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에서 제97회 퓰리처상 수상작이 발표됐을 때 우리나라에선 북한 주민의 삶을 그린 스탠퍼드대학교 애덤 존슨 교수의 소설 '고아원 원장의 아들(The Orphan Master's Son)'이 보도 부문보다 더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그의 소설은 북한 고아원에서 성장해 군인, 스파이, 납치범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이 여배우와 사랑에 빠지며 자신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내용이다.
퓰리처상위원회는 매년 보도 부문 14개를 포함해 문학 음악 등 모두 21개 부문 수상작을 내놓는다. 그래서 '언론계의 노벨상'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올해는 뉴욕타임스가 애플 고발, 월마트 뇌물수수 관행, 원자바오 전 중국 총리 일가의 친인척 비리 등으로 보도 부문에서 4개상을 휩쓸었다. 이 가운데 지난해 2월 미국 워싱턴주 캐스케이드산맥에서 발생한 눈사태를 주제로 한 'Snow Fall' 기사에 대해 뉴욕타임스 관계자들의 육성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지난달 19~20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대학교에서 열린 제14회 온라인 저널리즘 국제 심포지엄 행사장에서였다.
지난해 12월 보도된 'Snow Fall'은 신문 기사의 멀티미디어화와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을 확인해준 사례로 꼽힌다. 신문 지면 7~8면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 1만7000자 분량의 이 기사에 대해 질 에이브럼슨 뉴욕타임스 편집인은 "snowfall이란 단어가 '멀티미디어 내러티브 기사를 작성하다'란 관용적 표현으로 등장했다"고 자평했다.
한나 페어필드 뉴욕타임스 선임 그래픽 편집자는 "스토리텔링은 비주얼을 통해 감동을 전하는 것"이라며 "눈사태 인포그래픽과 인공위성 이미지 활용 등으로 눈사태의 속도와 모양을 차례로 보여주고 관련자의 증언 동영상 등을 추가했다"고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자칫 밋밋하게 느껴질 장문의 기사가 온라인으로 옮겨지면서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처럼 탈바꿈한 것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마치 "이것이 멀티미디어시대 새로운 보도 스타일"이라고 선언하는 듯했다.
뉴욕타임스는 온라인 뉴스 유료화라는 이슈로 또다른 관심의 대상이었다. 질 에이브럼슨 편집인은 "뉴욕타임스만이 제공할 수 있는 심층취재, 멀티미디어 뉴스가 시장에서 통했다는 점에서 유료화 모델은 성공적"이라고 주장했다. 2011년 온라인 뉴스 유료화를 시작한 뉴욕타임스는 최근 종이 신문 독자와 온라인 유료 독자를 합쳐 USA투데이를 누르고 미국 2위 신문으로 올라섰다. 1위는 월스트리스저널이었다.
온라인 저널리즘 국제 심포지엄에 참가한 30여 나라 380여 명의 언론인들은 저마다 디지털 혁명 속에 위기를 맞고 있는 전통 언론의 활로 찾기에 부심한 표정이었다. 뉴스의 중심축이 신문과 방송에서 인터넷과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고, 전통 언론은 독자 감소와 광고 위축이란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2년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지난 1주일간 어떤 경로를 통해 신문을 접했는지 물었더니 PC를 통한 인터넷 57.4%,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한 인터넷 47.4%에 비해 종이 신문은 40.9%에 그쳤다.
이번 행사에서 제기된 두 가지 화두는 우리나라 언론계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이 가운데 온라인 뉴스 유료화 논쟁의 핵심은 결국 온라인 저널리즘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이냐, 즉 어떻게 살아남느냐는 문제이다. 미국에서도 온라인 뉴스 유료화가 실패작으로 판정난 언론사가 있고, 미국신문협회 짐 모로니 회장처럼 "신문 독자와 온라인 뉴스 독자는 따로 있다"며 유보적인 언론인이 있다. 텍사스 최대 일간지인 댈러스모닝뉴스 발행인인 그는 뉴욕타임스보다 3개월 앞서 이 신문의 온라인 뉴스 유료화를 시작했다.
이 때문에 '사실이 신념보다 중요하다'는 저널리즘의 원칙 아래 독자와 소통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온라인에서 넘쳐나는 99.999%의 거품을 걷어내고 0.001%의 진실을 찾아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포털사이트라는 공룡에 종속되다시피하면서 굳어진 '온라인 뉴스는 공짜'라는 통념을 깨야 한다.
디지털뉴스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