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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야마, 온천 몸 담그러 왔다가 문학의 향기에 흠뻑 젖었네

일본 시코쿠 에히메현 마쓰야마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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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빼고 다 일본.”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해외여행이 다시 열렸을 때 어느 신문 헤드라인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엔화 약세가 계속되면서 일본 여행 인기는 폭발적이다. 최근의 신문 헤드라인은 이랬다. “갔다 왔지만 또 간다, 일본”

일본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트렌드도 소도시 탐방으로 바뀌었다. 소도시 특유의 호젓함을 느끼며 유유자적하는 매력에 푹 빠진다. 그런 여행지 중 하나가 마쓰야마이다. 마쓰야마시는 일본 시코쿠 에히메현 현청 소재지로 인구는 50만 남짓이다. 일 년 내내 온화한 기후는 딱 제주도이다. 우선 번잡하지 않다. 시내를 관통하는 큰 도로 중앙에 BRT처럼 노면전차가 달린다. 관광용이 아닌 실제 대중교통이다. 열차 종류도 다양하다. 내부에 다다미가 깔린 낡은 전차부터 최신형 열차가 공존한다. 중심가에서 웬만한 관광지는 다 노면전차로 연결되고 걸어도 30분 이내에 닿는다.

마쓰야마의 대표선수는 도고온천이다. ‘일본서기’에도 등장하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이다. 일본 왕실에서 전용 욕실을 만들어 일왕들이 찾을 정도로 이름난 곳이다.


# 도고온천, 일본 왕실도 반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도고온천 본관 전경.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명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유바바 온천장의 실제 모델이다. 현재는 내부공사 중이다.

수질이 좋기도 하지만 도고온천이 여행객에게 명성을 얻은 건 인상적인 외관 때문이다. 전형적인 일본 건축양식인 본관은 1894년 목조 건물 3층으로 개축됐고 이후 여러 번 개조를 거쳐 1935년 현재 모습이 완성됐다. 도고온천은 일본 애니메이션 덕후들에게는 성지다. 본관 건물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명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유바바 온천장의 실제 모델이다. 다만 지금은 보수공사 중이라 멋진 외관을 카메라에 완벽하게 담을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해가 지면 3층 누각 옥탑 창문에 붉은 등이 켜지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1994년 공중목욕탕으로는 처음으로 중요문화재로 지정됐지만 박제화하지 않고 목욕탕으로 개방해 사랑받는다. 1층 왕실 전용 온천인 유신덴은 예약자만 관람 가능하고 타마노유(영혼의 탕)는 입욕이 허용된다. 별관도 아스카노유, 츠바키노유 2개가 있어 온천을 즐기려면 이곳을 이용해도 된다. 운이 없었던지 비가 많지 않다는 마쓰야마 2박3일 일정 내내 비가 오락가락했다. 소박하고 유서 깊은 온천탕에 앉아 비에 젖은 몸을 녹이며 이곳 설화를 들었다. ‘다리를 다친 백로가 온천물에 상처를 담가 나았다’.


# 나쓰메 소세키 고향, 문학의 도시
제 역할이 끝난 도고온천역은 스타벅스로 개조됐다. 그 앞에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봇짱’에 등장하는 증기기관차인 ‘봇짱열차’가 전시돼 있다.

마쓰야마는 온천의 도시로 곧잘 오해받는다. 알고 보면 마쓰야마는 문학의 도시다.

옛 천 엔권 지폐의 모델이었던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가 이곳 출신이다. 그의 인기는 각별하다. 대표작 ‘도련님(봇짱)’의 배경이 마쓰야마이다. 소설에는 도고온천과 마쓰야마성(城), 증기기관차인 ‘봇짱열차’가 등장한다. 소설이 큰 인기를 끌면서 증기기관차는 봇짱열차로 복원돼 마쓰야마의 강력한 콘텐츠가 됐다. 시간이 흘러 제 역할을 다한 도고온천역은 스타벅스로 개조됐고 그 앞에 봇짱열차 실물이 전시돼 있다.

봇짱의 이름을 빌린 시계탑도 있다. 도고온천장 입구의 봇짱시계탑은 매시 정각마다 작동하면서 공연을 한다. 프라하의 유명한 시계탑 공연을 연상케 한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봇짱'의 이름을 딴 시계탑. 그 옆에는 족욕탕이 있어 온천을 체험할 수 있다.

마쓰야마는 하이쿠의 발상지이자 ‘근대 하이쿠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사오카 시키의 고향이다. 하이쿠는 17자로 함축한 짧은 시(詩)다. 30대에 요절한 마사오카의 작품은 시내 곳곳에 새겨져 있다. 도고온천 근처에 마사오카 기념박물관도 있다. 시흥이 돋는다면 시내에 흩어진 하이쿠 우체통을 찾아 직접 하이쿠 한 편 부쳐보시길.

