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에 의한 연평도 포격이 있은 지 2주일이 지났지만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은 해소되지 않은채 팽팽한 대치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한미 양국은 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참가한 가운데 서해상에서 합동훈련을 가졌다. 그런가 하면 우리 군은 발표한대로 서해상 곳곳에서 사격훈련에 들어간 상태이다. 북한은 이에 맞서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번질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며 "북남 사이에 전면전쟁이 터지면 조선반도뿐 아니라 지역의 평화와 안전에도 엄중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 지상군은 최근 방사포 100여문과 전차 200여대를 늘렸고 공군은 자동화 방공체계를 구축해 항공기 요격능력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김관진 국방장관은 인사청문회 답변에서 "북한이 만일 추가 도발을 한다면 분명히 항공기를 이용해서 폭격할 것"이라며 "즉각적이고도 강력한 대응으로 그들이 완전히 굴복할 때까지 응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누군가 성냥불을 긋기만 하면 전쟁의 불길이 한반도로 번질지 모르는 6·25 이후 최대의 위기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전쟁 이야기까지 자주 등장해 긴장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일만 생기면 전면전쟁 운운하며 위협하는 것은 북측의 상투적인 방식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우리 정부 당국자들의 입에서도 '전쟁'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김관진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우리는 지금 6·25 전쟁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결코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재오 특임장관도 "우리가 도발할 필요는 없지만 전쟁을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라도 남북의 당국자와 매체의 입에서 자꾸 전쟁에 대한 의지를 밝히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은 우려스럽다. 이는 결국 전쟁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확산시키고 사회경제적 안정까지 흔들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군부나 매체에서 걸핏하면 전쟁불사식의 이야기를 꺼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우리 정부 당국자들에게서까지 전쟁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것은 자칫 국민들의 전쟁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물론 정부 당국자들이 그런 얘기를 꺼내는 것은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한 응징 의지를 밝히는 차원의 것이라 생각하지만 지켜보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말이 씨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마음이 없을 수 없다. 지금과 같은 긴장상태에서는 국민이 필요 이상으로 불안해하지 않도록 안심시켜주는 것도 정부의 책임이다.
얼마 전에는 북한 인민무력부의 정찰총국 간부가 새해가 되기 전 경기도를 목표로 한 새로운 포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있어 수도권 주민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실제로 이 보도가 있은 이후 경기도는 유사시 피해 최소화 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군과도 긴밀히 접촉하는 등 민·관·군 대비태세 점검에 나섰다고 한다. 경기도 포격설 보도는 주요 포털의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면서 관심을 모았는데 정작 정부는 이에 관해 언급을 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고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사안에 대한 정부의 이 같은 모습은 혹시 최악의 상황을 방치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해석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정부는 상황이 어려워서 정부와 군이 초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하더라도 국민을 안심시키고 전쟁에 대한 불안을 덜어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진 정부의 도리이다. 물론 우리 정부가 북의 추가도발에 대한 응징 의지를 천명하여 대북 억지력을 확보하는 측면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 간의 충돌이 전쟁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하는 관리능력을 갖는 것 또한 정부의 책임이다. 지금 남북 간의 핫라인마저 끊긴 상황에서 전면전 방지를 위한 남북간의 관리장치가 없음을 국민들은 알고 있기에 불안한 것이다. 아무리 명분이 있는 응징이라 해도 그것이 국민의 희생을 초래하는 것이라면 제한이 있어야 한다. 응징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