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외국인력 정책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는 지난달 10일부터 '숙련기능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전문취업자격'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 제도는 4년 이상 합법 취업한 이주노동자들 중 학력, 자격증 또는 임금 수준, 한국어능력 또는 사회통합프로그램 이수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전문인력 비자를 주는 제도이다. 전문인력 자격을 가진 외국인은 가족을 초청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연령·학력·소득 등을 평가해 일정점수 이상을 얻으면 단계적으로 영주자격을 신청할 수 있다.
그 며칠 후인 19일에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주요 내용은 사업장 변경 제한 등 요건을 충족한 이주노동자에게 5년 미만의 재취업을 한 번 더 허용하는 것이다. 이 법률안대로라면 이주노동자의 국내 최장 취업기한이 현재의 5년 미만에서 10년 미만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여전히 이주노동자의 정주와 가족동반은 금지된다.
이 법률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정주를 방지하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외국인력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이주노동자의 취업기한을 제한한 단기순환제도이다. 그러나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의 체류기간 만료가 시작된 작년, 돌아가야 할 이주노동자들이 돌아가지 않으면서 미등록 노동자 증가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숙련도가 높아진 인력을 돌려보내고, 신규인력을 도입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므로 이주노동자를 계속 고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기업의 목소리도 커졌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친기업적인 현 정부는 기업의 요구를 어떤 식으로든 수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법무부의 전문취업자격제도와 고용노동부의 고용허가제 개정안은 이런 기업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동일한 대상을 두고 법무부와 고용노동부가 각각 다른 제도를 시행하려 한다는 것도 당황스럽지만, 그보다 두 가지 모두 현재의 이주노동자 정책이 드러내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한다는 관점에서는 그렇게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우선 법무부의 전문취업자격 제도는 숙련 이주 노동자에게 거주 자격을 부여해서 선별 영주를 허용하려 했던 기존 제도의 요건이 너무 엄격해서, 이를 보완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요건이 비현실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해당 노동자는 3급 이상의 한국어능력을 보유하거나 총 465시간의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통합프로그램 이수를 위해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문제 등은 제도적으로 보완할 사항이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고용주와 노동자가 알아서 할 문제라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내국인들이 취업을 기피하는 3D 업종의 중소 영세 사업장이다. 당장 일할 사람이 없어서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한 기업이, 아무런 정부의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수 백 시간의 교육 시간을 이주노동자에게 배려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노동시간이 평균 10시간이 넘는 이주노동자가 아무리 이를 악물어도, 기업의 배려 없이 교육 받는 것이 가능할 것 같지도 않다.
고용허가제 개정안은 고개를 더 갸웃거리게 한다. 우선 재취업 허용 요건은 사업장 이동 제한이다. 그동안 사업장 이동제한이 사실상의 강제노동을 강요한다는 문제제기가 그렇게 많았는데도 이런 사실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주노동자의 취업기한을 최장 10년 미만으로 연장하겠다고 하면서 정주와 가족동반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이주노동자의 사회통합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려가 없다.
지금의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이주노동자를 '원활하게' 공급하지도 못할 뿐 아니라, 미등록 노동자 증가에 대처할 수도 없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정부는 한편으로는 기업의 요구에 등 떠밀리면서, 한편으로는 이주노동자의 정착은 사회적 부담일 뿐이라는 여론의 눈치를 보며, 임기응변의 정책만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부처 간 주도권 다툼은 그조차 일관성 없게 만들었다. 그 틈에서 한국사회가 선택해야 할 장기적인 이주 정책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이주와 인권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