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봄이 노랗게 번졌다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부부가 60년간 일군
- 거제 바닷가 공곶이
- 물결 치는 수선화밭

- 산수유 900여 그루
- 몽글몽글 꽃 피워내
- 물오른 창원 예곡마을

봄과 함께 매화가 핀다. 봄바람에 수선화와 산수유가 꽃을 피운다. 봄의 절정에는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지난 14일 경남 거제시 공곶이 꽃밭에 노란 수선화가 활짝 피어 있다. 밭을 뒤덮은 노란 꽃들이 해 질 녘 노을과 어우러져 색다른 봄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봄바람을 따라 경남 거제도의 ‘바다와 사람이 함께 만든 특별한 풍경’을 찾았다. 섬의 남쪽 끝자락, 파도가 잔잔히 부딪히는 해안 몽돌밭 위에 자리한 작은 곳. 바로 공곶이다.

이곳은 화려한 관광지라기보다는 천천히 걸으며 만날 수 있는 조용한 정원이다. 자동차로 바로 닿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예구항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된비알을 따라 오르든지 바닷가 길을 따라 걸어야 한다. 멀지 않은 길이지만 그사이에 펼쳐지는 풍경은 마치 한 편의 여행 이야기를 만들어 준다.

예구마을을 벗어나 바다를 따라 난 길에 들어서면 바람에는 짠 내가 묻어 있고, 끝자락에서 만나는 몽돌해변의 파도는 몽돌에 부딪히며 낮고 깊은 소리를 낸다. 까꼬막을 선택한다면 땀이 이마에 비칠 때쯤 동백나무 숲 333개의 돌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예곡마을에 활짝 핀 산수유. 900여 그루의 산수유가 마을 전체를 노란빛으로 물들였다.
그렇게 20분쯤 걸어가다 보면 갑자기 시야가 넓어지며 작은 언덕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언덕에는 계단처럼 이어진 밭과 꽃들이 바다를 향해 펼쳐져 있다. 공곶이의 풍경이다.

공곶이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봄의 문턱이다. 겨울의 차가운 기운이 조금씩 풀리는 3월이면 언덕에는 노란 수선화가 피어나기 시작한다.

수선화는 들판이나 공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지만 공곶이에서 만나는 풍경은 조금 다르다. 이곳의 꽃밭은 산이나 숲을 배경으로 하지 않는다. 대신 바로 앞에 펼쳐진 남해 바다가 배경이 된다.

멀리서 보면 언덕 전체가 노란 물결처럼 보인다. 꽃 사이로 난 작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꽃밭 한가운데 서 있게 된다. 고개를 들면 파란 바다, 고개를 숙이면 노란 꽃. 공곶이의 봄은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깊은 색으로 채워진다.

지금의 공곶이는 자연이 만든 풍경이면서 동시에 사람의 시간이 쌓여 완성된 장소다.

이 언덕은 원래 돌이 많고 척박한 땅이었다. 지금처럼 꽃과 나무가 가득한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에 정착한 고 강명식 지상악 부부가 60년을 바쳐 일궈낸 결실이다.

1957년, 경남 진주 문산에 살던 천주교인 강명식 씨는 문산성당 공소가 있는 거제 예구마을의 교인 지상악 씨와 혼인하기 위해 거제에 왔다가 동네 어른들에게서 마을의 천주교 수난사를 듣고 뒷산에 올라 산책하던 중 공곶이를 발견했다. 종교의 숭고함과 의미, 그곳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한 강명식 씨는 착실하게 모은 재산으로 공곶이를 매입한 뒤 손수 돌을 하나씩 치우고 흙을 고르고 동백나무와 감귤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며 시간을 쌓았다.

