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대통령은 누가 될까요." "국민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지 않을까요."
18대 대통령 선거가 50일을 채 남겨놓지 않았지만,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초박빙의 판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무소속 안철수 후보 출마 선언으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3자 구도가 정립됐다. 야권 후보 단일화, '박정희 대 노무현' 프레임 대결, 정치쇄신안 등 이슈들이 백가쟁명식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국민은 "이거야!" 하며 속 시원하게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저마다 속내를 숨긴 채 선문답 하듯 2% 부족한 대선판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 후보가 공약과 비전을 쏟아내고 있으나 도무지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고 여기는 국민이 많다. 심하게 말하면 '공약이란 게 허공에 내던지는 이야기 아닌가'라며 냉소적인 분위기다. 공약을 검증하고 장단점을 비교할 기회가 드물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권이 경제 민주화와 복지 이슈를 선점하면서 여야의 많은 정책이 동질화한 상황이다. 이는 지난달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각 후보의 10대 공약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세 후보는 경제 민주화·복지·일자리·정치혁신 분야에서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국민은 세 후보가 한자리에 앉아 정책 이슈를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이는 장면을 보고 싶어 한다. 이미지에 갇힌 후보가 아니라 공약의 액션 플랜을 제시하는 후보의 민낯 보기를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국민의 희망이 쉽게 이뤄질 것 같지 않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지난달 19일 이번 대선의 후보자 토론회 일정을 마련했다. 세 후보는 오는 12월 4일 '정치·외교·안보·통일', 12월 10일 '경제·복지·노동·환경', 12월 16일 '사회·교육·과학·문화·여성'을 주제로 공직선거법이 참가를 허용하는 다른 후보자와 함께 토론하며, KBS와 MBC를 통해 동시에 생중계된다.
이에 앞서 방송사 및 관련 단체의 후보 초청 TV토론회가 열릴 수는 있지만 서로 이해가 달라 성사될 가능성이 적다. 1997년 대선 때는 7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방송사별로 후보 토론회를 했고, 2002년에도 9월 말부터 방송 3사가 주요 후보를 초청해 TV토론을 열었던 점에 비춰보면 아쉬움이 더욱 크다. 언론매체가 주최하는 토론회는 세 후보가 수락하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박 후보 측은 "야권 후보 단일화 이후 양자 토론에 나서겠다"는 입장이고, 문·안 후보는 양자 또는 3자 토론으로 요구 사항이 제각각이다. 일각에서는 세 후보가 TV 예능 프로그램에는 앞다퉈 출연하더니 정작 중요한 검증의 장은 외면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지적마저 제기됐다.
이 때문에 최근 끝난 미국 대통령 선거의 TV토론을 빌려 세 후보의 전향적인 자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는 세 차례 TV토론에서 정치 경제 외교 등 핵심 현안을 두고 치열하게 맞붙었다. 특히 외교 문제를 주제로 한 3차 TV토론 시청률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미식축구 시청률의 6배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정책 대결을 펼치는 두 사람의 진지한 태도가 시청자의 눈길을 붙잡은 것이다. 미국은 1960년 대선 후보 TV토론이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도 1992년 언론단체가 대선 후보 토론회를 시작했으니 이제 정책 대결의 한 방안으로 자리 잡을 만한 시기는 됐다.
여야 대선 후보가 공방을 벌이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이나 야권 단일화 문제 등도 중요하다. 정작 국민은 경제·일자리·복지·남북· 양극화 문제 등에 누가 더 진정성을 갖고 대책을 논하는지 궁금해한다. 저마다 '아버지 시대의 아픔을 안고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되고자' 하고, '대통령직이 운명'이라고 하며, '국민이 호출해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고 밝혔으니 이를 따지는 일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 아닌가. 이에 더해 '누가'가 아니라 '왜'라고 자문하며 대선 후보가 내놓은 정책을 살피는 국민의 '선구안'이 필요하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선거를 통해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