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아주 황당한 사건 하나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고교생 딸이 하루 종일 컴퓨터에 매달려 살자 격분한 40대 가장이 홧김에 인터넷선을 잘라 버렸다. 이에 반발한 딸은 정수기와 냉장고선을 끊는 것으로 아버지의 행동에 반기를 들었다. 더 큰 비극은 그 후 일어났다. 끊긴 가전제품의 선을 잇던 이 가장은 감전사로 불귀의 몸이 되어 버렸다. 일이 형사적으로 어떻게 마무리됐는지는 지금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때는 정다웠을 가족 사이에 벌어진 이 일은 오랫동안, 어쩌면 앞으로도 영원히 그들을 괴롭힐 수밖에 없을 거라는 점이다.
정상적인 사고로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법한 과거의 일을 느닷없이 끄집어 내 독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인터넷 중독 관련 질환의 폐혜를 말하고자 함이다.
최근 한나라당 유정복 의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난 6월까지 '인터넷 중독 관련 상병(傷病)' 환자의 수가 무려 34만 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도별로는 2007년 7만25명에서 2008년 6만8484명, 2009년 7만3975명, 2010년 7만4646명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5만4841명의 환자가 발생, 벌써 지난해 전체의 수치에 근접했다.
인터넷 중독이라는 것은 의학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병명이 아니다. 사회에서 습관적으로 쓰는 용어다. 유 의원 측도 '기타 습관 및 충동 장애' '활동성 및 주의력 장애' '과다 운동성 행실 장애' '기타 과다운동장애' '상세불명의 과다운동장애' '사회화되지 않은 행실장애' '사회화된 행실장애' '우울성 행실장애' 등 가운데 인터넷 중독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경우를 집계한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 자료는 실체에 비해 좀 부풀려진 것 일 수도 있다.
반면 인터넷 중독에 해당하는 정확한 상병기호가 없기에 누락되는 환자도 많아 수치가 축소됐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원인이나 증상은 어찌됐던 간에 인터넷 사용으로 인해 정신적인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결코 무심코 넘길 일이 아니다. 더구나 지난해 인터넷 중독 관련 상병 환자 7만4646명 가운데 10대 환자가 4만3307명(57%), 9세 미만의 환자가 2만7606명(37%), 20대 환자가 1410명이라는 수치를 접하게 되면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전체 환자의 95%가 10대 또는 그 이하 연령대다.
인터넷 중독과 관련된 사회문제는 어제오늘 불거진 게 아니다. 위에서 거론한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게임하는 것을 나무라는 어머니를 둔기로 살해'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30대 부부, 영아 방치해 아사' '게임에 빠진 청년, 길가는 행인 흉기로 찔러 살해' '10대 소녀, PC방에서 장시간 인터넷 게임하다 사망' 등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엽기적인 사건'들이 보도된다.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은 그럼에도 이런 일련의 사태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또 설사 과다한 인터넷 사용 때문에 질환이 왔다고 하더라도 정확하게 인터넷 중독이라고 규정할 기준이 아직까지는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당연히 환자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도 산출하기가 어렵다.
사회가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허점은 많다. 음주로 인해 장애가 발생하는 '알코올 의존'과 마찬가지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인터넷 중독도 질환이 아니라 '살다 보면 생길 수 있는 일'로 치부한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끊을 수 있고, 빠져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용납될 수도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알코올이든 인터넷이든 지나친 집착으로 인해 신체·정신적으로 이상이 나타난다면 이는 반드시 고쳐야 하는 질병임이 분명하다. 인터넷과 관련된 질환에 대한 질병 코드 신설과 명확한 기준 정립 등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은 이 때문이다. 건강한 사회를 일구고, 청소년들을 바르게 키우는 데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할 터다.
생활레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