역사소설가 시바 료타로도 마쓰야마와 인연이 깊다. 소설 ‘언덕 위의 구름’이 이곳을 배경으로 했다. 마쓰야마성 바로 아래 ‘사카노 우에노 쿠모(坂の上の雲) 뮤지엄’에는 이 소설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품이 있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해 더 유명하다.


# 성 전체가 문화재, 마쓰야마성
에도시대 이전에 지어진 천수각이 손상되지 않고 남아 있는 일본 내 12개 성 중의 하나인 마쓰야마성. 마쓰야마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본다.

도고온천이 마쓰야마의 대표선수라면, 마쓰야마성은 심장이다. 마쓰야마성은 도시 중심에 있는 산 정상에 있다. 에도시대 이전에 지어진 천수각이 손상되지 않고 남은 일본 내 12개 성, 이른바 ‘12천수’ 중 하나다. 성내 국가 중요 문화재만 21채에 달한다. 마쓰야마성은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탁 트인 뷰가 인상적이다. 왕벚나무가 200여 그루 있어 벚꽃이 만개하면 탄성을 자아낸다고 한다.

성으로 가는 길은 등산로를 걸어 올라도 되지만 로프웨이와 1인승 리프트가 있어 쉽게 오를 수 있다. 1인승 리프트는 안전장치가 없어 올라가는 3분여 동안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탑승장 가는 길거리는 레트로 감성이 물씬 난다.


# 마쓰야마 투어 팁

1. 도고온천의 왕실 전용 욕탕 유신덴은 입욕객은 받지 않는다. 매일 60명에게만 관람이 허용되며 예약을 받는다. 3월 말까지 예약이 찬 상태다.

2. 한국인 여행객에게는 무료 혜택이 많다. 공항과 주요 지역을 잇는 셔틀버스가 공짜다. 공항 안내센터에서 여권을 제시하면 마쓰야마성 리프트 무료 사용권, 천수각 무료 입장권, 도고온천 별관 무료입욕권 등을 준다.

3. 마쓰야마 공항 면세점은 규모가 아주 작다. 선물이나 기념품은 공항면세점보다 시내에서 미리 구입하는 게 좋다.

4. 항공편은 에어부산이 주 3회(수 금 일) 부산-마쓰야마를 왕복한다. 투어는 여행사 와이투어앤골프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골프특구 마쓰야마
마쓰야마는 골프도시이기도 하다. 시내 중심가에서 1시간 내에 닿을 수 있는 골프장이 11곳이다. 사진은 국제컨트리클럽.

온천도시 문학도시 마쓰야마가 국내 골퍼들에게는 골프특구이다. 부산에서 비행기로 1시간 남짓한 지척이라는 점, 기후가 제주와 비슷하게 온화하다는 점, 시내에서 차로 1시간 이내에 골프장이 11곳 있다는 점이 부각된다.

국내에서처럼 쫓기듯 라운딩하지 않아 좋다. 페어웨이와 그린의 관리도 잘 돼 있다. 노캐디로 운영돼 동반자들이 카트를 다뤄야 하고 그린에서 퍼팅라인을 직접 읽어야 하는 건 불편하지만 새로운 경험이다.

이번에 다녀온 골프장은 PGM그룹이 운영하는 치산컨트리클럽과 마쓰야마인터내셔널골프클럽(국제GC)이다.

치산CC는 마쓰야마 시내에서 차로 40분쯤 걸린다. 전장 6142야드 18홀로 전체적으로 짧지만 롱홀은 제법 거리가 있어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킨다. 해저드가 없으며 벙커도 그리 많지 않다. 페어웨이와 그린의 언둘레이션이 심하지 않아 초보자도 편하게 라운딩할 수 있다. 인코스 몇 개 홀에서는 멀리 세토 내해를 조망할 수 있다. 아웃코스는 구릉을 타고 넘나든다.

시내에서 40분 걸리는 산 정상 부근의 국제GC는 전장 6650야드18홀짜리이다. 한국 골퍼들에게 익숙한 산악지형으로 이곳 역시 PGM그룹이 운영해 관리상태가 좋다. 페어웨이가 치산CC보다는 넓지만 인코스는 코스 배치가 까다로워 전략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왼쪽으로 90도로 꺾인 파4홀도 있어 원온 시도를 유혹한다.

와이투어앤골프 김대곤 대표는 “마쓰야마는 관광 쇼핑 온천이 걸어서 가능한 콤팩트시티로 미식여행까지 가능해 국내 골퍼들 사이에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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