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시 부산진구 옛 하얄리아 미군부대 부지에 예술의 전당을 건립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정부가 밝혔다. 부산시민의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서울시민이 향유하는 문화적 혜택에 감탄사만 연발하던 부산시민의 입장에서 가슴에 응어리진 것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다. 입지의 효율화 방안에 대해 주위 지인들의 반응을 떠보았다. 교수, 설계사 사장, 부산시 공무원으로 있는 분들이다.
먼저 전공이 건축학인 A 교수에게 물었다. 예술의 전당 입지의 효율화 방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는가에 대해서. 부산 예술의 전당과 롯데에서 기부채납한 1000억 원의 오페라 하우스, 제2시립미술관 그리고 근처의 부산국립국악원을 묶어서 옛 하얄리야부대 부지에 문화공원을 조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아마 건축하는 사람으로서 본능적인 반응인지도 모르겠다. 공간을 구성할 때 동질적인 것은 묶고 이질적인 것은 가능하면 격리시키는 건축의 원리 때문이 아닐까 생각됐다. 공원이 위치한 지역의 맥락에 비추어 생태, 문화, 녹지 등의 공원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맥락적인 반응에 대응하여 도시설계회사 대표의 생각은 어떤지 알고 싶어졌다. 건축과 도시설계를 전공한 모 설계회사의 B 사장이었다. 그는 그렇게 모으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A 교수의 맥락적 반응과는 달리 도시 전체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의 말은 이랬다. 북항재개발을 하면 15만~20만 평의 수변공간 공원이 생기고 강서구 둔치에도 60만~100만 평가량의 공원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용두산 공원, 태종대 공원, 성지곡 어린이공원 등은 오래돼 재개발 대상 공원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일련의 공원들에 대해 마스터플랜을 세워 공원마다 아이덴티티(정체성)를 부여하여 그것들을 체계화시킬 필요가 있음을 제안했다.
이런 방안들에 대해 이번에는 부산시 공무원 C 씨에게 물었다. 그는 회의적이었다. 예술의 전당이 지금 상태에서 건립될지 어떨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제2시립미술관은 이미 기공식을 했단다. 거기에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립국악원을 왜 그런 시설과 묶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국악원에서 연주를 듣고 나면 지칠 텐데 어떻게 다른 곳에 들를 수가 있는가라고 되물으면서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답답해했다. 강서구 둔치도 아직 무엇이 될지 모른다고 했다. 두고 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뇌회전이 뛰어나 상황파악이 빠르고 적응력이 발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공무원이다.
'그때그때 달라요'라는 유행어처럼 상황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대통령이나 장관이 바뀌면 판세가 달라지고 정치판이 변화하면 또 달라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주위의 여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이들이 우리의 공직자들이 아니던가. 또한 잦은 보직 변경으로 전문성 확보가 어렵다. 전문성이 결여된 경우 그들은 그때그때 예민하게 상황파악을 한 후 행동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에 비하면 B 사장은 이상적이다. 마스터플랜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입증해 보이려는 스타일이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마스터플랜을 입증하는 것보다는 그것을 세우는 데 더 열중하는 경향이 있다. 마스터플랜을 세우는 데 그의 축적된 경험이 바탕이 될 것이다. 마스터플랜은 부산 공원들의 입지와 효율에 큰 줄기를 잡아 준다 그러나 급변하는 사회, 문화환경에 적응하려면 끊임없이 그것을 변화시켜주어야 한다.
A 교수의 대응방식은 맥락의존적 태도이다. 맥락 자체의 반응에 즉각적이다. A 교수 역시 상황적으로 마스터플랜을 세우지만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운 큰 마스터플랜은 가지지 않는다. 필자가 3인과의 대화에서 느낀 점은, A 교수의 즉각적 맥락의존적 사고를, B 사장의 대국적 이상형을, 공무원 C 씨의 상황대처 방식을 서로서로 배운다면, 그래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된다면 아마 부산이란 도시가 머지않은 장래에 명품도시로 발돋움할지 모른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명품도시는 관에 의해서도, 산에 의해서도, 학에 의해서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산-관-학이 상호 협조할 때 창출된다. 지금은 부산 예술의 전당의 입지와 효율을 위해 윈-윈게임을 할 때이다.
부산대 건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