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교회 가는 길에서 송도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하얗게 빛나는 바다 위로 수 십여 척의 배가 그림처럼 떠 있어 매우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13일 국제신문 1면에 엊그제 보았던 그 아름다운 광경이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러나 기사는 그 배들의 현실이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일러주었다. 동남아행 물량이 없어 소형화물선들의 발이 묶여 있고, 경제위기 이후 장기대기 선박이 늘어난 것 때문이란다. 빈 배로 꽉 찬 '남외항'의 현실이 지금 살얼음 위를 걷고 있는 우리 경제를 보여주는 듯해 가슴이 아렸다.
이 뿐인가. 눈만 뜨면 부도처리된 기업이 늘어나고, 불황이 없다는 조선소도 퇴출설이 나돌고 있다. '대기업 외상거래, 중기 숨넘어간다'(1월 6일자 1면), '부도 도미노 시작됐다'(1월 9일자 1면), '자영업자들이 쓰러진다'(1월 14일자 1면)와 같은 톱기사를 통해 진행 중인 지역 실물경제의 위기와 현실을 읽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치도 민생도 혼란스럽다. 던지고 나뒹굴고 극렬한 몸싸움에 아비규환을 방불케하는 난장판 국회의 모습, 이런 국회를 에워싼 900여 경찰의 살벌함, 마치 비상계엄상황을 방불케 할 정도다.
나라꼴이 이 모양이더니 결국 화마에 귀중한 생명을 잃는 참극이 잇따라 발생해 충격을 안겨줬다.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영도 노래주점 화재 참사에 이어 서울 용산구 철거주민 6명 참극 등 이래저래 새해를 맞은 국민들의 마음은 우울하기만 하다.
영도 노래주점 화재 참사와 관련해 국제신문도 희생자가 왜 많을 수밖에 없었는지, 안쓰런 유가족들의 모습을 담은 합동분향소 표정, 사후 보상문제까지 상세히 다루었다. 1월 16일자(5~6면) 신문에서는 처참했던 사고현장의 모습을 게재하면서 불연재 사용과 스프링클러 등 관련 규정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는 야무진 지적도 달았다. 부산의 경우 대부분의 노래주점이 지하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화재시 대피에 어려움이 크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같은 건물구조에서 불길을 피하는 법이나 안전 대피 요령 같은 정보도 함께 실어줬으면 유익했을 것 같다.
용산 철거민 참사 관련기사는 생생한 현장소식을 생중계하듯 상세히 다루었고, 곁들여 부산의 재개발 재건축 문제도 언급해 부산도 예외가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 점은 기사 구성과 편집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생각이 든다.
사건이나 이슈가 되는 기사는 글의 논조나 편집의 방향에 따라 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따라서 어느 한편에서 감성적으로 다루다 보면 편견을 갖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한다. 시너통을 쌓아놓고 화염병을 만들며 죽음을 각오하면서까지 맞설 수밖에 없었던 절절한 서민의 절규를 알려주는 것도 놓쳐서는 안 되지만, 경찰은 왜 그렇게 강경진압을 해야만 했는지 그들의 목소리도 듣고 싶다. 물론 죽음에 이르게 한 경찰의 무리한 투입전략은 실패요, 빈축을 사 마땅하지만 그들의 변명도 궁금하다.
남항에 점점이 떠 있던 무수한 선박의 그림같은 풍광 뒤에는 현실의 고통과 절박함이 숨어 있었다. 우리 사회의 많고 많은 사건사고 중에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실상은 다른 경우가 많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에 도움이 되도록 너무 대중의 감정과 여론에만 치우치지 않길 바란다.
언론이 정론직필의 자세로 사회의 부조리와 부패에 대한 고발과 개선, 사건사고의 신속 정확한 보도, 여론형성 등 본연의 자세를 견지하되, 읽으면 마음 따뜻해지는 그래서 한 번 용기를 내 살아보고픈, 사람을 통해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해주었으면 한다.
지난 1월 15일자 '나누는 당신, 희망입니다'라는 기사처럼 세계적 경제불황으로 실물경제까지 위축돼 있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준 적십자봉사단의 꼬리를 문 봉사행렬의 가슴 뜨거운 감동을 국제신문에서 자주 만나고 싶다. 나눔과 배려, 공동체의식 회복 등 '아름다운 나눔 릴레이' 기사를 통해 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해주길 바란다.
부산여성신문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