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市가 운영하는 공공숙소
- 웅장한 사대부 고택 재현
- 저렴하고 깔끔해 입소문
- 가족단위 주말 숙박 인기
- 뜨뜻한 구들장 몸 지지고
- 바깥채 ‘명월’서 인증샷
- 수경정원 분무쇼 구경하고
- 김해 굿즈 ‘토더기’도 득템
한국 고유 주거공간인 한옥에서의 숙박은 특별한 체험이다. 전통가옥에서 하룻밤을 묵으면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다는 색다른 설렘을 주기 때문이다. 한옥 숙박 하면 전북 전주나 남원, 경북 경주 등 유명 관광지를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부산에서 가까운 경남 김해에도 조선시대 사대부 가옥을 재현한 한옥체험관이 있다.
‘김해한옥체험관’은 김해시가 건립하고 김해문화관광재단이 위탁 운영한다. 공공 숙소라 저렴하면서도 깔끔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연간 8000여 명이 숙박할 정도로 인기를 끈다. 가족 단위 여행객이 몰려 특히 주말 숙박은 ‘광클’을 해야 할 정도로 예약하기가 어렵다. 한옥 숙박을 체험하면서 금관가야(가락국)의 중심지였던 김해 역사도 배우는 여행에 나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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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김해시가 건립하고 김해문화관광재단이 운영하는 김해한옥체험관. 전통가옥 숙박 체험을 하면서 인근 금관가야 유적지도 둘러볼 수 있어 여행지로 인기를 끈다. 사진은 한옥체험관 내 조성된 작은 연못정원. 이선정 기자 |
■전통한옥 재현 숙박체험 인기
김해한옥체험관은 옛 금관가야 지역인 김해의 가야 유적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2008년 문을 열었다. 전통한옥 총 7채에 13개 객실을 갖췄다. 호텔 로비라 할 수 있는 ‘행랑채’(주택 바깥 부분으로 주로 하인 주거공간이나 창고로 이용)를 지나면 본채 격인 ‘거안당(居安堂)’이 나온다. 옛 안채와 아래채인 이곳은 말 그대로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뜻한다. 객실(8개)도 이곳에 가장 많이 몰려 있다. 거안당 앞 너른 마당에서는 투호 제기차기 윷놀이 등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어 아이와 함께한 여행객에게 인기만점이다.
거안당 왼쪽 건물은 ‘담경헌(談經軒)’인데, 선비가 경전을 논한다는 사랑채다. 담경헌 내 객실인 금천실은 사랑채답게 응접실을 별도로 갖췄다. 담경헌 앞에는 작은 연못정원도 있어 운치를 더한다. 연잎이 둥둥 떠다니는 작은 연못가에 세워진 한옥 외관을 감상하기에 좋다.
또 다른 주요 숙박 공간인 별채 ‘탐미당(耽美堂)’에서는 아름다움에 취하는 집이라는 뜻처럼 한옥의 미를 감상할 수 있다. 체험관 곳곳에 너른 평상이 있어 마당에서 한옥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고, 탐미당 뒤편에는 조상의 신주를 보셔 놓은 사당도 조성했다. 한옥체험관은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경내를 개방, 숙박을 하지 않더라고 관광객이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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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한옥체험관 객실인 금천실 내부 모습. |
객실은 전통 방식 그대로여서 한국 고유 주거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한지로 덮인 바닥과 벽, 나무 창과 문이 예스러움을 더한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웃풍이 다소 셌지만 구들장은 뜨거워 몸은 덥고 얼굴은 시원한, 겨울 노천온천욕을 하는 듯한 느낌도 났다. 이불에는 토기 문양이 수놓여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해시는 지난 10월 객실 침구류를 기성제품에서 교체했는데, 김해지역 공예가로 구성된 모단공예협동조합이 특별히 디자인해 맞춤 제작한 침구라고 한다. 광목 소재 천에 금관가야를 대표하는 기마인물형 토기와 오리모양 토기 문양을 한 땀 한 땀 수 놓아 지역의 특색을 살렸다.
