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림환경연구원 경북천년숲정원
- 신상 숲 공원이자 핫한 단풍명소
- 신라 향기 느끼는 공간도 꾸며져
낙엽은 나무가 겨울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나무가 긴 겨울을 나기 위해 온몸의 수분을 빨아들여 저장하는 단계에서 이파리는 푸른색을 빼앗기고 생명도 잃는다. 잎은 생명을 잃어가는 시기에 역설적이게도 가장 찬란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나무가 그러하듯, 짧은 가을이 감을 아쉬워하고 긴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고자 단풍이 절정을 맞은 지난 16일 ‘단풍맛집’ 경북 경주시를 찾았다. 신라의 옛 도읍 경주는 문화유적 볼거리도 풍성하지만 울긋불긋 ‘가을꽃구경’을 하기에도 제격이다.
■낙엽천국 경북천년숲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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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경북천년숲정원’ 중앙 숲길에 가을단풍을 만끽하기 좋은 칠엽수와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길게 늘어서 있다. 이선정 기자 |
경주시 남산동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원 내 경북천년숲정원은 요즘 경주에서 가장 핫한 단풍명소다. 남산 기슭 산림연구원과 주차장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경북천년숲정원은 지난해 4월 개장한 ‘신상’ 숲공원이다. 산림보호 연구 목적으로 사용되던 산림연구원 내 전체 33만 ㎡ 규모의 이 부지는 지자체가 조성·관리하는 ‘지방정원’으로 거듭나 시민에게 대대적으로 개방됐다. 거울숲 서라벌정원 버들못정원 숲그늘정원 분재원 무궁화동산 등 13개 테마정원으로 구성돼 사시사철 410종의 식물을 즐길 수 있다. 국내 다섯 번째이자 경북 1호 지방정원 타이틀을 내걸고 단기간 내 자연풍경 명소로 자리 잡았다.
단풍 절정기 주말이라 그런지 입구부터 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단연 초입에 있는 거울숲 외나무다리. 맑은 실개천 위로 숲의 풍광이 거울처럼 비친다고 해서 이름 지어졌다. 이곳에 설치된 외나무다리에 앉거나 선 뒤 양옆으로 곧게 뻗은 메타세쿼이어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게 일종의 ‘통과의례’다.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포토존이라 주말에는 긴 대기를 각오해야 한다.
짧은 다리를 건너면 메타세쿼이아 칠엽수 등 가로수가 곧게 뻗은 중앙 숲길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바닥에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바스락바스락 밟으며 천천히 걸어본다. 중앙 숲길 시작점의 오른쪽은 서라벌정원으로 신라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작은 억새밭에서 가을을 만끽한 뒤 돌과 꽃으로 꾸며진 암석원에서 신라 화랑정신을 되새긴다. 암석원은 김유신의 수련터인 단석산 설화를 모티프로 꾸며졌다. 김유신 장군이 삼국통일을 염원하며 무술을 연마해 칼로 바위도 베는(斷石) 힘을 가지게 된 곳이라고 해서 단석산이라고 명명됐다고 한다. 서라벌정원 맨 안쪽에는 수변정원이 꾸며졌다. 제법 큰 크기의 저수지 주변으로 석창포 느릅나무 상수리나무 수양버들 등이 늘어섰는데, 신라 전통 수종 복원 연구결과를 반영해 심었다고 한다.
다시 중앙 숲길로 나와 끝까지 걸은 뒤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너른 벌판이 펼쳐진다. 여러 종의 나무가 심어진 곳이다. 특히 무궁화로 가득한 무궁화원은 한국이라면 거쳐가야 할 장소다. 꽃잎 색에 따라 배달계 단심계 아사달계로 분류되는 무궁화의 종류를 익히고, 근면성 순결 강인함을 상징해 우리나라 국화가 됐다는 설명을 들으며 꽃이 만발하는 여름에 다시 찾자고 다짐한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 온통 샛노랑으로 물든 은행나무를 즐긴 다음 다시 입구로 향한다. 돌아오는 길 끝에는 분재원이 자리한다. 덱으로 만들어진 짧은 길 사이로 멋스럽게 분재된 짧은 키 소나무를 관람하며 정원 산책을 마친다. 경북천년숲정원만으로 아쉽다면 맞은편 산림연구원 숲길 산책로를 좀 더 걸어도 된다.
