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때 "이명박은 성공한 대기업 CEO출신이야. 대통령이 되면 분명히 경제를 살릴 거야"란 얘기를 주위로부터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MB(이명박 대통령의 영문 이니셜)는 대기업 CEO 마인드를 버려야 해"라는 말들이 난무한다.
왜 그럴까. 그땐 CEO출신이란 '레테르'가 프리미엄이었는데, 지금은 그걸 버려야 한다니. 이렇게 된 데는 국민과 MB 사이에 적지 않은 시각차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기자는 생각한다. '기업' '경제' 'CEO' '국가' 등을 보는 시각이 달랐다는 얘기다.
CEO 이명박은 기업을 성공적으로 키웠고, 국민은 바로 그 성공신화를 샀다. 여기에 오해가 숨어 있다. 기업의 목표는 이윤추구에 있다. 과정은 중요치 않다. 불법만 아니면 '도덕적인' 비판쯤이야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문제는 국민이 이런 과정까지 산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MB는 오해했을 수도 있다. 국민들이 선거과정에 나타난 그의 흠결에도 불구, 큰 표차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표를 찍은 국민의 생각은 달랐다. 과거의 일에 대해 면죄부를 줬을 뿐, 대통령이 되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당선 후 거침없이 '못된 CEO'의 행보를 걸었다. 그래서 '고소영 강부자' 인사가 나왔고, 고성장 일변도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집행이 나왔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쇠고기 파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그게 돈(경제) 버는(살리는) 길이라고 봤을 것이다. 그를 밀어준 국민은 당연히 따라올 것으로 믿었을 테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MB의 눈높이일 뿐이었다. 경제(經濟)의 사전적 의미는 '세상을 잘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국민의 눈높이이다. 애당초 눈높이가 달랐으니,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MB는 취임하면서 출총제와 금산분리 등 재벌규제 완화, 한미FTA 등 개방경제의 강화, 감세 및 공기업 민영화 등 작은 정부론 그리고 대운하 건설까지 정책 보따리를 내놨다. 이것들이 MB노믹스의 근간이다. 이런 정책들이 이른바 경제를 살리기 위한 도구인 셈이다. 경제정책 자체를 왈가왈부하려는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과는 다른 도구로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니 일단 지켜볼밖에.
경제데스크를 맡고 있는 기자가 이명박 정부 취임 이후를 지켜본 바로는, 문제가 이런 경제정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집행하는 방식과 인식에 있다는 점이다. 역시 달랐던 눈높이만큼의 차이가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음을 목도할 수 있었다. 환율 정책도 마찬가지였다.
쇠고기 협상에서 시기(정상회담 전)를 정해놓고 밀어붙여 졸속 논란을 부른 것처럼, 환율정책도 성장이란 표적을 두고 정책을 집행했다. 당시 이미 고유가와 고원자재가로 물가가 급상승하고 있었다. 정권 출범 후 900원 선을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은 순식간에 1000원을 넘어 1050 선까지 육박했다. 강만수 장관과 최중경 차관으로 이어지는 경제팀의 안중에 서민은 없는 듯 보였다. 고물가에 지친 시민들은 자가용을 버리고, 외식비를 줄이고, 자녀들의 학원비마저 끊었다. 서민들이 고물가 속에 지갑을 닫으면서 경기는 더 침체해가는 형국이 됐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고환율정책을 포기했다.
이런 밀어붙이기식 정책집행은 어디서 나왔을까. 우리나라의 대기업 CEO들은 70, 80년대 황제식 경영으로 기업을 일궜다. 기업의 총수가 곧 그 회사의 주인이었다. MB도 그 시대의 인물이다. 하지만 국가는 그게 아니다. 국민이 주인이며, 대통령도 머슴일 뿐이다. MB정권의 불행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 셈이다. 기업은 이윤을 많이 내면 그만이지만, 국가는 국민이 행복해져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몰랐다"고 사과를 했고, "국민과 한마음이 되겠다"며 다짐도 했다. 국민의 눈높이를 못 맞춘 게 문제였음을 본인도 시인한 것이다. 새 정부 취임 후 이제 100일(지난 3일)이 지났을 뿐이다. 앞으로 만회할 시간이 얼마든지 있다. 마침 청와대 비서진에 이어 내각도 총사퇴했다. 이젠 정말 국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인사들을 중용해야 할 때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못된 CEO'가 아니라, 성공한 기업인을 선택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