다” 발언에 국힘 “사퇴 바라시니 사퇴하라”
  9. 9[속보]김민석, 지역축제 중 무대인사 관련 사과…"불편 끼쳐 죄송”
  10. 10울주군의원 의정비 8.3% 인상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3. 3돌아온 ‘캪틴큐’, 한정판 위스키…편의점 취향저격 ‘酒목’
  4. 4북항환승센터 ‘3.3m 단차’ 갈등, 법원 조정안 확정으로 봉합 수순(종합)
  5. 5리밸런싱 유예 ‘부메랑’…국민연금 100일새 182조 증발
  6. 6우리 아이 가을 옷 고민 끝…신세계센텀, 키즈웨어 팝업
  7. 7국제선 유류할증료 또 인상
  8. 8‘AI 드론’으로 참치떼 찾는다…수산업 AX 대전환 본격화
  9. 9“HBM(AI 반도체) 패키지 경쟁은 얼마나 많이, 덜 손상시켜 붙이느냐의 싸움”
  10. 10기후부 지원금 다른 잣대…변전소 되고 발전소 안 되고
  1. 1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2. 2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3. 3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4. 4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5. 5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6. 6부산 서구 산복도로 노후 주택가 주차난 환경개선 3곳 추진
  7. 7[한 손 뉴스] 12·12 때 숨진 김오랑 중령, 고향 김해에 추모공원 조성
  8. 8“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9일
  10. 10‘법조 파트너’ 격상돼 로펌행…수사정보 유출 ‘카르텔’ 우려
  1. 1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2. 2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3. 3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4. 4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5. 5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6. 6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7. 7[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8. 8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9. 9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10. 10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