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가 춤추는 부산에는 축제가 많다. 부산국제영화제, 불꽃축제 그리고 자갈치축제가 대표적이다. 하나는 국제용으로 나머지는 국내용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기간에 많은 방문객들이 부산을 찾는다. 그러나 부산역 주변은 아직도 공사 중이다.주차장에는 철제공사가 한창이고, 광장은 분수대 공사로 바쁘다. 주차장은 코레일이, 분수대는 동구청이 맡고 있다. 어떠한 모습으로 변모할지 궁금하다.
부산역은 1901년 개업하여 부산역 앞 대화재 이후 1969년 역사가 완공되었다. KTX 개통 이후 부산역은 대규모 리모델링을 했고, 2004년 4월 1일 현재의 모습으로 확장 완공되었다. 2010년 말로 예정된 KTX 부산-동대구 공사에 맞추어 2차 증축을 하고 지붕공사까지 마무리하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러나 부산역에는 문화가 없다. 부산역은 대륙 간 철도의 시발점이고 종착역이다. 그럼에도 무엇을 이 역사에 담을 것인지 고민이 없다. 그래서 세 가지만 제언한다.
첫째, 부산역에 부산의 향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역동성이다. 대륙으로 가는 출발지로, 해양으로 가는 중간 기착지로서 문을 열어야 한다. 독일 북쪽 함부르크 중앙역처럼 말이다. 항구를 안고 있는 이 역은 힘이 넘친다. 1990년 통일이후 라이프치히시는 중앙역을 완전히 바꿔 버렸다. 선로는 30개나 된다. 모스크바, 프라하, 바르샤바, 베를린, 하노버,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빈, 취리히, 뮌헨 등 동서남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역사를 보면 웅장함에 놀란다. 지하 2층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활력이 넘친다. 이에 비하면 부산역은 너무도 초라하다.
둘째, 부산역에 부산의 소리, 뱃고동과 음악을 입혀야 한다. 이별의 부산정거장은 무궁화호가 출발할 때, 돌아와요 부산항은 새마을이 출발할 때, 그리고 부산갈매기는 KTX가 출발할 때 흐르게 하자. 1950년의 부산, 1980년의 부산, 2000년의 부산의 정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열차 시각 5분 전에 한 곡씩 듣고 간다면 기분이 상쾌해질 것이다. 부산출신 음악가들의 작품도 장르를 가리지 말고 과감히 선곡했으면 좋겠다.
5월의 부산, 7월·8월의 부산, 10월의 부산, 12월의 부산은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요일별로 시간대별로 다양한 장르의 선율이 흘러야 한다. 나아가 자매결연을 맺은 도시의 음악가와 음악도 부산오케스트라로 연주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우리 문화를 전달하는 것이 자매결연이라면, 이것은 부산 수출의 원동력이 되고, 부산 문화의 힘이 되며, 부산의 국제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모국의 음악이 흐르면 다문화 가정들도 좋아할 것이다.
셋째, 부산역 광장은 사람냄새가 나는 복합문화공간이 되어야 한다. 분수대만으로는 너무 빈약하다. 지하공간을 파서 고급상점들이 입점해야 한다. 여기에 부산을 알릴 수 있는 특화상품과 부산명물들이 전시되고 판매되어야 한다. 계단을 올라가는 모퉁이에서부터 역사 안의 각종 판매점들은 너무도 옛날 방식이다. 실내공기도 너무 혼탁하다. 부산의 공기도 아니고, 부산의 향기도 아니다. 정말 바뀌어야 한다.
"부산에 가면, 부산이 다시 보인다." 항구도시 부산, 역동성, 국제화, 바닷바람과 시원한 정서, 그리고 자유를 지킨 마지막 기차역. 부산역이 100년의 역사가 되어 가지만, 언제까지 1회성 땜질로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 우리나라 수출품의 약 90%를 운송하고 있는 항구를 직접 볼 수 있는 기차역은 전국에서 부산역밖에 없다. 다 막아 놓고, 나머지 공간도 주차장을 만들면 안 된다.
훗날 후손들이 선박의 나라, 제1의 항구도시 부산에서 '세계항구축제'를 꿈꾸고 있다면, 먼저 부산역부터 바꾸어야 한다. 부산역이 부산문화의 자존심이 될 때 부산은 역사와 함께 미래로 가는 것이다.
독일 함부르크시는 독일 제1의 항구도시다. 북유럽을 연결하고, 독일 대륙을 연결하는 요충지다. 도시특징이 부산과 유사하다. 부산시 시의원, 공무원, 코레일 담당자들은 함부르크 중앙역에서 부산역을 다시 생각하길 바란다.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변모시킬 것이며, 얼마나 시간이 더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시민의 혈세를 써야 하는지 고민하길 바란다.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