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서구 허상 까발린 도발적 ‘포즈’…극단적 현학과 냉소의 공허함

‘슬픔의 삼각형(2022)’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3-07-05 18:50:46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영화제의 선택이 항상 옳은 건 아니다. 작품성이 중요하다지만 심사위원진의 성향과 정치적 상황 등, 수상작 선정에는 여러 변수가 작용하곤 한다. 때문에 뒷날 걸작 반열에 오른 영화가 당시엔 무관(無冠)에 그치거나 엉뚱한 영화에 밀려나는 반면, 정작 그랑프리를 차지한 영화는 시간이 지나 평가가 달라지며 잊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올드보이’(2003)가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그해, 황금종려상을 차지한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2004)이 과하게 시사 이슈를 의식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는 것처럼. 얄궂게도 역사는 반복된다.
영화 ‘슬픔의 삼각형’의 한 장면.
자비에 돌란에게 과분한 상을 안기며 그들의 총아로 밀어줄 때도 그렇고, 칸 영화제의 선택에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순간이 있다. 루벤 외스틀룬드의 ‘슬픔의 삼각형’(2022)이 엇갈린 반응 속에서도 ‘헤어질 결심’(2022)과 ‘클로즈’(2022)를 밀어내고 황금종려상을 받은 2022년도 그러하다. 그보다 전에 쥘리아 뒤쿠르노의 ‘티탄’(2021)이 혹평 세례를 맞고도 기어이 상을 타 갔던 것처럼, 근래의 칸 영화제는 작품의 내적 만듦새와 예술적 격조보다는 과도한 표현 수위와 급진성에 치중해, 논란을 일으키며 이슈몰이하기 적합한 센세이셔널한 작품들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물론 ‘슬픔의 삼각형’을 내세운 선택을 이해할 구석이 아주 없진 않다. 모델 커플인 칼과 야야의 다툼을 그리는 1장은 남녀 구도의 통념이 역전된 성적 대상화와 평등의 문제를, 호화 유람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디너파티가 분뇨와 토사물이 넘쳐흐르는 난장판으로 뒤집히는 2장은 사회계급 구별과 허위의식에 찬 부르주아 계급에 대한 냉소를, 무인도에 표류한 생존자들의 계급적 위상이 역전되는 3장은 서방 세계의 하층민으로 살아가는 난민의 처지와 더불어 자본주의 질서가 붕괴된 이후에 대한 상상적 전망을 드러내 보인다.

민감한 사회적 이슈를 종합선물세트 삼아 정치적 메시지를 노골화하는 이 한 편의 블랙코미디 풍자극은 최소한 요 몇 년간 칸 영화제의 성향에 더없이 어울리는 모양새를 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기생충’(2019)처럼 한 시대의 지형과 구조적 모순을 날카롭게 해부해 내보이는 득의의 사회파 걸작인가? 안타깝게도 그래 보이진 않는다. 멀리는 윌리엄 호가스의 풍자화나 제임스 배리의 희곡 ‘훌륭한 크라이턴’, 가까이는 루이스 부뉴엘의 ‘비리디아나’(1961)나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1972)에 닿은 이 영화에는 서구문명의 껍데기를 탈은폐하겠다는 과시적이고 도발적인 ‘포즈’는 있지만, 이 포즈를 뒷받침하고 담론의 발화로까지 이끌어야 할 내적 ’논리’가 결여되어 있다.

‘더 스퀘어’(2017)에서 감독은 소수자를 작품 소재로 삼는 현대미술의 계몽과 난민을 거부하는 태도의 실제 사이에 놓인 괴리를 응시하며, 연민이든 배제든 결국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에 의한 소외라는 일리(一理)로 일목요연하게 엮어낸 바 있다. 반면 ‘슬픔의 삼각형’은 자극적 표현의 극단화를 통해 현학과 냉소의 포즈를 전시하는 데 급급할 뿐, 현상의 심층을 들여다보았던 전작의 심도는 사라지고 없다. 많은 것을 포괄해 다루고 싶었던 욕망은 있었으나, 그것이 이른 귀결은 프로파간다의 공허함이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3. 3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4. 4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5. 5‘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6. 6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7. 7[사설]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8. 8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9. 9매표소 오픈런…레드카펫 ★ 보려 외국인 새벽부터 달려왔다
  10. 10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1. 1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2. 2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3. 3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4. 4[속보] 여야, 문체위 국감서 ‘암살자(들)’ 공방…국힘 “감독 나와야” vs 민주 “창작 자유 억압”
  5. 5여야, 국감서 알래스카 LNG 사업 집중 추궁
  6. 6‘홈플러스 사태’ MBK 김병주, 국감 불출석 “회사 경영 관여 안 해”
  7. 7[뭐라노] 조희대 “국회·대통령, 대법원장 제청 간섭 위헌”
  8. 8[2026 국감 브리핑] 백종헌 “인력 확보 없이 출발한 통합돌봄 담당자 82%가 겸직, 전담인력 ‘0명’ 시군구는 전체의 66.4%”
  9. 9강신철 “병역특례 점진적 축소, 궁극적 폐지가 국방부 목표”
  10. 10김정호 “부산·경남 맑은 물 공급을 위해 낙동강 수질개선·취수 다변화 해야”
  1. 1‘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2. 2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3. 3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4. 4롯데백화점, 업계 첫 외국인 매출 1조 ‘포문’
  5. 5금감원 “AI 해킹 시도 IP 28개 확인”
  6. 6SMR 골든타임 놓치나…"원안위 심사기준 2032년에야 마련"
  7. 7부산 청년기업 ‘DPP(디지털제품여권)’ 국내 첫 상용화
  8. 8부산 극지해양 전문강사 “현장 능력 키워요”
  9. 9전국 건설 현장 사망자 2명 가운데 1명은 추락으로 봉변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6일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3. 3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4. 4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5. 5부산 금정구 ‘인구감소지역’ 새로 편입…북구는 ‘인구감소관심지역’
  6. 6전기車 높아진 인기에 예산 동나…부산시, 하반기 1520대 더 지원
  7. 7부산중수청장 “정치 중립성·수사 독립성 엄격히 지키겠다”
  8. 8양산시보건소 일반진료 줄인다
  9. 9전재수 시장, 소통 행보…사흘 연속 생중계 회의(종합)
  10. 10박완수 경남도지사 “행정통합 위해 부울 시장 설득”
  1. 1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2. 2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3. 3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4. 4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5. 5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6. 6“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7. 7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8. 8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9. 9‘손흥민 A매치 한국인 최다 골’ 우즈베키스탄에 2-0 완승
  10. 10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경기 7시간 전 입장해 쇼핑·식사…종일 즐기는 교세라돔
부산 야구장 미래는
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