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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험 녹인 인연 세계가 공감했죠…당신도 있었나요?”

‘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 감독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4-03-06 19:41:02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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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세 때 캐나다 이민간 송 감독
- 뉴욕서 남편과 만남 영화로 연출
- 24년 만에 만난 남녀 이야기로
- 서양인에 생소한 ‘인연’ 그려내
- 데뷔작으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지난해 선댄스영화제부터 거의 1년 넘게 달려오고 있는데, 그러면서 진짜 배우는 게 많다. 데뷔작으로 여러 상도 받고, 오스카 노미네이트가 된 것이 정말 영광이고 좀 자랑스럽다.” 지난해 1월 제39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장편 데뷔작인 ‘패스트 라이브즈’(개봉 6일)를 처음 선보인 뒤 전 세계 영화제에 초청됐으며, 오는 10일(현지시간) 개최되는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서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른 셀린 송 감독의 소감이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첫 장편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를 연출한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 한국 고유의 정서인 ‘인연’을 잘 표현해 전 세계인의 공감을 샀다. CJ ENM 제공
‘기생충’, ‘미나리’에 이어 한국 영화인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과 해성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이틀간 끊어질 듯 이어져 온 인연을 돌아보는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렸다. ‘넘버 3’, ‘세기말’을 연출한 송능한 감독의 딸로, 실제 12세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 간 송 감독 자신의 경험담이 토대가 됐다.

‘패스트 라이브즈’ 스틸컷. CJ ENM 제공
그녀는 캐나다에서 미국 뉴욕으로 가 연극·방송 일을 했고, 한국에서 친하게 지낸 친구를 뉴욕에서 남편과 함께 만났을 때 느낌을 시나리오로 옮겨 장편영화를 연출했다. 송 감독은 “미국인 남편이랑 같이 술을 마시게 됐다. 남편은 한국어를, 친구는 영어를 이해하지 못해 제가 둘 사이에서 해석을 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둘은 (과거와 현재의) 제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각각 묻고 있었다. 마치 저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았다”며 “그날 밤이 너무 인상 깊어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이 영화의 시작에 대해서 밝혔다.

영화 첫 장면이 나영과 해성, 나영의 남편인 아서가 함께 바에 앉은 모습을 본 3인칭 인물이 어떤 관계인지 궁금해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것도 그 이유다. 관객은 마치 그 바에 있는 사람처럼 세 사람 모습을 보며 이제 나영과 해성의 인연 속으로 들어선다.

제목인 ‘패스트 라이브즈’는 ‘전생’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나영과 해성은 12세에 헤어졌다가 12년 후 SNS를 통해 서로 소식을 알게 되고, 다시 12년이 지나 비로소 뉴욕에서 만나는 ‘인연’에 대해 이야기한다. 송 감독은 “한국에서 말하는 ‘인연’의 의미를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힘들다. ‘전생’이라고 해서 진짜 이전 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제가 변호사를 하다가 지금은 요리사가 됐다면 전생에 변호사였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듯 의미가 더 오픈된 제목을 원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인물을 통해 ‘인연’을 설명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때문에 ‘패스트 라이브즈’를 이탈리아에서 보든, 프랑스에서 보든 다들 ‘인연’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된다”고 영화에 깔린 ‘인연’ 정서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영화의 정서를 더욱 서정적으로 살리는 것은 촬영 장소다. 특히 뉴욕 모습은 특별하지 않은 듯하면서도 뉴욕 정서가 고스란히 묻어나 매우 인상 깊다. 송 감독은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만이 아는 장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파리에 사는 사람한테 ‘당신만의 파리가 어디냐’고 하면 아무도 ‘에펠탑’이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것처럼 저는 뉴요커의 뉴욕이나 서울 사람의 서울을 찾고 싶었다”며 “제가 뉴욕에 살기 때문에 제 뉴욕을 찾으면 됐다. 서울은 그렇지 않아 서올 로케이션 팀에 당신만의 장소를 보여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틀간의 아쉬운 시간을 보내고 각자 자리로 가야 하는 나영과 해성을 담은 마지막 장면도 무척 인상적이다. 이 장면은 45m의 레일을 깔고 촬영했다. 송 감독은 “집에서 나온 두 사람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걸어가서 우버를 기다린다. 즉 둘은 과거로 걸어가고, 해성은 우버를 타고 과거로 가버린다. 나영은 돌아서 다시 현재로 걸어가고, 기다리고 있던 아서를 만난다. 그래서 세 명에게 모두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고 마지막 장면의 동선에 담긴 의미를 전했다.

송 감독은 “‘패스트 라이브즈’는 ‘내가 살면서 이런 순간이 있었다. 당신도 그게 있었나요?’라고 대화하고 싶어 만든 영화다. 사실 엔딩에 대해서도 현재가 자신의 인생 중 어디 놓여 있는가 또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가에 따라 감정이 다를 것이다. 또 5년 뒤, 10년 뒤 이 영화를 다시 보면 감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를 보는 사람에 따라 여운의 갈래와 깊이, 파동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이 영화의 매력이다.

첫 영화에서 ‘인연’에 대해서 이야기한 송 감독. 그녀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인연이란 우리 인생의 작은 관계에 깊이를 주는 말인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단어가 파워풀하다. 뉴욕에 살며 제 인생에 더 깊이를 주었다고 생각한다”고 ‘패스트 라이브즈’가 자신에게 남긴 의미를 전했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영화를 만들 때 진짜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는다. 휴가도 없이 산다. 푹 빠져 진짜 행복하게 작업을 한다. 그래서 그런 마음이 들지 않으면 시작하기가 어렵다. 뭐든 제가 진짜 믿고, 만들고 싶어야 한다”며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송 감독의 열정을 봤을 때 조만간 우리에게 건네고 싶은 이야기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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