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과 10월의 절반을 삼켜버리고서야 한바탕 잔치가 끝이 났다. 그 잔치는 바로 부산국제영화제(PIFF)를 말한다. 온통 영화였다. 텔레비전을 켜도, 라디오를 켜도 온통 영화 이야기였고, 신문지면에서 영화제 기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국제신문은 PIFF 개막식이었던 10월 7일 이후 문화면을 'PIFF 특집, 문화'로 바꾸고 그와 함께 'PIFF'면을 나란히 배치했다. 앞서 개막식 이전부터도 PIFF 관련 기사들을 꾸준히 게재해 영화제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10월 1일 문화면은 '피프, 역대 최다 게스트…객실 대란까지'와 '현빈·탕웨이의 만추 5초 만에 매진'의 두 기사가 지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이어 4일자 문화면도 'PIFF를 빛낼 은막 여배우들'기사가 지면의 반을 차지하였다. PIFF의 위상에 대한 설명은 새삼스럽게 할 필요가 없을 만큼 누구나 알고 느끼고 있는 일이다. PIFF가 부산의 도시 이미지를 얼마나 긍정적으로 만들었는지, PIFF로 인한 지역의 경제적 이익이 얼마나 큰 것인지에 대한 것도 귀에 못이 박힐 만큼 들어왔다.
그런데 PIFF가 열리던 9일 하루에도 부산문화계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몇 개의 주목할 만한 춤 공연이 있었고, 연극인들은 채워지지 않는 객석을 앞에 두고 공연에 열중했다. 미술계가 비엔날레의 그늘에 가려진 것 말고는 부산 예술인들의 일상은 그대로 돌아가고 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PIFF 9일 동안 신문을 보면 부산은 온통 영화판이었고, 음악과 춤, 미술, 문학 그리고 연극 등은 영화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잠시 자진휴업을 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영화제가 주위의 많은 것을 삼킨 것이다. 그렇다고 PIFF를 혐오하거나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내 자신도 영화 팬이고 한때 영화제 기간에 남포동과 해운대에서 며칠 밤낮을 영화와 술로 보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다만 영화제에 지나치게 쏠려버려서 기우뚱해진 신문의 자세가 불안해 보인다는 말이다. PIFF 개막식이 열리던 날 작품을 올린 한 후배 춤꾼의 공연을 보았다. 작품을 보고 난 느낌을 물었을 때 몇몇은 이렇게 말했다. "참 용감하다. PIFF 개막식과 맞붙었으니…." 와중에서도 꾸준하게 올라 온 문학기사는 문화면 전부가 휩쓸려가지는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을 갖게 해주었다.
축제에 들떠 있는 동안 부산 문화계에 안타까운 사건 하나가 있었다. 부산의 대표적 향토기업인 동보서적이 문을 닫은 것이다. 국제신문은 특히나 동보서적과 함께 오랫동안 문학기행을 했기에 아쉬움이 남달랐을 것이라 생각한다. 9월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동보서적 폐업 이후'를 연재하면서 이 사건이 주는 여러 의미들을 차분하게 짚어 주었다. 냉정한 자본의 논리가 아니라 올바른 소비의 논리가 지역문화를 지켜내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수 있음을 제시하였고, 지역성을 지키기 위해 지자체의 공적개입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사례들도 보여주었다. 있을 때는 잘 몰라도 없어지고 나면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법이라고 한다. 지역의 문화공간을 만들어 주고 지역을 배려해 온 동보서적 같은 향토기업이 점차 사라지는 것에 대한 지역민들의 반성은 얼마나 있는지, 안타깝고 미안한 일이다.
9월부터 시작된 기획기사 '바다에 있다, 부산문화의 길' 시리즈는 앞서 기획된 해양과 역사, 해양과 경제 등과 이어지는 장기적인 기획력이 돋보이는 기사라고 본다. 해양문화 콘텐츠를 찾고자 시작된 시리즈는 디지털을 만나고, 도시를 만났으며 뒤이어 문학과 공연예술과 해양을 만나게 하고 있다. 10월 6일자 시리즈 다섯 번째 '공연예술, 해양문화의 물그릇론'에서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 해양의 문화 콘텐츠화가 장르별로 어느 정도 성과를 갖고 있는지를 살피면서 미래형을 '물그릇 키우기'로 결론 내리고 있다. 장기적인 기획답게 섬세한 취재와 팩트로 확인한 미래에 대한 제시가 돋보인다.
PIFF가 끝났다고 해도 불꽃축제, 비엔날레가 이어지고 있다. 화려한 불꽃 뒤에 가려진 것이 무엇인지 비엔날레의 시퍼렇게 날이 선 규격 밖에 서 있는 또 다른 움직임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국제신문의 기사들을 기대해 본다.
민족미학연구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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