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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속 기생생물…2명의 자아 연기 힘들었죠”

‘기생수:더 그레이’ 전소니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4-04-24 18:26:23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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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상호作… 괴물과 기묘한 공생
- 완벽한 1인 2역 액션 연기 호평

-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반인반수
- 상상만으로 표현하기 애먹었죠
- 60명 앞 상모돌리기 액션 민망”

지난해 영화 ‘소울메이트’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 전소니가 색다른 1인 2역을 연기해 주목받고 있다. 그녀는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 한 몸에 공존하는 인간과 기생생물을 연기해 국내외 팬들에게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 자신의 몸을 노린 기생생물 하이디와 기묘한 공생을 시작하게 된 수인 역을 맡은 전소니. 넷플릭스 제공
이와아키 히토시의 인기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한 ‘기생수: 더 그레이’는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생물들이 등장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의 작전이 시작되고, 이 가운데 기생생물과 공생하게 된 인간 수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연 감독은 기존 ‘기생수’보다 더욱 확장된 세계관을 선보이며 공개 2주 차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시리즈 영어·비영어 부문에서 전체 1위에 올랐다. 더불어 자신의 몸을 노린 기생생물 하이디와 기묘한 공생을 하게 된 수인 역을 맡은 전소니 또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전소니는 “가까운 사람들이 재밌게 봤다고 해주는 것도 무척 좋았고, 또 어디 계신지도 모르는 멀리 있는 분들이 ‘기생수: 더 그레이’를 많이 봐서 ‘1’이라는 숫자가 나올 만큼 시청됐다는 것도 신기하고 기쁘다”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이어 “주변에서 1인 2역과 액션 연기로 고생 많이 했겠다 하시는데, 저는 재미있게 촬영했다”고 전했다.

마음고생을 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전혀 다른 인격체를 연기해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특히 반인반수의 얼굴로 구현되는 하이디를 상상으로 만들어내야 했기에 더욱 힘들었을 터다. 전소니는 “하이디를 비주얼로 구현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져 있었고, 어떻게 그려질지 몰랐기 때문에 먼저 수인이를 최대한 현실감 있게 그려 공감을 사고 싶었다”고 1인 2역 캐릭터를 위해 베이스가 되는 인간 캐릭터에 신경을 많이 썼음을 밝혔다.

하이디 캐릭터는 VFX(시각특수효과) 팀이 구현했지만 전소니는 나름 상상했다. 그녀는 “내가 바란 하이디는 아름답지만 징그러웠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촬영할 때도 하이디 캐릭터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흐릿한 모습만 봤는데 전혀 감이 안 와서 무척 기다렸다. 완성된 모습을 봤을 때 너무 신났다”고 떠올렸다.

수인의 얼굴인 채로 하이디 캐릭터가 됐을 때 가장 달라지는 것은 목소리였다. 국어책 읽는 듯한 대사 톤이 캐릭터 변화를 알린다. 전소니는 “연 감독님이 기생생물 종족이 가진 공통 특성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주 낮은 목소리였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며 “외적으로는 최대한 사람과는 다르게 보이도록 눈썹이나 입가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말하려 했다”고 하이디가 되기 위해 신경 쓴 점을 들려줬다.

전소니는 이 작품에서 색다른 액션에 도전했다. 위기를 맞거나 기생생물과 대결을 할 때 수인의 한쪽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기생생물 하이디의 본모습이 발현되는데, 이때 얼굴에서 길게 뻗어 나오는 촉수로 싸운다. 그래서 상모 돌리듯 머리를 움직여야 했다. 그녀는 “처음 기생생물들끼리 싸우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하이디를 상상하며 멀쩡한 모습으로 머리를 돌리고 있으니 어색하고 부끄러웠다. 주변에 스태프를 포함해 60여 명이 넘게 계시는데 저와 상대 기생생물 역을 하시는 분은 둘만 있다고 생각하고 촬영했다”고 액션 장면을 떠올렸다.

나중에 컴퓨터그래픽으로 촉수를 만들기 위해 맨얼굴에 녹색 점을 찍고 촬영했기 때문에 더 어색했을 것이다.

‘기생수: 더 그레이’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전소니는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장면 중 하나로 수인의 무의식 세계에서 하이디랑 마주 보고 수인의 정체성에 관해 대화하는 장면을 꼽았다. 그녀는 “연기할 때 상대 배우의 리액션이 큰 영향을 준다. 그 장면은 긴 대화를 저 혼자서 주고받아야 해 중압감이 생겼다. 상대가 저였고, 제가 어떻게 연기할지 아니까 너무 고민이 많았다”며 “만일 계속 다시 촬영해도 된다면 멈추지 못할 것 같다. 촬영은 그럴 수 없으니 어려운 장면을 촬영할 때는 ‘최선을 다하고 집에 가서 잊어버리자’는 생각을 한다”고 힘든 촬영에 대처하는 자세를 설명했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전소니가 처음 해보는 장르고, 특히 1인 2역에 도전했기에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았지만 연 감독과 구교환이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수인과 동행하며 기생생물을 쫓는 인물 강우를 연기한 구교환에 대해 “‘수인이는 우리 히어로야. 난 사이드 킥이고’라며 응원해 줬다. 저도 현장에 선배님이 계셔서 이만큼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연 감독과 함께한 작업에 대해서는 “연 감독님은 항상 생기발랄하고 압박감에 짓눌리지 않더라. 그런 선장과 함께하는 현장은 활기가 넘쳤고, 다들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고 건강한 에너지가 가득했던 촬영장을 그리워했다.

2017년 영화 ‘여자들’로 데뷔한 전소니는 독립영화 ‘죄 많은 소녀’로 연기력을 인정받고 ‘악질경찰’, ‘소울메이트’, 드라마 ‘화양연화’, ‘청춘월담’. ‘기생수: 더 그레이’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줬다. 기억에 오래 남는 배우가 되고 싶은 그녀는 “모든 게 유한하지만 누군가의 기억 속에 어떤 캐릭터로든 살아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는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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