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민 감독 이순신 연작 끝편
- 최후 전투 앞둔 장군 역할 열연

- 20㎏ 갑옷이 몸조여 코피 펑펑
- 아들 면의 죽음 마주하는 순간
- 견디기 힘든 정서적 고통 느껴

묵직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를 펼치는 배우 김윤석이 이순신 장군 역을 맡아 큰 울림을 준다. 그가 이순신 장군으로 분한 ‘노량: 죽음의 바다’는 지난달 20일 개봉, 500만 관객을 향해 가고 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이순신 장군 역을 맡은 김윤석. 그는 최민식, 박해일에 이어 세 번째 이순신 장군 역을 맡아 촬영을 하다 코피를 쏟아 응급실에 갈 정도로 열연을 펼쳤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명량’, ‘한산; 용의 출현’에 이어 김한민 감독 이순신 3부작의 완결인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김윤석은 ‘명량’의 최민식, ‘한산’의 박해일에 이어 세 번째 이순신 장군으로 마지막 전투를 펼쳤다. 이전의 배우들이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고, 무엇보다 이순신 장군이라는 압도적인 인물을 연기해야 했기에 부담이 컸을 터다.

최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김윤석은 “일단 영광스러웠다. 앞서 다른 배우 두 분이 이순신 장군을 연기했는데, 세 번째로 맡는다는 것보다는 이순신 장군 배역 자체가 주는 부담이 훨씬 컸다”며 “영화 ‘모가디슈’ 촬영으로 모로코에 있을 때 제안을 받았는데, 시나리오를 이메일로 받아 읽었다. 이순신 장군을 그리는 방향을 느꼈고 마음에 들었다”고 출연 결정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최후의 전투를 앞둔 노량 해협에서 마지막 전투를 준비하는 현장(賢將)의 모습을 보여준다.

촬영 들어가기 전 김 감독이 보내준 방대한 책과 자료를 본 김윤석은 장군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다. 그는 “막연하게 성웅, 민족의 영웅이라는 정도만 알았는데, 7년 동안의 전쟁이 얼마나 처절했는지 처음 알게 됐다. 그런 가운데 이순신 장군이 노량에서 이 전쟁을 어떤 의미로 종결시킬 것일지 고민한 모습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생전 처음 경험하는 해전 액션 때문에 몸은 힘들었다. ‘노량’은 ‘한산’과 마찬가지로 CG를 이용해 해전을 촬영했다. 우리가 보는 해전은 물 한 방울 없이 강릉 빙상경기장에 다양한 선박 세트를 만들어 촬영했다. 김윤석은 “파도에 출렁이는 배를 촬영하려면 커다란 짐벌 위에 배를 올려 찍는다. 짐벌이 움직이면 배도 움직이는데 오래 찍으면 멀미가 난다. 또 장군이 비틀거리면 안 되니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써야 했다”고 토로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의 한 장면.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무거운 갑옷과 꽉 끼는 의상 때문에 큰일이 날 뻔하기도 했다. 촬영하다가 갑자기 코피를 쏟아 응급실에 갔던 것이다. 김윤석은 “일요일 촬영이었는데 갑자기 코피가 나더라. 곧 멈추겠지 하고 휴지로 막고 있었는데 멈추지 않더군. 응급실에 가니 입고 있는 옷을 다 벗으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보고 몸에 꽉 끼는 옷을 입고 있었느냐고 묻더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갑옷 안에는 두루마기와 바지를 입었는데, 갑옷의 태가 나려면 안의 옷을 묶어 딱 맞게 해야 했다. 갑옷 무게가 20㎏에 달하고, 쉽게 벗지도 못해 혈압이 올라가 코피가 터졌던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전투를 독려하기 위해 큰 북을 치는 장면은 매우 인상 깊다. 북채가 닳아 바꿔가며 칠 정도로 오래 지속되는데, 이 또한 굉장히 오래 연습한 결과물이다. “수백 척 아군 배에 힘을 내라고 북을 치는 것인데, 야구 4번 타자 정도의 스윙이 나와야 했다. 거의 300번은 친 것 같은데, 촬영 마치고 어깨에 근육통이 왔다”며 웃었다.

정서적으로 촬영하기 힘들었던 장면은 자식의 죽음을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영화에서는 장군의 꿈에 나오는 장면으로, 막내아들 면이 왜군의 칼에 살해당하는 끔찍한 상황이다. 김윤석은 “그 장면을 경주에서 찍었는데, 감정이입이 되니 나중에는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까지 했다. 감정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김윤석은 ‘추격자’를 시작으로 ‘쎄시봉’, ‘극비수사’, ‘남한산성’,‘1987’, ‘암수살인’, ‘모가디슈’, ‘노량’까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에 많이 출연했다. 그는 “의도했다기보다 당시 가장 뛰어난 시나리오를 택했다. 그런데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힘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 그것이 저를 끌리게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실화의 힘이란 탄탄한 서사 구조에도 있겠지만 그 안에 내포된 메시지가 주는 힘이 크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물론 ‘노량’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도 강렬하다. 그는 “이순신 장군의 참된 삶을 위한 의로운 죽음을 기억해 주시고, 진정 새로운 시작을 위한 올바른 끝맺음이 무엇인지도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이것은 지금도 다 통하는 말인 것 같다. 새로운 시작과 변화를 원하면 올바르게 끝을 맺고, 그것을 교훈 삼아 새롭게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이 명나라 말을 듣고 이만하면 됐다며 왜군을 그냥 도망치게 하고 전쟁을 끝냈다면 어땠을까? 그건 올바른 끝맺음이 아니었을 것이다”며 장군의 메시지를 생각해 주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