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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축제 보러 갔다가 ‘새로운 대만’을 발견했다

대만 ‘스토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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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등불축제 명불허전
- 냉전시대 유산 원산대반점
- 재개발촌 기적 무지개마을
- 새 명물 오페라하우스 등
- 몰랐던 대만 만난 즐거움

‘2025 대만등불축제‘가 지난 2월 12~23일 타오위안에서 열렸다. 대만등불축제는 36년 역사와 높은 명성을 간직한 명물이다. 올해 메인 공식 행사가 열린 타오위안은 대만의 관문공항이 있는 바로 그 도시다. 대만관광청은 이 축제를 계기 삼아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언론사를 초대했다. 이 유명한 페스티벌에 초청돼 지난달 11~15일 대만을 여행했다. 여행은 매우 인상 깊었다. 화려하기 그지없던 등불축제도 좋았지만, 미처 몰랐던 대만의 다른 매력과 ‘스토리’ 자원을 접했다.
타이중 가오메이(高美) 습지. 탐방객이 실수로 습지에 빠져도 벌금을 내야 할 정도로 환경 당국이 철저히 보호한다.
대만관광청은 등불축제 말고도 다른 명소·명물을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 주었다. 대체로 그간 잘 몰랐던 곳, 대만 특유의 멋과 맛이 깃든 곳이었다. 타이베이의 크고 유명한 곳은 한국 관광객 등이 워낙 많이들 가고 있으니, 대만의 다른 매력도 더 널리 알리려고 방향을 잡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관광 대만’의 의욕이 느껴졌다. 정해진 일정 속에 꽤 많은 곳을 방문했다. 그중 무척 인상 깊었던 순간과 공간을 추려보았다.


국립공항이 있는 타오위안에서 지난달 열린 2025 대만등불축제.
★2025 대만등불축제-타오위안

여행 취재를 온 터에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눈앞에서 연설하는 모습을 볼 줄이야. 지난달 12일 저녁, 하필 장대비가 내렸지만 타오위안시 중리구 A18 고속철도 타오위안역과 A19 타오위안 스포츠공원역 일대는 열기와 불빛이 굉장했다. 2025 대만등불축제 개등(開燈)식 현장이었다. 총통, 시장, 관광 당국 책임자 등이 일제히 연단에 올랐다. 대만관광청은 지난달 보도자료를 내고 “12일간 열린 2025 대만등불축제가 관람객 1500만 명이 방문한 가운데 지난 2월 23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고 공표했다.

기자단을 안내한 부산 화교 출신 대만 가이드는 “새해를 맞아 하늘에서 내려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기한이 되어 다시 하늘로 돌아가는 조상의 넋을 잘 전송한다는 뜻이 등불축제와 맞물리기에 무척 중요한 전통행사다.” 이 기간 대만 전역에서 등불축제가 펼쳐지는데, 공식 메인 행사는 도시를 돌아가며 연다. 올해는 타오위안에서 열렸고, 내년은 3월 3~15일 자이(嘉義)현에서 개최된다. 멋진 페스티벌이었다.

★원산대반점-타이베이

원산대반점(圓山大飯店)은 놓치지 않고 꼭 소개하고 싶었다. 타이베이에 있는 5성급 호텔이다. 현지에서 영어로는 ‘그랜드 호텔(The Grand Hotel)‘로 통했다. 호칭에서 보통명사 같은 느낌이 묻어 나왔다. 단지 ‘이 호텔은 좋은 호텔’이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높은 언덕(검단산)에 우뚝 홀로 거대하고 품위 있게 서 있는 원산대반점에는 대만의 근대사·현대사·품격·자긍이 깃들어 있다.

이 호텔이 있는 외딴 높은 언덕에는 원래 일본 신사가 있었다. 일본 패망 뒤 신사는 없앴다. 장졔스 총통의 아내 쏭메이링(송미령) 여사가 주도해 1952년 이 호텔을 만들어 국빈 등이 머무는 영빈관으로 썼다. “현재 건물은 1973년 새로이 지었다”고 호텔 소속 가이드는 설명했다. 송미령 여사는 국가 위신을 고려해 이 호텔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벽면 한쪽에는 그간 원산대반점에 묵은 국가원수와 명사 등이 기념촬영한 사진이 쭉 붙어 있다. 1966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 부부, 슈퍼스타 배용준 등의 모습도 보였다. 배용준이 왔을 때 팬들이 몰려 이 호텔 방 500개를 모두 예약했다.

