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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의 얼굴’ 천우희…정의의 심판자로 통쾌했던 사기행각

tvN ‘이로운 사기’ 종영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3-07-19 18:44:16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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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딜러·간호사·재벌 상속녀…
- 소시오패스적 성향 완벽 소화
- “공감 받는 연기하는 게 꿈”

작품마다 폭넓고도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는 배우의 연기를 일컬어 우리는 ‘팔색조 연기’라고 한다. 평소 깊은 내면 연기나 섬세한 감정을 보여주던 배우 천우희가 한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하며 팔색조 연기를 보여줬다. 지난 18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이로운 사기’에서 공감능력 제로의 천재 사기꾼 역을 맡아 극 중 성격이 전혀 다른 인물로 변신하며 사기행각을 벌인 것이다.

tvN 월화드라마 ‘이로운 사기’에서 공감능력 제로의 천재 사기꾼 이로움 역을 맡은 천우희. 성공을 위해서 타인의 감정마저 이용하는 팔색조 연기를 펼쳤다. H&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천우희는 “사기꾼이라고 하면 기대되는 포인트가 있잖은가. 연기적으로 여러 가지를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작품만큼 다양한 인물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며 ‘이로운 사기’가 새로운 도전이었음을 전했다. 또한 “한 작품 한 작품이 손을 떠나면 아쉽지만 ‘이로운 사기’는 지난 10개월 동안 모든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 즐겁게 만들었기에 마지막이 아쉽다.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해 완주했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에게 칭찬해 주고 싶다”고 ‘멜로가 체질’ 이후 4년 만에 출연한 드라마의 종영을 아쉬워했다.

16부작 드라마 ‘이로운 사기’는 공감불능 사기꾼 이로움과 지나친 공감 성향 변호사 한무영,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절대악에게 복수하는 공조 사기극이다. 천우희가 맡은 이로움은 ‘사기’라는 수단으로 법으로도 심판하지 못하는 악인들을 처단하는 다크 히어로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이로움은 아이큐 180을 자랑하는 뛰어난 두뇌와 사람을 홀리는 빼어난 미모에 성공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감정마저 이용한다.

복수를 위한 과정에서 매혹적인 카지노 딜러부터 간호사, 아동심리상담가, 재벌가 상속녀 등 다양한 인물로 변신해 새로운 ‘천우희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그동안 내면의 깊이감을 보이는 작품이 많았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세로선의 깊이감을 보였다면 이번에는 가로선의 폭넓음도 함께 내보일 수 있었다. 이로움 역은 한 작품 안에서 종횡무진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고 캐릭터에 애정을 보였다.

공감불능 사기꾼과 과공감 변호사,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의 절대악을 향한 복수극이자 짜릿한 공조 사기극을 그린 16부작 드라마 ‘이로운 사기’의 한 장면. tvN 제공
이로움은 단순한 사기꾼이 아니다. 이로움은 열 살 때, 영재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모아 악행을 저지르는 장학재단 적목에 의해 통제당해 공감 능력을 잃게 된다. 결국 부모도 죽고, 자신만 남아 비슷한 처지의 적목 키드들과 복수를 계획하는 인물이다. 천우희는 “‘이로운 사기’는 겉으론 굉장히 장르적이고 대중적인 듯하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내면 결국은 사람에게 공감하고 연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제가 작품을 선택할 때도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은 이야기나 인물이 지닌 연대감 또는 연민이다.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저한테는 가장 큰 연기적 욕망이다”며 연기 지향점을 밝혔다.

이어 “이로움의 소시오패스적 성향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한무영을 만나 변화하는 모습이 표현되면 더 매력적으로 보이겠다는 나름의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우린 공감불능 사기꾼에서, 타인과의 교감을 배울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 나서는 이로움을 시나브로 응원하게 되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로움을 처음부터 끝까지 믿고 돕는 변호사 한무영 역은 김동욱이 맡아 천우희와 처음 호흡을 맞췄다. 천우희는 “김동욱 오빠도 저처럼 낯을 가리는 편이어서 첫 만남부터 친해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그러다 자주 회식과 만남을 가지면서 서로 같은 결의 사람이라고 느낀 순간 굉장히 편해졌다. 어떤 상황, 연기 설정이 주어져도 논리적·이성적으로 접근하고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분이다”며 “내공이 느껴지는 능수능란한 연기에서 안정감을 느꼈다”고 떠올렸다.

극단적으로 그려지긴 했지만, 장학재단 적목과 그 내부 사람들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과정·수단은 상관없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우리 사회 모습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천우희는 “한무영은 극 중에서 ‘정말 온전히 한 어른만 옆에 있었어도 이 사람들의 삶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한다. 이 작품의 메시지다. 사람이 사회와 법을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은 사회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법이나 사회의 보호를 한 번 받고 나면 그 신뢰감을 갖게 될 텐데,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이것이 이 작품이 던지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리고 “제 작품이 누군가한테는 이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공감이나 위로, 즐거움 등 어느 하나라도 얻어지는 게 있다면 그 또한 이롭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제 욕심으로는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는 천우희. 그녀가 지금처럼 우리에게 내밀 연대와 연민, 공감의 연기를 계속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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