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타인까지 치유하는 힐링의 여정

고독한 미식가-더 무비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5-04-16 19:18:25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2025)를 보기 전엔 모종의 걱정이 있었다. 우리는 일을 마치고 공복을 느끼면 한시 바삐 괜찮은 식당을 찾아 헤매는 이노가시라 고로의 걸음을 따라가, 음식을 마주하고 맛을 음미하며 그가 느끼는 순간의 행복감에 동참해 온 바 있다. 매 회마다 빠지지 않는 대사 “배가 고파졌다(腹が、減った)”, 세 번의 효과음과 함께 컷으로 줌 아웃하는 연출은 장장 시즌 10까지 이어진 이 시리즈 특유의 시그니처로 뇌리에 각인되었을 지경. 문제는 인기 드라마의 극장판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 영화 또한 한 회 분량의 단편으로 충분한 이야기를 억지로 잡아 늘린 안이한 팬서비스가 되지 않을까를 염려했던 것이다.
드라마를 영화화한 ‘고독한 미식가-더 무비’의 한 장면.
주연에 각본, 감독까지 도맡은 마츠시게 유타카가 이 데뷔작에 임하는 방식은 가히 드라마의 영화화에 대한 모범 답안이라 할만하다. 시리즈 본유의 매력을 유지하면서도 이야기의 외연을 확장하고 작품으로서의 완결성과 주제의식을 부여한다는 것. 한때 감독을 지망했지만 필름 값이 비싸서 포기하고 배우의 길을 선택했다는 일화가 거짓은 아니었는지 ‘고독한 미식가-더 무비’는 의욕이 느껴지는 꽤 근사한 영화이고 성공적인 이식작이다.

프랑스 파리에 출장간 고로는 고향의 국물음식을 찾아달라는 또 다른 의뢰를 받고 의뢰인의 고향인 고토 열도로 향한다. 그러다 뜻하지 않게 태풍에 휩쓸려 한국 남쪽의 외딴섬 남풍도로 표류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국물의 정체를 밝혀내고, 도중 만나게 된 여러 사람들을 돕게 된다.

시리즈를 진득하게 보아온 오랜 팬이라면 시즌 1의 4화에서 고로가 한 때 파리에 살았던 과거가 슬쩍 드러난 부분이 프랑스 출장에 옛 연인 사유리의 딸 치아키가 등장하는 걸로 연결되고, 시즌 7, 8 이래 오랜만에 한국이 배경으로 나오며 시즌 1 첫 화에 나왔던 골목과 가게가 엔딩 크레디트를 장식하는 데서 반색했을 것이다. 여기서 고로의 직업이 수입잡화상이라는 설정과 이동의 모티브는 영화의 주제를 완성하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

먼저 파리에 살고 있는 의뢰인의 고향은 나가사키의 고토 열도인데 이곳은 ‘복수는 나의 것’(1979)과 ‘사일런스’(2016)에서 묘사했듯 기독교인에 대한 차별과 박해의 역사가 깊었던 곳으로, 노인의 사연은 밝혀지지 않지만 교회의 존재는 드러난다. 표류한 고로를 돕는 조력자인 시호는 남편과 꾸리던 라멘가게가 코로나로 경영이 악화되면서 생긴 부부간의 불화로 일본을 떠나 한국에 머물고 있다. 고로가 만나는 인물들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인해 본래 살던 곳으로부터 단절된 국외자들, 망향(望鄕)의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로 공통된다.

의뢰인인 노인이 고향 마을의 풍경을 그린 그림을 받고 기뻐하는 도입부는 영화 전체의 주제를 예고한다. 몸은 돌아가지 못해도 물건은 국경을 넘나들고 상대에게 전해져, 비록 만나진 못해도 서로의 존재와 마음을 확인시킨다. 이로써 음식을 찾는 고로의 여행은 자신을 힐링하는 식사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끊어진 인연의 끈을 다시 이어주고 회복시키는 치유의 여정이라는 의미를 부여받는다. 이 영화를 통해 마츠시게 유타카는 자신이 배우일 뿐만 아니라 의외로 재능 있는 연출가이자 사려 깊은 이야기꾼임을 입증한 셈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사설]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5. 5‘국민아버지’ 배우 최불암 떠나보내며
  6. 6“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7. 7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8. 8[시민기자] 랜드마크 ‘범선형 관광시설’ 북항에 만들자
  9. 9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10. 10‘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1. 1“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2. 2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3. 3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4. 4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5. 5이해충돌 빗장 풀려는 시의회…“사익추구” vs “전문성 강화”
  6. 6민주, 5일 조희대 국조요구서 보고…국힘 “탄핵 역풍 맞을까 질질 끌어”
  7. 7국힘 새 당무감사위원장 양준모 교수
  8. 8[와이라노] “한국은 단검” 美 안보청구서 점점 커진다
  9. 9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10. 10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1. 1‘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2. 2주식 팔면 다음날 돈 받는다…증권시장 결제주기 하루 단축
  3. 3호반, 한진칼 최대주주 기업결합 신고
  4. 4K-팝 열풍 타고 부산관광 키운다…한류산업 진흥 조례 추진
  5. 5“9증9포 독보적 특허 ‘명품 홍삼’…글로벌 1위 도전”
  6. 6[한 손 뉴스] 부산·통영 ‘환경교육도시’로…특화 환경교육 행·재정 지원(종합)
  7. 7“올해 북극항로 이용 150척…역대 최다 전망”
  8. 811월 제철 삼치·가리비 맛보세요
  9. 9올 ‘산소부족 물덩어리’ 완전히 사라졌다
  10. 10팬스타엔터프라이즈, 해운·조선해양 중심 사업구조 재편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5. 5모집 공고만 15차례…부산 보건소도 ‘의느님’ 모시기 진땀
  6. 6국제사우회 “지광 손 뗄 때까지 함께 싸울 것”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3일
  8. 8김해,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 유치
  9. 9인니 선원 모텔 감금 혐의 경호원들 송치(종합)
  10. 10봉사·일·문화 등 다양한 분야 경험·재능 나눠
  1. 1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2. 2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3. 3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4. 4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5. 5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6. 6“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7. 7“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8. 8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9. 9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10. 10‘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