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다

콘클라베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5-03-19 19:27:13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콘클라베’(2024)는 로렌스(랄프 파인즈)의 뒷모습으로 막을 연다.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 목격하게 되는 것은 급작스러운 교황의 선종이다. 종교적 권위의 정점에 서 있던 상징적 가부장의 죽음. 만인의 존경을 받던 아버지가 사라지자, 생전 그의 위광 아래 숨죽이던 아들들은 저마다의 야망을 품고 공석이 된 옥좌에 오르고자 이빨과 발톱을 드러낸다. 추기경단 단장인 로렌스는 애도할 틈도 없이 다음 교황을 선출하는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는 것으로 내분의 불씨를 진화하고자 한다.
영화 ‘콘클라베’의 한 장면.
과격파와 진보파가 대립하고, 그 틈새에서 제 잇속만 차리는 모리배들로 넘쳐나는 정치적 내전 상태. 그리고 이러한 시기에 가장 고뇌하고 번민하며 희생양이 되기 쉬운 유형의 인간은 넘어선 안 될 선을 알고 질서와 인문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온건한 상식인이기 마련이다. ‘서부전선 이상없다’(2022)에서 마티아스가 독일의 패배를 인정하고 휴전협정에 서명하는 것으로 1차 세계대전의 참극을 종결지었듯, 로렌스는 교황의 자리를 둘러싼 분쟁을 관리하고 극우화의 위험에서 가톨릭교회를 건져내고자 한다. 총성이 울리지 않을 뿐, 감독의 관점에선 ‘콘클라베’ 역시 일종의 ‘전쟁’ 영화인 셈이다.

영화의 메시지는 철저하게 계산된 시각적 연출에 감춰져 있다. 치밀하고도 강박적으로 통제된 프레임을 통해 영화의 의미를 조형해 내려는 형식 미학적 완벽주의는 오늘날 다른 데선 좀처럼 찾기 어려워진 미덕이 아닐 수 없다. 이 영화는 엄격한 좌우대칭 구도와 기하학적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의 선과 면을 강조하는 한편 스카이라인을 극도로 낮게 제한하는데, 이는 교황청의 전통과 질서가 유서 깊은 만큼이나 얼마나 강고한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폐소공포증을 자아낼 것처럼 갑갑함을 관객의 흉중에 심어준다. 정결해야 할 교회의 심장부에 도사리는 부패와 타락의 징후는 건축의 르네상스적 아름다움과는 어울리지 않는, 추기경들이 바닥에 버린 수북한 담배꽁초와의 대비로 드러난다.

커튼이 닫히는 창밖에서, 때로는 비좁은 복도 한가운데서 격리된 공간에 처한 로렌스를 포착하는 카메라는 마치 감옥 또는 짐승을 가둔 우리 같은 인상을 자아낸다. 추기경단으로 대표되는 남성중심성의 세계. 절대 무너지지 않을 철옹성 같았던 그들만의 리그에 균열을 일으키는 건 밖에서 찾아오는 외부효과다. 둘째 날 광장에서 있던 폭발의 연기로 드러난 전조는 셋째 날 투표 때 천장의 폭발과 그로 인해 실내로 쏟아지는 빛으로 더욱 본격화한다. 이는 제 3세계에서 온 베니테스 추기경과 허드렛일을 도맡으며 교회를 떠받치지만 콘클라베에 참여할 자격을 부여받지 못한 수녀들처럼 정상성의 바깥에 놓인 채 소외된 질서의 외부자들이 망가진 공동체에 변화의 흐름을 불러올 것임을 암시하는 장치다.

베니테스 추기경의 존재와 동일시되는 거북이는 갇혀 있기 싫어하는 생물의 본성대로 기어 나오고 로렌스는 이를 도로 정원에 넣어준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보수적인 공동체도 타 종교, 문화와의 타협과 공존, 여성과 성적 소수자에 대한 엶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포용하게 된 것이다. 작은 진보의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지난한 분쟁과 교섭의 과정을 치러야 하는가를 ‘콘클라베’는 시사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 김정은, 중대장대회 지도.. "군사 혁명 다그치자는 것"
  2. 2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모레까지 최대 120㎜ 이상
  3. 3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 27일 재심의…승인 여부 촉각
  4. 4면세구역서 주운 담배 반출하다 걸린 직원, 징계 피해 퇴사 후 재입사
  5. 5한전, 사채 한도 19조 초과 위기에 '전기요금 인상론' 재개
  6. 6[속보] 추미애, ‘예산 전액 삭감’ 경기도 순직 소방관 추모행사 참석
  7. 7인천서 노루 사냥 엽총에 밭일하던 80대 부상... "앉아 있어 못 봤다"
  8. 8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7.8원… 전주보다 0.5원 ↓
  9. 9與, ‘혁명가 박정희’ 포럼에 “국힘, 역사 왜곡 정당이냐” 비판
  10. 10국힘 "與 신천지 개입설, 그토록 좋아하는 특검으로 밝히자"
  1. 1[속보] 김정은, 중대장대회 지도.. "군사 혁명 다그치자는 것"
  2. 2與, ‘혁명가 박정희’ 포럼에 “국힘, 역사 왜곡 정당이냐” 비판
  3. 3국힘 "與 신천지 개입설, 그토록 좋아하는 특검으로 밝히자"
  4. 4[속보]통일부 “김정은 방중…오늘 신압록대교 통해 단둥 도착”
  5. 5[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6. 6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7. 7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8. 8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9. 9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10. 10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1. 1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 27일 재심의…승인 여부 촉각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7.8원… 전주보다 0.5원 ↓
  3. 3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4. 4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5. 5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6. 6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7. 7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8. 8[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9. 9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10. 10"해양 위협하는 발전소 온배수, 5년간 바다에 3700억t 배출"
  1. 1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모레까지 최대 120㎜ 이상
  2. 2면세구역서 주운 담배 반출하다 걸린 직원, 징계 피해 퇴사 후 재입사
  3. 3한전, 사채 한도 19조 초과 위기에 '전기요금 인상론' 재개
  4. 4[속보] 추미애, ‘예산 전액 삭감’ 경기도 순직 소방관 추모행사 참석
  5. 5인천서 노루 사냥 엽총에 밭일하던 80대 부상... "앉아 있어 못 봤다"
  6. 6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7. 7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8. 8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9. 9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10. 10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