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가장 많은 기념일이 있는 달이다. 국군의 날, 노인의 날, 개천절, 재향군인의 날, 한글날….더구나 올해는 윤달로 인해 늦게 찾아온 추석과 14회를 맞이하는 부산국제영화제 일정 표시로 인해 달력이 더 빼곡하다. 기념일이란 정부가 제정하고 주관하여 특정일을 기념하는 날로, 매달 여러 가지의 기념일들이 정해져 있다. 그중 한글날은 기념일이었다가 2005년부터 국경일에 포함됐다. 그만큼 한글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10월 9일자 국제신문에서는 한글날에 대한 소식이 너무 소홀히 다루어져 아쉬웠다. 기념식 관련 기사나 특집 기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을 기사를 한 번 더 살펴보는 세심함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9일자 2면의 사진기사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에 걸린 '세계적 문화유산 한글이 태어난 날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이 찍혀 있었는데, 그 현수막과 대조적으로 제막식을 기다리고 있는 세종대왕 동상은 천에 덮여 있어 씁쓸하기까지 했다. 세종대왕 동상 모습은 6일자 2면에서도 이미 사진기사로 실렸었는데, 그때도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는 사진으로 세종대왕상이 비닐천에 칭칭 감겨 있는 모습이었다.
똑같이 한글날을 즈음해서 실을 사진이었고 세종대왕 동상이 등장하는 사진이었다면, 제막식을 치른 후 제대로 된 사진을 실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제막식 후의 '당당한' 세종대왕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다른 나라 대사관의 축하 현수막 소식도 반갑지만, 우리의 기념일에 우리의 뜻을 다져보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9일자 3면의 '그림창'에서, 영어울타리로 둘러싸인 세종대왕의 안타까운 모습과 겹쳐지면서 그 씁쓸함은 더했다.
10월 5일자 2면에서는 한글을 공식 문자로 정한 찌아찌아족 학생들에게 남해군 공무원들이 한글날에 맞추어 학용품을 선물로 보내기로 했다는 소식이 실렸으며, 8일자 9면 '초등학생 대화 통역이 필요해'에서는 축약어와 은어로 인해 한글파괴가 심각하다는 것과 부산교육청에서 언어순화책을 보급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국제신문에서 다가올 한글날을 염두에 두고 선택한 기사라는 느낌은 들었지만, 정작 9일 한글날에 집중되는 힘이 약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매년 찾아오는 기념일이다 보니 항상 차별화된 기사를 꾸미기란 어려운 일이라 생각은 들지만, 기념일로 정한 날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래도 10월 국제신문 지면을 화려하게 만들어 준 것은 단연 국제영화제였다. 8일 개막하여 16일 폐막식까지 국제신문을 통해 본 PIFF는 가을을 풍요롭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영화제 때마다 한 편의 영화라도 봐야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올해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보질 못했다. 그러다보니 국제신문에서 전해주는 영화제 관련 특집 기사를 예년에 비해 꼼꼼히 읽게 되었다. 현장감을 생생히 전달해 주는 컬러 사진과 상세한 작품 해설, 그리고 게스트들의 동정은 영화제에 참가하지 못한 독자들에게 '읽는' 영화로서의 즐거움을 톡톡히 주었다.
특히 14일자 16면에 실린 화면해설영화의 기자 관람기는, '보는' 것에 불편함이 없는 우리들로 하여금 시각장애인은 영화감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지우게 했다. 그리고 시각장애인들과도 '함께'해야 함을 상기시켜 준 훈훈한 기사였다.
반면 6일자와 9일자에서 다룬 '해운대와 중구의 PIFF 1번지로서의 자존심 대결' 기사는, 손님을 초대해 치르는 행사에서 집안 싸움하는 모양새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PIFF 발상지로서의 중구와 영상센터 건립을 앞두고 여러 행사를 열 준비를 하는 해운대 사이에서 서로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는 선에서 타협안이 마련되길 바란다. 중구에서의 행사 진행이 참가자들의 동선 관리에 불편함은 있겠지만, 모든 일을 편의적 측면에서만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러면 부산 안에 또다시 '수도권'과 '지방'을 만드는 꼴이 될 것이다. 어느 '편'을 드는 것이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공존을 위한 고민을 국제신문이 함께해 주길 바란다. 행사 중의 화려한 보도도 중요하지만, 행사 후에 이루어지는 평가도 중요하다. 그것은 다음 해에 이어질 영화제의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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