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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가까워졌네…원주는 보물상자

한국의 장자제 소금산서 스릴, 국내문학 거장 발자취에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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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로 3시간, 원주 여행

원주의 명산 소금산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 출렁다리. 100m 높이의 암벽 봉우리를 연결한 다리로, 길이만 200m에 달한다.
‘원주’는 치악산과 섬강으로 대표되는 천혜의 자연을 품은 매력적인 도시다. 춘천 강릉과 함께 강원도 ‘3대 도시’ 중 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산 시민에게는 쉬 떠나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4시간 이상 걸리는 시외버스를 이용하거나, 번거롭게 기차를 환승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부전역에서 청량리역을 잇는 중앙선이 완전히 복선화되며 부산과 강원도의 거리가 한결 가까워졌다. 부전역에서 원주역까지 ‘KTX-이음’을 타면 3시간 10분, ‘ITX-마음’은 4시간 30분 만에 닿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부지런히 움직인다면 당일치기 여행도 가능하다.

SNS나 블로그에도 중앙선 기차 여행기가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 원주시 역시 지난 1월 부산지역 여행사를 대상으로 팸투어를 개최하는 등 부산 여행객 맞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강원도 기차 여행을 계획 중인 이를 위해 원주의 핫 플레이스를 둘러봤다.


◇보물 1 ‘小금강산’이라 불렸던 그 시절의 핫플 소금산

1580년 강원도 관찰사로 등용된 송강 정철은 원주에서 섬강을 마주하고 그 아름다움을 예찬한다. “한수(漢水)를 돌아드니 섬강(蟾江)이 어디메뇨, 치악(雉岳)은 여기로다.” 그 유명한 관동별곡의 한 구절이다. 섬강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이 ‘간현관광지’다. 간현관광지는 섬강과 삼산천이 합류하는 곳으로, 치악산 못지않은 원주의 명산 ‘소금산’이 그곳에 우뚝 솟아있다. 빼어난 산세가 ‘소(小)금강산’ 같다 하여 이름이 붙었다. 1970·80년대 대학생들의 MT 명소이자 수도권의 여름 휴양지로 사랑받은 그 시절의 ‘핫플’이었다.

간현관광지는 최근 ‘소금산 그랜드밸리’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랜드마크는 단연 2018년 개장한 ‘출렁다리’다. 100m 높이의 봉우리를 연결하는 200m 길이의 다리로, 개장 당시 국내 최장 길이의 산악 보도교로 유명세를 떨쳤다.

매표소에서 출발해 출렁다리에 이르기 위해서는 578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호기롭게 출발해도 5분만 지나면 금세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코스다. 잔뜩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며 마지막 계단을 딛고 서면 삼산천과 소금산이 빚은 천혜의 절경을 만날 수 있다. 거칠게 솟은 기암괴석과 고목이 만들어낸 모습은 중국의 절경지 장자제 못지않다.

건너편 봉우리까지 뻗은 소금산 출렁다리는 바라만 봐도 심장이 저려온다. 다리를 목전에 두고 발을 떼지 못한 채 머뭇거리는 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용기를 내 ‘출렁’이는 다리 위로 발걸음을 내디디면 ‘철렁’하고 심장이 내려앉는 경험을 하게 된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700m 길이의 데크산책로와 소금산 벼랑을 아슬아슬하게 끼고 도는 소금잔도, 상공 150m 높이로 솟은 스카이타워(사진)가 방문객을 반긴다. 마지막으로 404m 길이의 울렁다리를 건너면 모든 코스가 끝난다. 주차장까지 돌아오면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지난달 26일부터는 주차장과 출렁다리 입구를 잇는 케이블카가 개통돼 계단을 오를 필요 없이 소금산 그랜드밸리에 도착할 수 있게 됐다. 케이블카 이용료와 입장권이 포함된 통합권은 성인 기준 1만8000원이다.


