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대교를 달려보았다. 잘 뚫렸다. 가슴 한구석이 시원했다. 어쨌든 막힌 것이 뚫렸으니까. 그러나 시원한 가슴 안쪽이 쓰렸다.
다리 중간에 차를 대고 을숙도 남단과 명지 갯벌을 바라보았다. 강과 바다가 만나 이룬 하구의 갯벌지대는 절대 자연의 풍광이다. 아득한 갯벌 너머로 해원의 노스탤지어가 피어나는 듯했다.
차를 댄 곳은, 평소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는 을숙도 철새도래지(천연기념물 제 179호)다. 이곳을 육상으로 진입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들어가더라도 새를 괴롭히는 행위는 금지된다. 까다로운 문화재보호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을숙도대교가 이런 통제 절차를 우습게 만들어버렸다. 다리를 통해 차를 몰고 들어가면 철새도래지의 속살까지 훤히 보게 됐으니 말이다. 다리가 가져온 일종의 '마법'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을숙도대교 개통식은 축포가 터지는 가운데 기대와 흥분이 교차했다. 동-서부산을 잇는 물류 동맥, 서부산의 산업지도를 바꾸는 상징 교량으로서 을숙도대교가 갖는 의미는 크다. 지역사회가 기대를 갖는 건 이해가 간다. 그러나 기대와 흥분에 앞서 놓친 것이 있다. 자연(생명)을 파괴한 데 대한 자성이다.
을숙도대교(명지대교)는 10여 년 환경 공방의 산물이다. 보존군(환경단체)의 끈질긴 저항에 개발군(부산시, 시공사 등)은 저돌적으로 밀어붙였다. 공사는 착공 4년10개월 만에 완공되었다. 개발군의 '친환경 노력'도 간과할 순 없다. 민감한 곳을 피한다며 노선을 다소 휘게 하고 방음 가드레일과 특수 바닥시공을 통해 소음을 줄였다. 그렇게하여 길이 5.2㎞, 사업비 4200억 원이 들어간 장대 교량이 개통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을숙도대교는 부끄럽다. 물류니 친환경이니 하지만, 철새도래지 파괴라는 본질은 감춰지지 않는다. 우선 10여 년 사용해온 명지대교라는 이름을 왜 바꾸었나 묻고 싶다. '동양 최고의 철새도래지' 심장부를 관통한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인가. 아니면 을숙도라는 유명세에 기대 득을 보려 했음인가. 전자라면 뻔뻔하고 후자라면 염치가 없다. 자신을 파괴하고 새를 쫓아내는 교량에 어떻게 을숙도란 이름을 판단 말인가.
통행료 문제도 걸린다. 애초 책정된 통행료가 1139원인데, 준공 시점에 1500원 선으로 높아졌다. 하루 예상 통행량이 3만5000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부산시가 손실 보조해야 한다. 시는 통행량을 당초 7만8000여 대까지 늘려 잡았으나, 얼마 전 한 용역에서는 2만여 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적자가 나면 이제 시민 세금으로 꼬빡꼬빡 입금해줘야 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철새도래지에 상존하는 위협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발생할 차량의 소음, 경적, 분진, 조명, 가로등 불빛 등은 철새도래지를 영원히 위협하게 될 것이다. 당장 월동하러 온 겨울철새들의 비행 장애가 걱정이다. 큰고니 등 덩치 큰 새들은 비행 시 활주로가 필요하다. 을숙도대교의 높이가 22.8m(가로등 높이까지 더하면 33.8m)이니 큰고니의 활공비(滑空比, 높이와 도달하는 거리의 비)를 고려하면 400m 이상의 거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심리적 영향을 무시하더라도, 다리로 인한 새들의 비행 장애는 불가피해졌다.
승학산 정상에 오르면 을숙도 전체와 하구의 모래톱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을숙도의 모습이 기가 막힌다. 하굿둑이 을숙도 허리에 콘크리트 벨트를 채웠다면, 을숙도대교는 아랫도리에 수갑을 채운 꼴이다. 정부가 4대 강 사업을 한답시고 을숙도에 제2하굿둑까지 세운다니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을숙도를 포기할 수는 없다. 포기하다니! 하굿둑, 분뇨처리장, 쓰레기 매립장, 장대 교량까지 차례차례 받아 안은 을숙도는 훼손된 모습 그대로 우리 얼굴이다. 30년간 을숙도는 수난 속에서 '실낙원의 비애'를 인간에게 가르쳐왔다.
올해가 중요하다. 다리 개통 후 변화를 모니터링하여 사후 약방문이라도 해야 한다. 을숙도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역사교훈여행)을 제안한다. '생태관광' 운운하며 본질을 숨길 게 아니라, 오욕과 훼손의 과정을 산업문화 유산으로 드러내 교훈으로 삼자는 말이다. 이것이 을숙도의 부끄러움을 조금이나마 씻는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