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초 새로운 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현대사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까지 공언했던 이 '녹색성장'의 핵심사업이란 것이 4대강 사업과 한국형 원전 건설이다. 4대강 사업이 '기후변화 대책'이며 원전사업이 '저탄소 녹색사업'이라는 것이다. 녹색성장을 위해 2013년 실시하기로 했던 탄소배출권거래제도도 대기업의 반대에 부딪혀 2015년으로 연기되었다. 이 정부의 녹색성장이라는 것이 결국 '토목이 중심이 된 적색경제를 위한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환경단체들의 비판이 정당해 보인다.
이렇듯 녹색성장이 부상하면서 적색도 녹색으로 포장되고 있지만 세계는 지금 녹색을 넘어 '청색경제'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먼저 '적색경제'(Red economy)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쓰레기를 비용계산에 넣지 않는 구조다. 소비자는 싸고 질 좋은 상품을 선택하고 기업은 비용절감을 위해 싸게 물건을 만든다.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의 정화비용, 소비과정에서 쓰레기의 처리 비용 등을 아무도 지불하지 않는다. 오염과 쓰레기가 넘쳐나고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쓰레기를 비용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바로 '녹색경제'(Green economy)다. 기업에겐 정화시설이 의무화되는 등 오염축소 비용이 부과되었다. 소비자 역시 유용성을 뽑아내고 남은 '껍데기'의 처리비용을 지불해야한다. 덜 쓰고 덜 생산하면서 쓰레기를 줄이는 체제다. 이는 환경보존과 경제활동이 상충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런 녹색경제는 경제호황기에도 힘든 도전이지만 경제침체기에는 거의 실현불가능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한편 이런 녹색경제가 더 큰 환경파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프랑스 에코버사는 합성세제로 인한 하천오염을 줄이기 위해 계면활성제 대신 생분해성 비누의 원료인 야자수 지방을 얻기 위해 거대한 열대우림을 파괴하였다.
군터 파울리는 '블루 이코노미'란 책에서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 자연생태계를 모방한 청색경제(Blue economy)로 가자고 주장한다. 자연은 단 두 가지, 햇빛과 중력이라는 화학작용과 물리법칙만으로 에너지를 얻는다. 모든 생명체는 그 에너지에 기대 산다. 삶과 죽음의 과정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다른 생명체의 자원이 된다. 이 완벽한 순환고리 속에서는 화석연료로 인한 부작용도 없고 쓰레기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녹색경제가 쓰레기의 처리를 문제 삼는다면 청색경제는 쓰레기의 활용에 주목한다. 녹색경제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산업을 제한하는 것이라면 청색경제는 쓰레기를 자원화하여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쓰레기'와 '자원', 두 단어는 상호 모순적이었다. 이 모순적인 단어를 서로 화해시키려는 것이 '청색경제'의 목표이다.
커피 한 잔 마실 때 우리는 전체 바이오매스의 0.2%밖에 이용하지 않고 버린다. 일회용 면도기를 사용하고 수천만 톤의 티타늄을 매립지에 묻는다. 바다에 버린 플라스틱이 태평양 곳곳에 거대한 섬을 형성하고 있다. 화석연료로 에너지를 얻지만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에 당황하고 있다.
짐바브웨의 한 고아소녀는 버려진 커피찌꺼기(바이오매스 99.8%)를 활용하여 버섯을 재배하고 난 다음 다시 퇴비로 활용하였다. 버섯과 퇴비라는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그 과정에서 수백 명의 고아들이 고용되었다. 미국에서는 뽕나무와 누에를 사용하는 통합적 농경시스템을 집중연구하여 토질개설, 화학섬유대체와 배출감소에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다.
쓰레기를 자원화하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도입할 때다. 이미 세계 도처에서 연구가 활발하고 실험은 성공적이다. 대부분 선진국들이 연구와 실천에 앞장서고, 일본 기타큐슈의 에코타운, 브라질의 꾸리찌바시(市), 아프리카의 도축장과 커피농장 등에서 그 가능성이 입증되고 있다.
적색경제나 녹색경제는 더 이상 미래 성장 전략이 될 수 없다. 이들 경제체제에 의해 파괴되었던 자연의 순환고리를 이어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청색경제체제를 실현할 수 있는 전략을 가져야 할 때이다.
한국해양대 국제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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