한파로 감귤나무가 피해를 보자 강 씨가 부산에 나갔다가 들른 종묘상에서 구매한 수선화 구근 3뿌리을 가꾸어 지금의 수선화 농장이 되었다. 또 종려나무를 새로 시작했고, 2005년 영화 ‘종려나무 숲’의 촬영지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공곶이에는 단순한 자연 풍경과는 다른 느낌이 있다. 이곳의 나무와 꽃에는 강 씨 부부와 5남 1녀 자식들의 손길과 시간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수선화 사이를 걷다 보면, 이 정원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공곶이로 향하는 길목에는 또 하나의 봄이 있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예곡마을이다. 약 1.6㎞에 걸쳐 900여 그루의 산수유가 심어진 이 마을은 봄이면 전체가 노란빛으로 물든다. 작은 꽃들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노란 산수유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예곡누리길’이 이어지고, 개천과 굴다리, 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이 또 다른 봄의 결을 만든다.

이번 여정은 하나로 이어진다.

봄바람은 두 곳을 잇고, 그 바람을 따라가는 동안 계절은 봄이 되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고속도로 달리던 중 렌터카 핸들에서 뱀 출몰…소방 출동
  2. 2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3. 3진주시, 70여 년 만에 보건소 단독 신청사 건립
  4. 4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5. 5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6. 6부산서 ‘불멍’ 즐기다 날벼락…일가족 2명 다쳐
  7. 7반도체 날개 달고 韓 수출 사상 첫 9000억 불 돌파…올해 1조 달러 달성할 듯
  8. 8진주서 택시 화재…운전자 등 2명 화상
  9. 9[속보]피 토하는 아들 방치하고 사망보험 가입한 보험설계사 母 징역 3년
  10. 10[속보]‘엿새째 무소식’ 부캉이 진짜 떠났나…3일 최종판단
  1. 1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2. 2이 대통령 '순방 외교' 공방, '돼지 눈엔 돼지" 표현 논란도
  3. 3李 대통령 “다문화가정 지원, 문제 시정하는 게 차별 아냐”
  4. 4장동혁 “박근혜, ‘인재들로 총선 이기고 정권 탈환’ 당부”
  5. 5[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6. 6장동혁 “李대통령 ‘황제골프’ 수준 넘어 ‘민폐골프’”
  7. 7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8. 8李대통령 "다문화 지원 필요하나 역차별까지 정당화 안 돼"
  9. 9진성준 뒤늦게 美비자 발급, 野"한미동맹 균열 드러낸 외교 망신"
  10. 10“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1. 1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2. 2반도체 날개 달고 韓 수출 사상 첫 9000억 불 돌파…올해 1조 달러 달성할 듯
  3. 3[속보]‘엿새째 무소식’ 부캉이 진짜 떠났나…3일 최종판단
  4. 4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종합)
  5. 5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6. 6이재용 일본 반도체 패키징 거점 방문, 日 소부장 협력 모색
  7. 7못 말리는 한국 제품 인기…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 눈앞에(종합)
  8. 8은행 부실채권 1년만에 1조3000억 늘었다…8년6개월만에 최대
  9. 9동원개발, 협력사와 손잡고 ‘안전보건 상생’ 다짐
  10. 10국산 비만약 에페 공급가, 마운자로보다 40% 저렴
  1. 1고속도로 달리던 중 렌터카 핸들에서 뱀 출몰…소방 출동
  2. 2진주시, 70여 년 만에 보건소 단독 신청사 건립
  3. 3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4. 4부산서 ‘불멍’ 즐기다 날벼락…일가족 2명 다쳐
  5. 5진주서 택시 화재…운전자 등 2명 화상
  6. 6[속보]피 토하는 아들 방치하고 사망보험 가입한 보험설계사 母 징역 3년
  7. 7부산 영도 조선소 러시아 어선 화재…소방대원 1명 부상
  8. 8[한 손 뉴스] 마르는 회야강에 낙동강 물 공급 검토…양산시 타당성 조사 착수
  9. 9밤부터 비 그치고 월요일 오전 맑아져…평년 기온 보일 듯
  10. 10[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1. 1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2. 2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3. 3‘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4. 4“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5. 5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6. 6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7. 7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8. 8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9. 9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10. 10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우리은행
부산 야구장 미래는
“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부산 야구장 미래는
선수 공간까지 체험하는 돔투어…야구 테마 복합문화시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