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알면 반드시 고쳐라(知過必改·지과필개)'. '명심보감'에 나오는 이 말은 "군자의 허물은 마치 일식이나 월식과 같다. 허물이 있으면 사람들이 모두 그것을 보고, 허물을 고치면 사람들이 모두 그것을 우러러본다(君子之過也 如日月之蝕焉 過也 人皆見之 更也 人皆仰之)"는 '논어' 자장(子張)편의 구절에서 유래한다.
적어도 부산시의회는 이 여름, 내팽개치듯 폐기한 '부산시 학생의 정규교육과정 외 학습선택권 보장에 관한 조례안 재의의 건'(이하 '학습선택권 조례안')을 붙들고 씨름해야 한다. 그리고 가을에는 이 문제를 두고 고민한 결과를 시민에게 내보여야 한다.
'예견된 참사'(?)라는 지적을 받은 지난달 24일 부산시의회의 '학습선택권 조례안' 표결 과정에서 세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첫째, 스스로 저버린 시의회의 위상이다. 이날 학생과 학부모가 방과후수업과 야간 자율학습 참여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학습선택권 조례안은 찬성 27명, 반대 6명, 기권 18명으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지난 5월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던 조례안이다.
시의회를 통과한 사안이 재의 절차를 거치는 점도 이례적이지만 무더기 기권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우리는 지방자치단체 입법기관이라기엔 너무나 미흡한 시의회의 속살을 봤다. 우선 조례안을 발의한 교육위원회. 11명의 소속 시의원이 모두 모여 조례안을 놓고 의견을 나눈 적이 없는 가운데 본회의에 상정됐다. 본회의에서도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이 조례안은 사교육과 공교육이 충돌하는 첨예한 문제를 담고 있다. 이를 상임위는 물론 본회의에서조차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고, 학부모나 교육단체 공청회 한 번 갖지 않고 처리하려는 시의회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둘째, 전체 투표의 35%가 기권표였다는 점이다. 일부 시의원이 부산시교육청과 일부 관련 단체의 반발을 의식해 찬성도 반대도 아닌 기권이라는 무책임한 방법으로 꼬리를 내린 것이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일부 국회의원의 입김이 작용했음이 드러났다.
이날 시의회 본회의장은 본말이 전도된 '대의정치의 도가니'를 보는 듯했다. 본회의장 방청석을 양분해 가득 메운 보수와 진보 교육단체 회원들은 시의원들의 찬반 토론에 박수와 야유를 번갈아 보내며 기 싸움을 벌였다. 제대로 의견을 수렴했다면 조례안 논의 과정에서 이뤄졌을 일들이 본회장에서, 그것도 조례안을 시행해야 할 시교육청이 재의를 요청한 표결 현장에서 분출한 것이다. 앞서 임혜경 교육감은 지난 5월 시의회를 통과한 조례안이 상위법과 충돌하고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재의를 요구했다. 행정기관이 입법부가 제정한 조례안을 대놓고 반대한 것이다.
셋째, 사태를 수습하려는 진지한 태도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조례안이 시행되면 학생과 학부모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시의원들이 이들은 안중에도 없이 졸속으로 조례안을 폐기해 놓고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무엇보다 안타깝다. 이 문제가 이대로 끝날 일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조례안이 부결된 직후 "찬성도 27표나 됐다는 점은 방과후학교 등 교육행정의 문제점을 개선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특히 시의회 관계자는 "(조례안은)재상정이 가능하지만, 의원들이 부결된 조례를 곧바로 재상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의회는 새로운 각도에서 이왕 나온 문제점을 차근차근 재검토하고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실히 수렴해 다시 한 번 표결에 부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부산시의회는 350만 시민을 대변한다. 시의회가 폐기한 조례안은 부산시의 꿈나무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이를 통해 거듭나야 한다.
공자가 '논어' 학이(學而)편에서 강조한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過則勿憚改)"는 말을 곱씹어 볼 일이다.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