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전 경남지사. 그는 참 특이한 인물이다. 고향인 남해의 한 작은 마을에서 이장을 하다 군수가 됐고, 참여정부 때는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했다. 2010년에는 야당 출신으로서는 처음으로 경남지사에 당선됐다.
김 전 지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리틀 노무현'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형 돈키호테' 등의 별명대로 저돌성과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정치인으로서는 '한 수가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분석도 존재한다.
2012년 야권 대선후보 경선전에 뛰어들었다 낙마한 뒤 독일에 머물렀던 김 전 지사가 최근 귀국했다. 지난 8일 봉하마을에 들러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에 참배한 뒤 기자회견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18대 대선후보 경선 때문에 재임 2년 만에 지사직을 그만 둔 데 대해 경남도민들에게 사과했다. 김 전 지사는 '석고대죄(席藁待罪)'라는 표현까지 썼다. 이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거적을 깔고 엎드려 벌 주기를 기다린다'다. 그만큼 '지은 죄가 크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다는 뜻도 된다.
김 전 지사의 이런 행동을 보는 도민들의 마음은 여러 갈래일 듯하다. 진심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고,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 표몰이를 위한 쇼라고 깎아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세간의 평가야 어찌됐든 선출직 지사가 도민의 뜻과 관계없이 중도에 사퇴한 사실은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김 전 지사의 중도 사퇴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이 가운데 야권에서 가장 뼈아프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어렵게 탄생한 야권도지사 자리를 너무 쉽게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일 것이다. 경남지역 정서를 고려할 때 향후 야권 지사가 다시 나오기는 상당히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현재의 지방선거 구도에서도 야권 인사 몇 명이 출마의사를 밝혔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권 후보와는 상당한 격차가 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김 전 지사의 사퇴는 야권에 두고두고 한이 될지도 모른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경남도내 일각에서는 김 전 지사의 중도 포기같은 사례가 또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에는 여권 인사인 홍준표 지사가 공공연히 대권 도전을 거론하고 나서고 있어서다. 홍 지사는 최근 언론매체와의 대담 등을 통해 만약 재선에 성공하면 앞으로 대권을 바라보느냐는 질문에 "경남도지사가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되면 경남사람들이 얼마나 좋겠느냐"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치인이 선택할 거취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어서 이에 대해 가타부타 시비를 거는 것은 월권인지 모른다. 또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나가겠다는 것을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경남지사를 지낸 인물이 이후 큰 성공을 거둔다면 경남도민들로서도 뿌듯한 마음을 가질 것은 불문가지다.
반면 경남지사는 공인의 신분이기 때문에 도민들은 당연히 이를 지적할 권리도 있다. 도민이 우려하는 부분은 홍준표라는 개인의 선택에 대한 옳고 그름이 아닐 것이다. 여권이든 야권이든 관계없이 경남도를 위해 일을 해야 할 도지시가 마치 그 자리를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한 발판인 것 처럼 대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자존심 상한다는 것이다. 진주의료원 재개원 여부, 무상급식 확대와 관련한 예산 확보, 경남도청 서부청사 이전 등 차기 경남지사가 임기 중 다뤄야 할 일만도 부지기수인 마당에 본질과 동떨어진 사안을 언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홍 지사만 해도 이번에 당선이 된다해도 2017년 치러질 차기 대선에 참여하려면 2018년 임기 전에 지사직을 그만 둬야 한다. 업무의 연속성이 단절되는 것은 물론 경남도는 또 수장이 없이 몇 개월을 보내야 한다. 경남도민은 1995년 민선이 시작된 이후 이 같은 경험을 두 번이나 겪었다. 김혁규·김두관 전 지사가 중앙무대 진출을 바라며 자신을 선택해 준 경남도민을 중도에 버렸다.
유권자들은 '장기판의 졸'이 아니다. 경남지사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라면 경남도정부터 이야기하는 것이 순리다. 과거로부터 배우지 못하면 발전이 없다고 하지 않던가. 홍 지사 외에도 행여 다른 생각을 품은 경남지사 출마 희망자가 있다면 김 전 지사가 왜 석고대죄를 했는지 되새겨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