◇보물 2 박경리 문학공원, 여기서 토지 4·5부 완성했다네

원주 박경리 문학공원에 위치한 옛집 내부 모습. 박경리 소설가는 이곳에서 18년간 머무르며 대하소설 ‘토지’의 4, 5부를 집필했다.
“원래의 대지, 본질적인 땅이란 의미로 해석되는 ‘원주’. 이름 그 자체를 나는 사랑했는지 모른다.” 대하소설 ‘토지’를 집필한 박경리 선생(1926~2008)이 남긴 말이다. 원주는 선생에게 각별한 도시였다. 선생은 1980년 서울을 떠나 원주 단구동으로 이사한 뒤 소설 ‘토지’의 4부와 5부를 완성했다. ‘토지’ 집필 기간 26년 중 18년을 이곳서 머물렀다 하니 원주를 ‘토지’의 산실이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선생이 거주하던 단구동 집 일대는 현재 ‘박경리 문학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연간 1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 원주의 명소다. ‘옛집’은 선생이 지내던 당시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토지를 쓰던 집필실과 선생이 손수 가꾼 텃밭과 나무, 손자들을 위해 만든 수영장까지 풍경 하나하나에서 선생의 자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문학의집’에서는 선생의 작품 세계를 배울 수 있다. 전시실에는 선생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과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토지’를 이해하기 쉽도록 역사적, 공간적 이미지와 등장인물 관계도를 전시해 놓은 공간도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는 문화 해설과 함께 시설을 관람하면 감동은 배가 된다.


◇보물 3 피란민 애환 서린 ‘소울푸드’ 원주만두

여행 도중 출출하다면 ‘원주만두’가 들어간 만둣국(사진)을 맛보면 어떨까. 원주 시장에는 유난히 만둣가게가 많다. 그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한국전쟁 이후 원주에도 수많은 피란민이 정착했다. 이들은 원조받은 밀가루로 피를 빚고, 시장에 널려있던 배춧잎을 주워다가 속을 채워 만든 만두로 배고픔을 달랬다. 이것이 유래가 돼 지금의 원주만두 형태로 발전하게 됐다고 한다. 원주만두에는 김치 두부 당면 부추 등으로 만든 속이 들어간다. 크게 한입 베어 물면 아삭한 식감과 함께 매콤한 맛이 터져 나온다. 담백한 국물까지 들이켜고 나면 여행으로 쌓인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 든다. 또 다른 향토 음식인 ‘칼만’도 별미다. 칼국수에 만두를 넣어서 함께 먹는 음식으로, 시장 상인들과 노동자들이 저렴하고 빠르게 한 끼를 때우기 시작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10월엔 만두 축제가 열린다. 행사 기간에는 원주중앙시장 도래미시장 자유시장 등 원주 일대가 만두 익는 냄새로 가득 찬다. 지난해 열린 ‘제2회 원주만두축제’에는 무려 50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보물 4 산업관광지 2곳 견학하고 할인은 덤

원주에서 만두 못지않게 유명한 것이 있다. 바로 홍삼이다. 원주시 소초면에는 ‘KGC인삼공사 원주공장(사진)’이 있다. 실제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을 만드는 평범한 공장이지만, 많을 때는 한 달에 2000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는다. 원주 시내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이곳까지 발걸음이 닿는 이유는 홍삼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두 눈으로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주공장의 홍보관은 방문객을 대상으로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삼을 세척하고 건조한 뒤 추출해 실제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공장 곳곳을 살펴보고 있으면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견학을 모두 마친 뒤에는 홍보관 내에 마련된 매장에서 KGC인삼공사의 제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매장 옆 휴게공간에서는 홍삼 에이드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입안에 달콤쌉싸름하게 번져오는 홍삼의 풍미는 견학의 즐거움을 돋우는 ‘킥’이 되어준다.

원주의 지역 기업 ‘네오플램’ 공장도 최근 산업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1990년 주방용품 수입 유통업체로 출발한 네오플램은 2006년 제조업으로 전환한 뒤, 20년 가까이 항균 도마와 세라믹 코팅 제품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유리창을 통해 공장 전경을 구경할 수 있고, 쇼룸에서는 시중보다 저렴하게 주방용품을 판매한다. 두 공장 견학 신청은 KGC인삼공사와 네오플램 공식 홈페이지에 문의하면 된다.

한편, 원주가 부산의 여행권으로 편입되면서 관련 상품을 내놓는 여행사도 눈에 띄게 늘었다. 원주를 중심으로 한 1박2일 기차여행 상품부터 동해나 강릉 등 근교를 함께 돌아보는 2박3일 상품까지 구성이 다양하다. 새영남여행사 정경해 대표는 “KTX를 타고 원주역까지 이동한 뒤, 전용 버스로 여행지를 둘러보는 상품을 출시했는데 반응이 뜨겁다. 쉽게 떠나기 어려웠던 강원도의 여행지를 매력적으로 여기는 부산 여행객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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