한옥체험관의 가장 강점은 공공이 운영하는 시설이라 숙박비가 사설 숙소보다는 싸다는 점이다. 주말과 주중, 객실 인원(2~4인)에 따라 객실료는 4만4000원~10만 원이다. 정기 방역을 월 2회로 늘리는 등 공공시설로서 위생 관리도 엄격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이영준 김해문화관광재단 문화도시센터장은 “고택의 웅장함을 드러내면서도 편의시설은 현대적으로 갖춰 여행객이 전통 체험을 하면서도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며 “예전에는 외국인 관광객 한복체험 등 전통체험 행사도 운영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단된 상태다. 대신 전통혼례는 저렴한 대관비(30만 원)로 장소를 제공해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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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합문화공간 ‘명월’. |
■인증샷 명소 카페도 북적
김해한옥체험관이 최근 ‘핫플’로 급부상한 건 바깥채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명월(사진)’ 덕이 크다. 요즘 SNS에서 유명세를 얻은 명월은 회의공간으로 사용되다가 지난 9월 카페와 지역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장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개장 3개월 만에 5만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명월이 인기를 끌면서 한옥체험관을 찾는 인원도 늘었다. 김해문화관광재단이 직영하며, 특히 이끼가 가득한 수경정원에서 30분마다 진행되는 분무쇼가 이곳의 볼거리다. 이끼 식생을 위해 매립된 분무기에서 정기적으로 물이 뿜어져 나오는데, 마치 땅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일본 지옥온천을 보는 듯한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해 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월요일은 쉬며,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열어 김해 대표 야경명소로도 리스트에 오른다.
체험관 내 한정식집이 있던 공간은 지난 9월 굿즈샵으로 바뀌어 여행객을 맞는다. 지역 장인과 공예작가의 작품 및 굿즈 200여 점이 전시 판매된다. 김해 대표 공방인 목리공방의 액막이 목공예 장식품을 비롯, 유리 도자 등 갖가지 아기자기한 공예품이 여행객의 시선을 잡는다. 특히 김해시의 새로운 캐릭터인 ‘토더기’를 활용한 인형 키링 슬리퍼 양말 스티커 등 상품이 인기다. 김해 주촌에서 실제 출토된 가야시대 오리모양 토기를 캐릭터화한 것으로, 흙(土)과 오리의 영어 명칭인 덕(Duck)을 합성한 이름이다.
# 걸어서 금관가야 속으로
- 대성동고분군·수로왕릉, 한옥체험관서 도보권에
김해한옥체험관 주위에는 걸어서 방문할 수 있는 유적지가 많아 고택 체험과 역사여행을 함께하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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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 대성동고분군. 높은 언덕에 선 ‘왕따나무’ 옆으로 무덤터가 보존돼 있다. 이선정 기자 |
대표적인 곳이 김해 대성동고분군이다. 지난해 9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가야 고분군’ 유적 7곳 중 한 곳으로, 김해에 있었던 금관가야 시대 유적이다. 가야는 6개국 연맹 형태의 고대 국가였는데, 이 중 하나인 금관가야는 수로왕이 42년 건국해 532년 구형왕이 신라에 투항할 때까지 490년간 이어졌다. 금관가야는 전기 가야의 맹주국으로, 중국 일본과 교역을 통해 화려한 철기 문화를 꽃피웠다.
대성동고분군은 사적 341호다. 거대한 높은 언덕 곳곳에 무덤터가 보존됐는데 구릉 능선부는 금관가야 지배층, 아래는 하위계층 묘역으로 추정된다. 언덕에 우뚝 선 이른바 ‘왕따나무’(언덕에 솟은 나무가 두 그루라 엄밀히 말하면 나홀로 나무는 아니다) 근처에는 대성동고분군 73호분 터가 있다. 5세기 후반 돌덧널무덤으로 이곳에서 발굴된 돌덧널무덤 중 가장 큰 규모다. 대부분은 도굴됐지만 금동 관 일부와 금 귀걸이 등이 발굴돼 지배층의 무덤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언덕 제일 높은 곳에는 가장 먼저 발견된 1호분이 있다. 주·부곽식 덧널무덤으로 무덤 주인 및 5명의 순장자가 매장된 주곽과 철제 갑옷 투구 등이 출토된 부곽으로 구성된 곳이다. 돌무덤 형태가 보존된 청동기 시대 고인돌도 확인돼 금관가야 성립 이전부터 이 일대가 주요 지역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초입에 위치한 대성동고분박물관에서는 금관가야의 역사를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고분군에서 출토된 토기 칼 화살촉 덩이쇠 등 유물이 전시됐는데, 보물로 지정된 ‘가야 목걸이’도 있다.
김해한옥체험관 바로 옆에 있는 수로왕릉은 사적 73호다. 금관가야의 초대 국왕인 수로왕의 능으로, 높이 5m 원형봉토분을 중심으로 수로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신 숭선전, 금관가야 2~9대 왕과 왕비 신위를 모신 숭안전, 숭선전 제례에 필요한 제수와 제기를 보관하던 전사청과 제기고 등 건물이 있고, 신도비와 공적비 등 석조물도 있다. 매년 음력 3월 15일과 9월 15일에 지내는 숭선전 제례는 경상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한옥체험관 바로 옆 김해민속박물관을 방문해 김해지역 옛 민속놀이와 생활상을 살펴보거나, 대성동고분군까지 연결되는 수릉원(수로왕을 기념하는 공원)을 산책해도 좋다.
취재 협조=김해문화관광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