입장료는 무료이고, 경북천년숲정원은 동절기(11~2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개방한다. 산림연구원 숲길을 포함해 이 일대를 천천히 둘러보고 싶다면 반나절은 잡는 게 좋다. 이곳 진입로 2곳 모두 왕복 2차로의 좁은 도로라 여행객이 많이 몰리는 주말은 차량정체가 심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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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첨성대 핑크뮬리 군락지에서 바라본 석양. 이선정 기자 |
■저물어 가는 핑크뮬리
경북천년숲정원에서 단풍을 마음껏 즐겼다면 가는 가을을 아쉬워할 만한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해 보자. 첨성대 일원의 핑크뮬리 군락지 역시 가을꽃구경으로 이름난 명소다. 밝은 분홍색으로 활짝 핀 핑크뮬리를 보고 싶다면 10월께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다.
11월에 찾은 이곳의 핑크뮬리는 분홍색이 많이 빠졌으나 대신 억새 느낌도 나 여전히 포토존으로 관광객의 인기를 끈다. 짙은 주황색의 잘 익은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가 핑크뮬리 군락지에 높이 서 눈길을 끈다. 석양을 배경으로 옅은 분홍색의 핑크뮬리, 짙은 주황색 열매와 갈색 줄기의 감나무가 그림같이 대비되면서 또한 조화한다.
# 뭐 먹을까
- 성동시장 한식뷔페 ‘푸짐’ 대릉원 근처 콩국 ‘든든’
경주는 관광지라 먹거리 물가가 특히 비싸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대릉원 근처 황리단길에서 식사를 하려면 4인 가족 기준 6, 7만 원의 예산을 잡아야 한다.
저렴하면서도 든든한 집밥으로 한 끼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경주 성동시장 내 한식뷔페가 제격이다. 시장 1층 한식뷔페 10여 곳이 밀집한 곳으로, 여러 반찬을 쌓아 놓고 손님을 기다린다. 주인장이 건네는 접시에 먹고 싶은 반찬을 양껏 담아 밥, 시락국(시래깃국) 쇠고기뭇국 미역국 등 제공되는 국과 함께 먹으면 된다. 반찬을 따로 판매해 동네 반찬가게 분위기다. 가자미·코다리 조림부터 김치제육볶음, 나물, 계란말이, 메추리알 장조림, 오징어채볶음, 각종 쌈 등 먹을 것이 천지다. 동그랑땡, 소시지 부침, 김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도 있어 가족 단위 손님에겐 더없이 좋다.
우엉조림을 듬뿍 넣은 우엉김밥도 이 시장의 명물이다. 보통 경주 하면 달걀지단이 듬뿍 든 ‘교리김밥’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곳은 달걀지단 자리를 우엉이 대체했다. 달달하면서 짭조름한 우엉 가득한 김밥으로 소화가 잘 되면서 배도 채울 수 있다. 포장하면 별도로 올려주는 우엉이 반찬 역할을 한다. 우엉조림 역시 반찬으로 별도 판매한다.
대릉원 근처 경주원조콩국은 간편식을 찾는 여행자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따뜻한 콩국인데 양이 적지 않아 한 그릇을 먹으면 든든하다. 검은깨 들깨 달걀노른자 등 콩국에 들어가는 내용물에 따라 종류가 3가지로 나뉜다. 콩국수 순두부찌개 생콩해물파전 등도 있어 입맛에 맞게 골라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