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존재하는 화폐의 수는 몇 개나 될까. 당연히 국가의 수만큼 다양한 화폐가 존재한다. 내국인들 사이의 거래는 그 나라의 화폐를 사용하면 되겠지만 국가 간 거래는 어떻게 할까. 화폐가 서로 다른데 말이다. 상대국의 화폐를 그냥 받는 방법이 있겠다. 그런데 그 화폐가 미덥지 않고 매력적이지 않다면? 물물교환을 하는 수밖에 없다. 금이나 은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럴 때 모든 국가가 가지고 싶은 매력적인 화폐가 존재한다면 국가 간 거래가 얼마나 편리하고 순조로워지겠는가.
세계2차대전 이후 이런 통화가 만들어졌다, 서구 중심의 45개국은 미국 뉴햄프셔 브래튼 우즈에 모여 당시 가장 매력적인 화폐인 미국 달러를 국제통화로 인증하게 된다. 달러의 매력을 의심하는 국가들을 위해 미국은 35달러당 금 1온스 태환을 보증하였다. 달러는 이제 미국 화폐임과 동시에 국제통화가 되었다.
김찬호는 '돈의 인문학'에서 "돈은 타인이 그것을 원한다는 전제하에 쓸모가 있다"고 말한다. 달러는 이제 미국인들뿐 아니라 전 세계가 원하는 매우 '쓸모 있는' 돈으로 격상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런 쓸모와 매력을 제공한 대가로 발행한 화폐의 액면가에서 제조비용을 뺀 차이만큼의 이득(세뇨리지 이득:Seigniorage gain)을 얻는다. 생각해 보라. 100달러짜리 지폐 한 장 찍는데 비용이 얼마나 들겠는가. 그런데 그 100달러로 살 수 있는 물건들을 생각해 보면 달러가 국제통화가 되면서 미국이 얻게 된 엄청난 이익이 이해된다. 더군다나 각국은 외환보유고란 이름으로 경제위기 등 만약을 대비해서 달러를 사서 쌓아두어야 한다.
1960년대 달러가 국제통화로 제 역할을 다하면서 세계 무역은 비약적으로 확대되었고 세계경제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이에 편승해 미국은 달러를 발행하면서 연간 20억~100억 달러의 엄청난 세뇨리지 이득을 챙겼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과 미국인의 소비증대로 미국의 재정수지와 경상수지가 악화되면서 1971년 미국정부는 금 태환 정지를 선언하게 된다. 달러의 매력도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1980년 이후 세계경제에 새로운 그룹의 국가들이 등장하였다. 그 중 중국은 가장 빠른 성장을 기록하면서 세계 최대 달러 보유국이 되었다. 여기에서 중국의 딜레마가 생겨난다. 보유한 달러의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달러 가치 하락을 방관할 수 없고, 그래서 매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달러를 지속적으로 더 매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은 외환보유액 손실을 방지하려 애쓰는 한편, 한 걸음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위안화의 매력을 높여 달러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국제통화로 만들려는 야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2008년 국제금융위기로 달러의 매력도가 재차 타격을 받고 연이은 유럽 재정위기로 유로화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거릴 때 각국은 중국의 위안화로 관심을 돌리게 된다.
위안화의 위상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를 보자. 첫째, 여러 나라가 중국과 통화스와프(통화위기 시 양국 중앙은행이 상대국의 통화를 미리 정한 환율로 인출할 수 있는 계약)를 추진하는데 적극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은 2012년 3월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15개국과 1조 4000억 위안( 263조 원)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었다. 둘째, 각국은 위안화 직거래에도 적극성을 띠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아세안 국가, 러시아, 인도, 칠레, 남아공을 포함한 아프리카 국가 등이 직거래에 나섰고 지난 6월 1일부터 일본도 합류하였다. 자기 통화를 달러로 바꾸고 다시 위안화로 바꾸는 이중 수수료를 절감하는 현실적 이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위안화가 차근차근 매력과 신뢰를 확보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달러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지만 이런 변화가 미국을 긴장시킨다는 것은 확실하다.
우리나라 무역 교역량 1위 상대국은 중국이다. 아직 위안화 직거래에 동참하지 않고 여전히 달러만을 표준으로 삼고 있는 한국이 이런 환경 속에서 원화를 위해 어떤 정책을 실시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해양대 국제무역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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