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의 미국은 새로운 지도자 탄생을 위한 산고(産故)를 겪고 있다. 여론 지지율과는 달리 트럼프의 초반 우세는 놀라웠고 중반 이후 바이든의 뒷심은 당선을 확정할 만큼 강했다. 바이든은 당선 소감에서 “미국을 전 세계가 존경하는 나라로 다시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다시 존경받는 미국으로의 여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4년간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에 자국 내 여론의 호응이 높았다는 사실을 이번 선거에서 확인했다. 상원과 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의 예상 밖 선전을 보더라도 자국의 이익을 챙겨줄 것이라고 요청하는 국내 여론이 바이든의 ‘미국의 정신을 위한 투쟁(The battle for Soul of Nation)’ 앞에서 ‘샤이’하게든 아니든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미국우선주의의 확산 여론은 원초적 문제에 대한 변화 요구로 봐야 할 것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가 4년임에도 재선으로 인한 8년의 집권에 익숙해진 모두에게 트럼프의 레임덕은 없었고, 선거 과정을 통해 절반에 이르는 민심이 더욱 결집하는 효과가 있게 한 것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당선인 바이든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가 통합이라고 볼 때 그 시작은 트럼프의 법적 공방에 대한 대응이다. 이번 선거에서 미국은 대통령 선거가 법적 논란의 소재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자존심을 구겼다.
미국의 선거인단 투표는 50개 주의 독립적인 주권을 존중해 민주주의의 가치 이념인 평등을 추구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규모가 큰 주가 대통령 선거에서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아무리 인구가 적은 주라고 하더라도 3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지역별 균형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 나타난 여러 문제점은 선거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주마다 다른 사전 투표 관련 제도에 따른 혼선과 선거인단제도는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는 기능을 못한다는 것을 드러냈다. 미국 국민의 일부는 ‘승자독식제’로 인해 눈앞에서 자신의 표를 상대 진영에 넘기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합중국을 모델로 유럽합중국을 꿈꾸는 유럽연합(EU)의 선거제도 개혁 노력을 참고할 만하다. 지난 70년의 유럽 통합의 역사를 보면 통합의 진전과 시대적 흐름에 따라 투표제도가 발전하고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유럽국가들의 유럽연합 가입에 따른 회원국 확대가 이뤄지자 회원국의 주권 존중과 지역 간 균형을 위해 단순 과반수에서 소규모 회원국의 의사를 상당 부분 반영하는 가중다수결제도 도입과 같은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 크고 작은 규모의 회원국 간 의사 반영 구조가 비교적 조화를 이루게 됐다. 유럽연합의 ‘초국가적 이념’에 의한 통합의 노력은 민주-공화의 대립으로 분열된 미국 사회에 또 다른 참고서가 될 것이다.
조선의 학자 남명 조식(曺植)은 민유수야(民猶水也) 주이시행(舟以是行) 역이시복(易以是覆), 즉 물과 같은 백성은 임금인 배를 띄울 수도 있고 엎을 수도 있다고 했다. 결국 국가의 수장(首長)은 제대로 민심을 읽고 함께 움직여야 하며 목표를 향해 때로는 속도를 내고 때로는 방향을 틀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이제 청홍(靑紅)으로 나눠진 미국을 이끌어갈 당선인 바이든은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의 극단적 대립과 개선되지 않은 선거제도로 야기된 혼란을 인식하고 극복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새로운 미국은 당분간 이번에 확인한 트럼프를 지지하는 숨은 표의 의미를 해석하고 반영하려 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바이든 시대’ 한반도 관련 정책의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대북 문제에 있어 정상 회담을 결정하는 톱다운 방식에서 실무협상 체제로 변화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국내 정부 관료와 대북 관련 전문가들의 핵심 역량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 바이든 호가 탄생하기까지 미국 대통령선거에 쏟은 우리의 관심이 새로운 대통령이 보여줄 통합의 리더십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