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괴물이 된 인간과 인간이 된 괴물, 근대성에 대한 우화

‘프랑켄슈타인’(2025)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5-09-24 19:21:10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를 영화화하는 작업은 러브크래프트의 ‘광기의 산맥’과 더불어 기예르모 델 토로가 필생의 숙원으로 손꼽아온 것이었다. 그런 만큼 이 프로젝트가 ‘프랑켄슈타인’(2025)으로 결실을 보기까지의 과정은 실로 파란만장했다. ‘판의 미로’(2006)를 마친 직후 ‘쇼생크 탈출’(1994)의 명장 프랭크 다라본트가 집필한 각본을 쥐고 시도했으나 작가 조합 파업으로 인해 들어갈 시기를 놓쳤고, 그 후 ‘프랑켄슈타인’(1931)과 ‘프랑켄슈타인의 신부’(1935)의 이야기를 합친 영화의 구상을 밝혔으나 연출의 통제권을 보장받지 못해 이 또한 무산되고 말았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와의 협업으로 재가동하게 되었지만 촬영에 들어갈 시점에 주연으로 내정된 앤드류 가필드의 일정이 충돌하면서 제이콥 엘로디로 교체하는 소동까지 겪어야 했다. 그러한 진통을 겪고 나서야 선보인 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은 단연 돋보이는 걸작이자 경력의 한 집대성이다. ‘크림슨 피크’(2015)의 고딕 미장센, ‘나이트메어 앨리’(2021)의 치밀한 시대 고증, ‘셰이프 오브 워터’(2017)에서 두드러진 소수자에 대한 휴머니즘적 감수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 영화에서 델 토로는 자신이 탐미주의에 대한 스타일리스트의 집착과 장르에 대한 마니아적 열정을 넘어선 진중한 사색가로 거듭났음을 증명해 보인다.

2막의 구성을 취하면서 영화는 전반부는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 후반부는 몬스터의 몫으로 나누어 각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서술한다. 빅터는 근대적 정신의 속성을 함축한 인물이다. 의사인 아버지의 훈육을 받은 그는 인체를 여러 부품으로 구성된 기계장치처럼 인식하며, 파편화된 부위를 재조립하면 생명을 창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고 정복하려는 그의 광기 어린 열망의 이면에는 근본적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 어머니를 잃은 데서 나타나듯 전통적인 관계, 유기적 총체성이 해체된 것에 대한 불안과 위기감이 깔려있다. 조각난 신체를 얼기설기 엮은 외형의 몬스터는 전쟁터의 시신을 접합해 만들어진 것이다. 기존 질서를 붕괴시키며 합리적 이성과 진보를 과시하던 근대 사회는, 역설적이게도 잘려 나가 잃어버린 유기체적 합일성의 회복을 도착적으로 추구하며 ‘괴물’의 형태로 귀환시키는 것이다.

거울을 미장센으로 자주 활용하는 데서 암시되듯 ‘프랑켄슈타인’ 바탕에 깔린 모티브는 ‘투사’(projection)이다. 의도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잇달아 주변인들을 희생시키고 몬스터의 탓으로 돌리는 빅터는 자신의 창조물에게서 원망의 정신으로 모든 것들을 파괴하는 ‘괴물’로 전락해 버린 일그러진 자화상을 본다.

반면 이형(異形)의 존재에 거리낌 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인간의 현실을 경험했음에도 몬스터는 선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타자와 관계 맺기를 희망하며 인간성을 키워나감으로써, 빅터와는 대척점을 이루며 근대 인간이 상실한 어떤 유토피아적 이상을 드러낸다. 인간이 괴물이 되고, 괴물이 인간이 되는 대비(對比)와 역전(逆轉)의 드라마. ‘프랑켄슈타인’을 통해 델 토로는 근대성에 대한 한 편의 철학적 우화를 조형해 내는 데 성공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4. 4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5. 5[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6. 6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7. 7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8. 8‘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9. 9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10. 10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3. 3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4. 4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5. 5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6. 6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7. 7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8. 8‘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9. 9靑 정책실장에 하준경 수석, 지방시대위원장에 박정현
  10. 10이 대통령 "전작권 환수로 자주국방 마침표"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4. 4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5. 5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6. 6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7. 7주가지수- 2026년 10월 1일
  8. 8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우수학술 부문
  9. 9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연구혁신 부문
  10. 10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1. 1“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4. 4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5. 5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6. 6‘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7. 7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8. 8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9. 9“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0. 10검찰 기존 사건 90일 간 수사 가능…대규모 사건이관에 현장혼선 우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5. 5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6. 6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7. 7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8. 8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9. 9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10. 10독립운동가 후손 재일교포 허미미, AG 여자 유도 57㎏급 금메달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야구 없는 날에도 팬·관광객 북적…도쿄돔 일대는 미니도시
부산 야구장 미래는
사직 역사성 있지만 대체구장 부담…북항 돔은 재원 관건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