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가 재보궐 선거로 뜨겁다. 강원도와 경기도 그리고 경남으로 이어지는 재보궐 선거의 열풍은 참혹한 일본 대지진 피해 소식에도 불구하고 식을 줄 모르고 달아오르고 있다. 이제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으니 기왕에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들 간의 공천을 둘러싼 물밑 경쟁도 만만치 않은 듯하다. 거기에 국민참여당과 민주당 간의 야권연대를 위한 힘겨루기도 이번 재보선에 또 다른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그러나 김해 재보궐 선거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이 여야 모두에 곱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먼저 지난 3월 15일 중국에서의 칩거 생활에서 돌아온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공식 출마선언이 양식 있는 시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김태호, 그가 누구인가? 약관의 나이로 정치에 입문, 경남지사를 거쳐 40대 국무총리 후보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가파른 정치 역정을 일사천리로 내달렸던 인물 아닌가? 경남지사 시절부터 의욕적인 도정 운영과 발 빠른 정치 행보로 뉴스메이커들의 눈을 사로잡아 왔던 그다.
최연소 국무총리 후보자에 내정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던 그의 낙마 과정도 한편의 드라마로 세인들의 뇌리에 남아 있다. 청문회에서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과의 사적인 관계에 대한 위증이 무심코 남겼던 컬러 사진 한 장으로 들통 났고, 세인들은 그를 거짓 증언이나 일삼는 모리배라 욕하며 정치무대에서 내쫓았다. 그런 그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권토중래란 옛말이 있긴 하나 그의 귀환은 빨라도 너무 빠르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정치에 무관심한 대부분의 시민들이 까마귀 고기를 즐겨 먹는다는 정치인들의 상식 아닌 상식에 견주면, 그닥 빠른 것도 아닐 터이다. 옛날 중국의 월왕 구천이 오왕 부차에 복수하기 위해 와신상담했던 것도 20년 성상의 세월을 필요로 했던 일이다. 그에 비하면 어릴 적부터 정치적 야심이 남달랐던 김태호 전 지사의 귀환은 초고속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 속도의 아찔함에 한 번 놀라고 그의 귀환을 공모한 정치집단의 대담함에 거듭 놀라게 된다. 일국의 재상이 될 수 없었던 사람이지만 흔해 빠진 국회의원 쯤이야 할 수 있고도 남겠지 하는 나름의 계산이라도 섰던 것일까?
그런데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한 사람의 국무총리와 한 사람의 국회의원이 지닌 정치적 의미의 무게를 따져 보자면 어느 쪽이 더 무거운 것일까? 그냥 단순히 1 대 299라는 산술적 비중 차이로 환원될 수 있는 그런 단순한 문제일까? 적어도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의 기본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와 같은 단순한 문제가 아님은 쉽게 깨달을 것이다. 막말로 국무총리야 대통령 눈에 들기만 하면 임명받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던가? 그에 반해 국회의원은 선거구민 다수의 눈에 들어야 앉을 수 있는 선출직이다. 민주주의의 양식에 민감한 시민들에게는 국회의원이 백번 어려운 자리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김해 재보궐선거에서 그런 상식을 깨는 정치적으로 새롭고 매우 대담한 실험(?)을 목도하기에 이르렀고, 그 실험의 성공 확률이 점점 높아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양식 있는 여당 정치인이라면 뼈 있는 한 마디 훈수라도 둘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여당은 오히려 그런 김태호 전 지사를 부추겨 옹립하는 형국이다. 입바른 소리로 정평 난 홍준표 최고위원의 입엔 왜 그리 무거운 재갈이 물려 있는가?
그에 맞서야 하는 야권의 움직임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도편추방에서 돌아온 정치인에게 국회의원 배지를 넘겨주기 일보직전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중대선거라 할 수 있는 김해의 재보궐 선거에 함량 미달의 정치인을 후보로 내세웠다는 비판을 받는가 하면, 야권연대를 바라는 양식 있는 시민들의 바람을 외면한 채 정치적 계산의 주산 알만 튕기고 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상식 있는 시민이라면 전혀 다른 차원의 이 새로운 민주주의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결자해지다. 그를 도백의 자리에 올려놓았던 경남도민들이 그의 그간의 정치적 행적에 대해 그리고 이율배반에 가까운 이 위기적 상황에 대해 투표를 통한 현명한 정치적 선택으로 답해야 할 따름이다.
동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