타이베이의 유서 깊은 호텔 원산대반점의 비밀통로 ‘서밀도’.
★원산대반점 비밀통로 투어

원산대반점에 하루 묵으면서 받은 인상은 ‘품격 있게 운영한다’였다. 그런데 이곳에는 냉전 시대의 선명한 흔적이 생생히 남아 있다. 바로 ‘비밀통로’다. 국가원수급 국빈이 묵는 영빈관이다 보니 보안은 중요했다. 원산대반점은 언덕 위에 고립된 형국이고 뒤로는 강이 흐르며 공항이 가깝다. 매우 안전하면서도, 일단 고립된다면 탈출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 호텔은 2차 세계대전 때 유럽에서 활약한 전문가를 위촉해 탈출용 비밀 터널을 뚫었다. 국가원수 등 고위층이 경호원 등에 업혀 내리막 통로를 빨리 통과할 수 있게 미끄럼틀도 만들었고, 무지무지하게 견고하게 지었다. 수십 년 동안 가려져 있어 직원과 주민 누구도 몰랐던 이 터널은 2022년부터 일반에 공개됐다. 비밀통로의 이름은 서밀도(西密道)이다. 원산대반점은 서밀도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타이중의 명물인 무지개마을.
★타이중의 명소

대만 중부 큰 도시 타이중은 매력이 넘쳤다. 수도이자 최대 도시 타이베이에 치우친 그간 대만 여행이 조금 후회됐다. 과감히 타이베이에서 벗어나 타이중 타이난 가오슝 등 다른 도시로 다니면 대만 여행 만족도가 올라갈 것 같았다.

타이중의 최근 명물은 ‘오페라하우스’다. 정식 이름은 타이중국가가극원(National Taichung Theater)이다. 프리츠커상을 받은 일본 건축가 이토 도요가 설계해 2016년 문을 열었다. 6층까지 이어진 극장 건물을 돌아보면서 ‘직선’은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부드러운 곡선과 생태주의 건축이 사람을 품어주었다.

타이중의 무지개 마을도 ‘스토리’가 넘쳐나는 공간이다. 재개발을 앞둔 도심의 대만 전통 촌락에 할아버지가 한 분 살았다(2024년 타계). 그는 곧 사라질 오래된 집에 살며 벽에 그림을 그렸다. 잘 그렸다. 인근 중산대학 학생들이 이 그림을 봤다. 학생들은 함께 그림을 그렸다. 그림과 마을은 같이 유명해졌다. 개발과 철거를 피해 살아남았고, 문화 명소로 거듭났다.

타이중의 가오메이습지(고미습지)는 기막히게 아름답고 접근성도 좋은 생태 여행지다. 문화부문화자산원구는 옛 공장을 문화예술창작공간으로 가꾼 곳이다. 규모가 크고 시내 한복판에 있어서, 부러웠다. 타이중에는 대만 버블티의 발상지인 식당 춘수당 본점도 있다.


먀오리 지역에 자리한 캠핑촌 Sud Vista.
★Sud Vista

이번 대만 여행의 ‘비밀 병기’는 먀오리라는 지역의 산 위에 자리한 캠핑촌 Sud Vista였다. 청정한 산속에 환상과 상상력, 동심이 가득한 캠핑촌을 지어놓았다. 부산 아동문학인들이나 등산동호인과 함께 꼭 다시 오고 싶었다. 소가영(蘇佳盈) 대표는 “예술가들과 협업해 이 캠핑촌을 지었느냐”는 질문에 웃으며 “그건 아니다. 엔지니어 출신 아버지께서 구상하고 디자인했다”고 답했다. 다채롭고 어여쁜 숙박 건물, 유명한 차 브랜드인 동방미인을 활용해 만든 맥주, 깨끗한 산과 숲. 소가영 대표는 “여러분은 이곳에서 숙박한 최초의 한국인”이라며 한국 여행객의 방문을 바랐다.

www.facebook.com/SudVista.B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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