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작 웹툰 성차별 등 논쟁 촉발
- 배우 출연고사에 교사 반발까지
- 사이다 응징 대리만족 화제몰이
- 넷플릭스 글로벌 TV시리즈 1위
- 해외서도 “우리 현실 닮아” 환호
- 실제 초보아빠로 교육현장 체감
- “어려운 문제들 함께 고민했으면”
‘넷플릭스’를 위시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등장은 콘텐츠 시장에만 변화를 몰고 온 게 아니다. 내수 시장 중심으로 활동해 온 국내 배우들의 행보도 OTT 등장과 함께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작품 하나 잘 되면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명성을 얻을 기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이정재와 정호연이 대표적. 같은 작품에 출연한 박해수 위하준도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한 바 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글로벌 스타가 탄생했다. ‘참교육’의 김무열이다. ‘참교육’은 가상의 정부 조직인 ‘교권보호국’이 문제 학생과 교권 침해 사안을 응징하는 내용을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김무열은 문제 학교에 감독관을 파견해 ‘참교육’을 실시하는 교권보호국 소속 나화진으로 분했다.
‘참교육’이 넷플릭스 글로벌 TV 시리즈 부문 1위에 오르면서 김무열을 향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인기의 척도로 활용되는 인스타그램 팔로우 수가 폭등했고, 미국 프로레슬링 WWE 스타 존 시나는 자신의 닮은 꼴이라며 김무열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박제했다. 김무열과 긴 시간을 함께해 온 프레인 TPC의 여준영 대표는 SNS에 다음과 같은 말로 기쁨을 표현하기도 했다. “(무열이가) 유명해지긴 싫고 조용히 연기하고 싶다고 했는데. 어쩌지. 이제 둘 다 글렀네.”
■“논란의 작품, 고민하며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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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의 주연 배우 김무열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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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종로구에서 인터뷰로 만난 김무열은 “많은 분이 재미있게 봐주실 것 같다는 기대 정도는 있었지만, 국경 넘어 이렇게까지 반향을 일으킬 줄은 몰랐다”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프랑스, 독일과 미국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닮은 사례들이 많더라. 부모의 입장, 학생의 입장, 선생님의 입장이 세계적으로 결국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다”며 ‘참교육’을 향한 관심에 신기함과 감사함을 드러냈다.
지금 이렇게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지만, ‘참교육’은 공개 전까지 온갖 우려를 낳았던 작품이다. 원작 웹툰이 인종차별과 성차별 논란에 휩싸인 바 있고, 이로 인해 캐스팅 물망에 올랐던 배우가 몇 차례 출연을 고사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일부 교사 단체에서는 제작 중단을 요청하면서 또 한 번의 곡절을 겪어야 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작품을 선택하는 건 배우로서 어느 정도 각오가 필요한 일이다. 작품이 배우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도 있고, 자칫 작품의 총알받이 역할을 해야 할 수도 있어서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다”는 의미심장한 말로 말문을 연 김무열은 “문제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니어서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개인적으로도 참 많이 했다. 그러나 어떤 말을 하든 결국 말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굉장히 뻔한 말일 수 있지만 배우는 작품으로 말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며 “팬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고 보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역시 연기다. 작품을 보시고 진심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었다”라며 그간의 심정을 드러냈다.
배우는 연기로 말하는 존재라는 김무열에게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 사회적 이야기를 하는 드라마의 역할이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는지. 일각의 주장처럼 드라마는 드라마로만 즐기면 될 일일까. 그렇다면, ‘참교육’을 본 교육감 당선인이 교권보호국 신설 검토를 지시하는 현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잠시 숨을 고른 김무열을 “교육 현장 문제는 각자의 이해관계가 매우 첨예하게 대립하는 곳이다. 현직에 계신 분들이나, 오랫동안 이 분야를 고민해 온 전문가들조차 쉽게 결론에 도달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배우로서 이번 작품에 참여했지만, 어떤 정답을 이야기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이런 첨예하고 어려운 문제의 여러 실상을 많은 분이 볼 수 있도록 보여주고, 그 논쟁의 한가운데에 작품을 올려놓았다는 용기를 좋게 봐주셨으면 한다. 저희가 답을 낼 수 없는 문제이기에 이 작품을 단순한 사이다 판타지나 재미 요소로만 소비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정도가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참교육’은 총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학교폭력을 저지르고도 ‘부모 찬스’로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가해자들, 끈질긴 악성 민원으로 교사를 괴롭히는 학부모, 시험지 유출로 뒷돈을 챙기는 교사, 촉법소년 지위를 악용하고 학교에 마약을 유통하는 학생 등 뉴스에서 본 듯한 일들이 펼쳐진다. 실제 사회에서 조명된 문제들을 드라마로 풀어낸 점이 시청자로 하여금 더 공분과 공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청자마다 좋아하는 에피소드가 다를 텐데, 김무열에겐 어떤 에피소드가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을까. 그는 악성 민원 학부모를 그린 5화를 꼽으며, 그 공을 ‘우진 맘’을 연기한 박지연 배우에게 돌렸다. “박지연 배우와는 ‘소년심판’ 때도 함께 했었다. 그때 맡았던 캐릭터가 굉장히 차분했다. 배우 본인도 실제로 차분한 사람이어서, 우진 맘을 맡았다고 했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컸다. 기대대로, 함께 촬영하는 데 정말 무섭더라. 촬영 후 따로 ‘지연 씨, 너무 끔찍하다. 너무 좋은데 또 너무 무섭다. 상대하고 싶지 않은 느낌이 든다’고 극찬했을 정도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 ‘밈’이 생길 정도로 열광적으로 반응해 주고 계시다”고 흡족함을 드러냈다.
■“좋은 어른도 있다”
배우 윤승아와 2015년 결혼한 김무열은 2023년 첫 아이를 얻은 초보 아빠이기도 하다. 작품이 ‘아빠 김무열’에게 미친 영향이 궁금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교육 현장의 문제를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번 작품 때문에 추후 학부모로서 (학교에) 항의하기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받았는데, 그것 자체가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체벌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이 오가는 것으로 아는데, 작품을 보고 이런 토론의 장이 만들어진다면 영광”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김무열은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많은 신인 배우를 이끄는 선장 역할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해 낸 게 분명해 보인다. 함께 작업한 후배 배우들이 김무열에 대한 미담을 앞다퉈 SNS에 올리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이번 작품에서 함께 한 배우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는 김무열은 “후배들의 모습에서 과거의 제 모습이 보였다. 서툴지만 열정이 넘치는 모습에 제 과거가 투영되기도 해서 더 마음이 갔다”고 밝혔다.
이어 “‘소년심판’을 하면서 김혜수 선배에게서 배운 부분이기도 하다. 선배는 칭찬을 정말 아끼지 않으셨다. 처음에는 너무 대놓고 칭찬을 해주니까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 덕분에 용기를 얻었고 정말 신나게 연기할 수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다”고 선배 김혜수를 향한 존경을 드러냈다.
‘참교육’은 좋은 어른, 좋은 사람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극 중 나화진은 말한다. “세상에는 좋은 어른도 있어!”라고. 김무열이 생각하는 좋은 어른은 어떤 사람일까. 그의 답은 단호했다. 어떤 행동이든, 말이든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는 것. 즉, 책임지는 사람. 책임감을 가진 어른이 진짜 어른이라는 그의 말이 오래 남았다.
정시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