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스스로를 가둔 고독남을 탐구하다

페라리(2023)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5-01-15 18:23:24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포드 V 페라리’(2019)에서 우리는 포드사의 드라이버와 엔지니어가 르망 24시에 출전해 페라리의 신화를 꺾고 승리하는 역전극을 지켜본 바 있다. ‘페라리’(2023)는 ‘포드 V 페라리’가 다룬 실화의 이면을 비추는 상호보완적인 성격을 가진 작품이다. 영화는 엔초 페라리(애덤 드라이버)가 1957년 밀레밀리아를 준비하는 과정을 다루며, 적자 운영으로 회사는 파산 직전에 내몰려 있고, 집안에서는 공동 경영자인 아내와의 알력 다툼에 질려있는 내우외환의 곤경에 처한 한 남자의 내면세계를 건조한 시선으로 조명한다.
영화 ‘페라리’의 한 장면.
자동차를 팔기 위해서 레이싱을 하는 게 아니라, 레이싱을 지속하기 위해서 사업을 하는 고집스러운 장인은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스폰서를 필요로 했고, 피아트의 아넬리 회장과의 교섭에 임하면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자 포드와의 인수합병에 관심이 있다는 루머를 흘린다. ‘페라리’의 이야기는 페라리가 자신의 술책에 낚여 멋모르고 인수전에 뛰어든 헨리 포드 2세를 조롱하는 초반 시점까지를 ‘포드 V 페라리’와 공유한다.

‘블랙코드’(2015)의 처참한 실패로 말미암아 긴 침묵의 시간을 보내야 했던 마이클 만의 오랜만의 복귀작은 실은 30년 가까이 준비해 오던 숙원이었다. 시드니 폴락 감독과 함께 브록 예이츠의 전기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구상하고 로버트 드 니로를 주연으로 내정해 두었지만, 한물간 장르라며 영화사들은 외면했고, 배역도 크리스찬 베일과 휴 잭맨이 합류했다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떠나는 등 표류하길 거듭했다.

그래서인지 ‘페라리’는 의욕은 있지만 전성기를 잃은 작가의 야심작이 지니기 마련인 아쉬운 면을 드러내곤 한다. 요절한 아들의 묘소에서 흐느끼는 페라리의 독백을 정면 얼굴 클로즈업으로 길게 포착하는 단순한 연출은 배우의 연기가 인물의 심리에 융합되지 못하고 겉돈다는 인상을 주며, 후반 레이싱 시퀀스 도중에는 숏의 연결이 거칠고 헐거운 순간이 종종 나타나 몰입을 깨곤 한다. 그러나 거장의 태작은 범용한 감독의 수작보다 낫다는 이 방면의 격언처럼 ‘페라리’는 가볍게 넘기기엔 아까운 작품이기도 하다.

일에 전념해 모든 것을 다 바친 나머지, 타인뿐 아니라 자신의 인간성마저 집어삼켜 버린 현대의 사투르누스. 평범한 사람의 행복을 누리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 없음을 알고 스스로 친 장벽 안에 자신을 가둔 고독한 남자. 그것이 마이클 만이 바라본 엔초 페라리의 본질이다. 선글라스는 나약함을 가리기 위한 방어구이며, 아내 라우라(페넬로페 크루즈)와 불륜 관계의 애인 리나 라르디(쉐일린 우들리)는 각각 냉혹한 사업가인 한편으론 다정한 남편의 얼굴을 지닌 그의 야누스적 면모를 쪼개어 비추는 거울 이미지가 된다.

그런 점에서 ‘페라리’는 ‘비정의 거리’(1981) 이래 ‘히트’(1995)와 ‘콜래트럴’(2004)에서 정점을 찍었던 작가적 일관성의 연장선에 있다. 또한 전기영화로서 인물을 순일(純一)하게 평면화시키지 않고, 깨진 거울처럼 무수한 겹으로 찢긴 존재의 초상을 포착해 냄으로써 통일된 자아 따윈 한갓 미망(迷妄)에 지나지 않음을 꿰뚫는, 인간 존재의 복잡성에 대한 노장의 깊은 시선과 저력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진주, 3대 가을축제로 물든다
  2. 2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3. 3[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성과 내야 해”
  4. 4[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5. 5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6. 6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7. 7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8. 8추석연휴 마지막날도 상어 ‘부캉이’ 인기
  9. 9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10. 10충남 부여 남서쪽서 규모 2.6 지진 발생
  1. 1[2026 국감 브리핑] 김희정 "'대입 원서 접수번호로 경쟁률 유추 가능' 사실로 확인…정부 대책마련해야"
  2. 2연휴 강타한 우크라 포로 송환· DMZ 지뢰사고 늑장조사 논란
  3. 3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4. 4울산 북구·구의회, 노동자 권익 보호 위해 맞손 잡았다
  5. 5장동혁 “국민 분노 폭발 직전…재산 약탈중지하라”
  6. 6민주 “국힘, 장병 부상 앞에서 정쟁 멈추라”
  7. 7오세훈 “李대통령 실거주 이어 실경작 집착…국민 싸울 대상 아냐”
  8. 8[2026 국감 브리핑]미래기금 사업 95% 원안 그대로 수용·증액…박수영 “방만 편성” 지적
  9. 9李 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마치고 귀국…국내 현안 산적
  10. 10[속보] 軍·유엔사, DMZ 폭발현장 조사…“추가 조사 예정”
  1. 1[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성과 내야 해”
  2. 2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3. 3한화에어로, ‘경력직 채용 지침’ 사과…재발방지책 마련키로
  4. 4제주항공 부산~중국 구이린 주 4회 신규 취항
  5. 5제주항공 부산~중국 구이린 주 4회 신규 취항
  6. 6“문제 없을까?”… 공정위 퇴직자들, 대형 로펌에 대거 취업
  7. 7미국의 몽니?… 공식 발표 계속 미뤄지는 ‘대미(對美) 투자 1호’
  8. 8숙박업 세금체납 4년간 3.4배↑…주요 업종 중 최대폭 증가
  9. 9‘말로만 자율주행 기술 육성’… 관련 부처 예산 오히려 삭감돼
  10. 10"미래기금 사업 131건 중 95%는 부처 요구대로…감액 6건 불과"
  1. 1진주, 3대 가을축제로 물든다
  2. 2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3. 3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4. 4추석연휴 마지막날도 상어 ‘부캉이’ 인기
  5. 5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6. 6충남 부여 남서쪽서 규모 2.6 지진 발생
  7. 7부산항 앞바다서 60대 여성 심정지 상태로 구조
  8. 8“죽여버리겠다” 음주운전 출소 나흘만에 신고자 협박한 60대
  9. 9소주 탄 분유 먹이고 딸 강제추행…자녀 3명 학대한 40대 징역 7년
  10. 10DMZ 사고 관련 대통령·軍지휘부 대상 고발 잇따라
  1. 1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2. 2[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3. 3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4. 4높이뛰기 우상혁, 2m22로 동메달
  5. 5남동헌,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금메달
  6. 6AG 펜싱 남자 에페, 일본 38-37 꺾고 단체전 결승…銀 확보
  7. 7한국 양궁…단체전 6종목 모두 4강행
  8. 8AG 한국 여자핸드볼 일본에 설욕하고 금…8년 만에 정상 탈환
  9. 9[속보]'약속의 8회’ 한국 야구, 일본 3-1로 꺾고 AG 5연패
  10. 10한국 야구, 일본 꺾고 금메달…아시안게임 5연패 달성
부산 야구장 미래는
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부산 야구장 미래는
사직 역사성 있지만 대체구장 부담…북항 돔은 재원 관건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