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영화와 현실이 교차하는 메타시네마…자본 검열시대에 던진 화두

‘거미집’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3-10-11 18:51:07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2023)은 영화촬영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김열 감독(송강호)은 꿈을 꾸고는 결말을 바꿔 다시 찍으면 걸작이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제작자는 반대하고 바뀐 각본은 퇴폐적·반체제적이라는 이유로 문공부의 결재를 받지 못하지만, 감독은 이틀의 말미를 벌어 기습적인 재촬영을 감행한다. 순조로운 듯했던 촬영은 배우들 저마다의 잡다한 사생활, 검열을 위해 제작사를 방문하는 문공부 관료와 엮이면서 현장은 수습하기 어려운 아수라장으로 치달아간다.
영화 ‘거미집’.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영화는 흑백과 컬러를 교차시키며 두 개 작품이 한 편 안에 공존하는 액자식 구성을 취한다. 촬영 진행 중인 치정극과 그 영화를 찍는 현장에 관한 영화라는 이중의 포개짐. 신성필름이라는 제작사의 스튜디오에서 인공 세트를 이용해 찍는 흑백영화 ‘거미집’은 서슬 퍼런 검열이 작동하는 와중에도 굴욕과 수모를 감수하고 애써 자기 색을 지켜내려 한 한국영화 고전기 감독들에 대한 향수의 산물이다.

산통을 깨듯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이민자(임수정)의 칼날부터 비오는 와중에 창문 밖에서 안을 엿보는 시선, 피아노 교사인 남성과 불륜관계로 중산층 가정의 질서를 교란하는 여공의 관계는 김기영의 ‘하녀’(1960)를, 나선형의 계단을 통한 상승과 추락의 대비 등은 이만희의 ‘마의 계단’(1964)을 상기시킨다. 이 작품에서 김지운 감독은 그 시대의 거장과 자신을 동일시하기에 이른 모양이다. 이러한 동일시는 영화의 중요한 함의를 포함한다.

만들어지고 있는 영화와 실제 현실을 아우르는 메타시네마적 통합은 점차 극중극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음이 드러나면서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한유림(정수정)에게 치근덕대는 강호세(오정세)의 바람기부터 해서, 금고가 있는 윗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재촬영에 필요한 시간과 제작비를 부탁하고자 사무실로 오르는 계단과 등치되고, ‘쁠랑세캉스’(원신-원쇼트)로 찍겠다는 결말의 화재 장면은 김열의 스승인 신감독(정우성)이 화재로 죽었다던 과거사와 연결된다. 트뤼포의 ‘아메리카의 밤’(1973)처럼 ‘거미집’은 영화와 삶의 연관 관계에 대한 드라마이자 상호침투성에 대한 탐구로 읽힌다.

‘조용한 가족’(1998)과 ‘반칙왕’(2000)에서처럼 김지운 영화에서 소통 단절과 통제 불가능 상황은 희극적 웃음의 원천이 된다. 그 중심에 주인공 김열이 있다. 그가 사랑하는 건 오직 영화일 뿐인데, 모두 기피하고 반대하며 방해한다. 그런 가운데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미도(전여빈)는 세트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배경으로 등장하고, 김열과 미도의 대화는 고해성사하는 고해소에서 이뤄지는데 영화에 대한 그의 집념이 종교적인 수준임이 암시된다.

걸작을 완성하겠다는 김열 감독의 열망이 성공한 걸로는 보이지 않는다. 영화는 괴기스러운 엔딩으로 뒤바뀐 채 개봉하고, 주변은 환호하는 가운데 김열은 혼자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이것은 원하던 구상대로 작품를 매듭짓지 못한 감독의 좌절감인가, 성공에 대한 안도인 것인가? 권력 대신 자본이 사실상 영화를 검열하고, 극장의 쇠락으로 다들 영화의 위기를 논하는 지금, ‘거미집’은 창작자로서 김지운이 던지는 이 시대에 대한 메시지로 다가온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3. 3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4. 4‘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7. 7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8. 8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9. 9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10. 10‘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1. 1‘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2. 2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3. 3교육위 국감 화두 ‘교부금 축소’…“교육감 대응도 안일” 질타
  4. 4부산회생법원 국감 “지역언론 가치 고려 국제신문 살펴야”
  5. 5與, 초광역특구법안 발의 “주 52시간 특례 숙의”
  6. 6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7. 7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8. 8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9. 9[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10. 10"법령 검토해 결정하겠다"던 김지용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1. 1‘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2. 2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3. 3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4. 4송도 바다서 만난 융드립 커피 한 잔
  5. 5가덕 6200억 증액 확약 절실…국회는 특별법 개정안 논의
  6. 6관광과 지역민 함께 성장을…세계가 부산서 묘책 찾는다
  7. 7“친환경 항만 투자 100억 당, 부산 124억 생산유발”
  8. 8동남아 접수하러 ‘부산표 게임’ 방콕행
  9. 9부산은행, 불꽃축제 등 지역축제 발전에 2억 후원
  10. 10예탁원 나눔재단, 17년째 지역상생 실천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3. 3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4. 4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5. 5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6. 6“기존 공부량 유지하며 취약점 공략…남은 주말 수능처럼 모의고사를”
  7. 7APEC공원·금련산역 러너지원공간 문 열어
  8. 8“광안리 해변 보행공간 개선…구 차원 추가 캐시백 검토중”
  9. 9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10. 10피습 자작극 정이한, 모친 증인 신청
  1. 1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2. 2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3. 3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4. 4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5. 5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6. 6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7. 73연승 KIA, LG 꺾고 23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8. 8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9. 9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10. 10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