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시간당 열여덟 번의 거짓말을 하는 동물이다.' 생물학자 한나 홈스가 '인간생태보고서'에서 말한 내용이다. 여러 사람에게 대화를 하게 만드는 실험을 했다. 10분동안 60%가 평균 3건의 거짓말을 내뱉었단다. 고마워, 괜찮아, 문제 없어…. 입만 열면 거짓말이다. 솔직한 표정은 단 4초만 지속되고 얼굴조차 거짓 표정을 짓는다.
끝간데 없는 욕구는 도덕과는 거리가 멀다. 거위의 간이든, 소의 혓바닥이든, 원숭이의 뇌든 욕구 충족을 위해서 먹어치운다. 동식물의 씨를 말리는 동물이 곧 인간이다. 호주에 정착한 인간은 대형 동물을 멸종시켰다. 북아메리카에서는 들소, 영양 등을 싹쓸이했고 남아메리카에선 거대늘보, 아르마딜로 등을, 마다가스카르에선 여우원숭이, 코끼리새 등을 닥치는대로 포식했다.
거짓말과 약탈이 인간이라는 동물의 특성인 셈이다. 냉혹한 규정이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종교에서는 바른 생각과 말과 행동을 가르친다. 하나 그게 어디 쉽겠는가. 종교는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인류 역사는 약탈의 과정이었다.
'사람은 믿을 수 없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인사 청문회를 보면서 갖는 감회다. 누군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구태여 여기서 미주알고주알 의혹들을 나열할 생각은 없다. 해명이 충분하지 못하면 그것 자체가 흠결임은 누구나 다 안다.
오늘의 일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일을 반추해 보면 된다. 박근혜 정부 미래부 장관으로 추천된 김종훈을 한 번 보자. 그는 빈민촌에서 맨몸으로 입신했다. 벤처사를 창업한 뒤 10억 달러에 매각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가 맡은 벨연구소 소장직은 최고로 명예로운 자리다. 하나, 그는 청문회 문턱에도 못 갔다. CIA의 스파이 논란에다 IMF사태때 서울의 부동산 매입 등이 문제가 됐다.
참 딱한 노릇이다. 성장 과정에 약간의 문제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인재를 이렇게 버려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우장춘 박사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한국 농업이 어떠했을까. 그는 일본인과 결혼해 일본 농업에 헌신한 사람이다. 그의 아버지가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우범선이란 건 잘 알려진 사실. 미국 스탠퍼드대와 IBM 연구원으로 일했던 황창규와 진대제가 없었다면 오늘날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존재할까. 인재를 망가뜨리고 찌그러뜨리는 습성. 의심병만 잔뜩 들어 포용이 없는 사회.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결벽증은 새로움을 잉태하지 못한다.
총리 후보였던 안대희의 낙마도 안타까움이 있었다. 최연소 사법시험 합격, 최연소 검사를 거쳐 대법관까지 지낸 엘리트였다. 화려한 면모는 동정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지나치게 강직함도 독이었다.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차떼기당' 수사,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는 돌부리가 됐다. 변호사 개업 5개월에 16억 원을 받아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진 게 결정타였다.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뒤 낙마한 후보는 30명. 이명박 정부 12명, 박근혜 정부 10명, 노무현 정부 6명, 김대중 정부 2명이었다. 상당수는 고개를 흔들 정도였고, 몇몇은 용인 가능한 수준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좀 나아졌다고 하지만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건더기 먹은 놈이나, 국물 먹은 놈이나. 예전에 있었던 중앙인사위원회를 없앤 게 부실 검증의 원인이었다.
딱하고 딱하다. 도마에 오르면 평생의 명예가 한순간에 휙 날아가버린다. 아예 철면피 딱지가 붙어버리니 개인적으로 비극이다. 국가적으로도 대단한 손실이다. 오르는 족족 난도질해 버리니 남아돌 사람이 없다. 정권 때마다 반복되는 문제를 왜 고치지 못하는 걸까.
공화국 70년의 경험이면 이제 달라질 때도 됐다. 우선은 법절차부터 준수해야 된다. 법상 청문대상은 63명. 이 중 임명동의가 필요한 자리는 19명이다. 나머지는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이 임명 가능하다. 동의 대상이 아닌데도 임명하니, 못 하니로 벼랑끝에서 샅바싸움이 낭자하다. 이럴 바에야 법을 바꿔 임명 동의 대상을 늘리든지 대안이 필요하다.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세금탈루, 논문표절, 병역면탈 등 사례별로 세세한 규정도 필요하다. 청와대의 사전 검증이 늘 부실하니 수사기관에 의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능력 검증은 공개하고 인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문제다. 인사권만을 주장할 게 아니라 야당과의 사전 협의도 거쳐서 나쁠 게 없다.
미국의 경우 청문 대상자 1000명 중 문제가 되는 경우는 단 1%라 한다. 백악관, FBI, 국세청, 공직자윤리위가 모두 나서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인사 전 의회 지도자와 사전협의를 거친다.
언제까지 고무줄 잣대로 정치를 파탄시켜야 되겠는가. 정권이 바뀌고 두 달간 정부 구성도 못하는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정권 초기의 힘싸움은 망국병이다. 청와대도, 여야도 싸움이 아니라 대화를 해야 한다.
논설고문 aiw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