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의 3차 당대표자회가 열린다. 북한은 지난 6월 26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를 통해 "노동당 최고지도기관 선거를 위해 당대표자회를 9월 상순에 소집한다"고 발표했다. 아직 개최 보도가 없지만, 이번 당대표자회는 1966년 2차 회의가 열린 지 44년 만에 열리는 것으로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로서 북한은 노동당이 이끄는 나라다. 북한 헌법 11조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조선로동당의 령도 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당의 최고지도기관은 당대회이고, 당대회와 당대회 사이에 모든 당사업을 조직 지도하는 기관은 당중앙위원회이다. 당중앙위 전원회의와 전원회의 사이에는 당중앙위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모든 당사업을 조직 지도한다. 비서국은 필요시 당내 문제를 토의 결정하고 이를 집행하는 기구이다.
그런데, 5년마다 열리게 되어 있는 당대회가 1980년 6차 대회를 끝으로 열리지 않고 있고, 당중앙위 전원회의도 1993년 6기 21차 회의 이후 개최 사실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당대회에서 당중앙위원회 위원을 선거하고,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회, 비서국 등을 선거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같은 인사순환 메커니즘이 그동안 깨어진 채 있었다.
이 점에서 이번 당대표자회는 노동당 운영의 정상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당대표자회에서 조직 문제가 논의되었지만, 이번 회의는 당 최고지도기관 선거를 단일 안건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조직 재편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적다. 당규약 30조는 당대표자회가 '당중앙위원회 위원, 후보위원 또는 준후보위원을 제명하고 그 결원을 보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당대표자회를 통해 당중앙위원회가 재조직되면, 당중앙위 정치국 및 정치국 상무위원회, 비서국, 군사위원회 등의 개편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선군정치 체제에도 일정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진 대로 선군정치는 1990년대 대내외적 위기 상황에서 능력이 약화한 당을 대신하여 군을 위기관리의 핵심 수단으로 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 방식이다. 북한은 작년 4월의 헌법 개정을 통해 국방위원장을 국가의 전반 사업을 지도하는 '최고 영도자'로 규정하고 최고 국방지도기관인 국방위원회가 국방위원장의 명령을 감독하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국방위원회 중심의 국가기구 개편을 이루었다.
이번 당대표자회 개최로 노동당 운영이 정상화한다면, 이는 그동안 주요 국가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당이 보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됨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물론 김정일 위원장은 현재도 노동당 총비서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그를 중심으로 한 정책결정 과정은 유지되겠지만,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당이 그 과정에서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당과 국가기구 모두를 장악한 가운데 통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효과적인 선택이다.
북한이 여전히 경제난에 허덕이고 최근 핵실험, 천안함 사건 등 여파로 가혹한 국제제재에 직면한 상황에서 당대표자회를 소집한 것은 후계 구도와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내세우고 진력해 온 김정일 위원장이 목표 연도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당의 재정비를 서두르는 것은 본인보다 후계자를 위한 명분 부여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후계자로 알려진 3남 김정은이 당중앙위원회 위원이나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등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설령 김정은의 당중앙위원회 진입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이번 회의는 북한의 후계체제와 관련하여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새로 선출되는 인사들을 살펴보면 권력구도의 변화와 더불어 장차 김 위원장 유고시 당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가늠해 볼 수 있다. 북한이 이달 초 쌀 지원 요청에 이어 지난 토요일 추석을 맞아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했다는 소식이 나온 가운데 바야흐로 그들의 장래에 의미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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