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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의 도시이야기] ‘15분 도시’에 대한 작은 요청

  • 강동진 경성대 교수
  •  |   입력 : 2022-02-03 19:34:59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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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도 ‘저성장’이란 용어가 익숙함을 넘어 필연의 개념이 되었다. 다소 생경했던 초고령 사회와 축소도시 이론도 우리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곳곳에서 심각한 위기감이 인지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기회라고도 한다. 왜일까? “한국 사회에서의 저성장은 성장의 속도가 정상화되는 것”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고성장 시대에 둘러보지 못했던, 또한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그래서 스스로의 성찰과 함께 포용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긍정의 틈새들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 상황 가운데 ‘15분 도시’라는 비전이자 정책이 부산에 등장했다. ‘15분 내에 문화 의료 교육 복지 휴식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도시구조로 개편하고 보행 중심의 도시로의 전환을 도모하는 계획적 방안’으로 요약된다. 몇 개, 몇% 등 양 중심의 총량적 확충이 아니라 서비스 시간을 단축시켜 도시 성능을 개선하고 질을 끌어올리려는 정책이다. 올바른 방향으로 이해된다. 핵심 화두 중 하나가 ‘복합화’이고 어린이 어르신 공원녹지 생활SOC(사회간접자본) 대중교통 노후공업단지 유휴시설 등을 대상으로 하는 세부 전략에도 공감이 간다. 또한 부산 전역을 62개 권역으로 구분한다는데, 이는 불균등한 도시서비스의 공간적 고착화를 깨기 위한 방편으로 이해된다. 이 또한 올바르다. 큰 틀에서의 공감은 충분히 간다. 그러나 궁금증이 여럿 든다. ‘15분 도시’라는 것이 도대체 부산의 미래 도시구조와 사회 변화에 있어 어떤 위상을 가지며, 그 역할이 무엇이냐에 대한 것이 첫 번째 궁금증이다. 이에 대한 의문은 62개라는 숫자와 그 권역에 들어갈 공간과 시설들에 대한 모호함에서 비롯된다. 더 나아가 엇비슷한 것들로 채워지거나 입김 센 사람들의 열망 해소책에 머물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다.

15분 도시를 알리는 홍보자료에 파리와 바르셀로나가 단골로 등장한다. 세계적인 문화예술도시인 파리와 안토니오 가우디와 연결되는 바르셀로나를 부산과 직접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두 도시를 지탱하는 경제 주체들의 양과 질의 차원이 부산과 크게 다르고, 특히 두 도시가 추구하는 15분 도시의 본질적인 지향점이 상이해 보이기 때문이다. 두 도시가 추구하는 15분 도시는 차량 교통량을 대폭 줄여 사람 중심 보행도시로의 대전환을 말하며, 기후변화시대의 위기 극복과 도시생태 공동체 조성에 방점을 찍는다.

우리의 15분 도시는 무엇을 지향하는가? 15분 도시의 핵심 연결고리는 자전거 등 녹색교통을 포함한 대중교통이다. 대중교통의 혁신적인 활성화가 15분 도시의 근간이 되어야 하는데, 작동 시스템의 대대적인 혁신은 논외로 하더라도 15분 도시를 통해 부산은 대중교통 분담률을 몇%까지 끌어올리려 하는지 매우 궁금하다. 15분 도시가 자칫 또 다른 유형의 개발계획이 되거나, 아니 그것이 결국 주인공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초를 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숫자나 겉멋에 매몰되지 말고, 15분 도시의 본질을 절대 놓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인구감소 초고령화 양극화로 대변되는 저성장 시대와 부산의 15분 도시를 연결 짓는 접근법은 관점에 따라 매우 다양할 것이다. 그럼에도 공통의 태도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자연환경이 우세한 부산의 특별한 공간구조를 존중하되 단점을 최소화시키는 방식’이 취해지면 좋을 것이다. 파리와 바르셀로나는 평지도시로 분류되니 같을 수가 없다. 부산만의 방식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이와 함께 ‘부산이 가진 힘의 원천을 살려내는 15분 도시의 추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산 강 바다로 이어지는 삼포지향의 자연성과 대대로 이어져온 시민의 역동성이 바탕에 깔려야 한다. 15분 도시를 구축해가며 이 속성이 살아나고 있는지를 철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과감히 멈추고 수정할 수 있는 유연함도 갖추어야 한다.

한편 15분 도시의 난적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보행의 연결과 소통을 잘라내는 싹쓸이식 철거 재개발, 차량 증가를 유발하는 끊임없는 도로 건설, 탄소 발생을 부추기는 각종 건설사업 등과 연관된 문제들은 도외시한 채 15분 도시를 추구한다는 것은, 아니 이 모든 것들의 어색한 공존이 지속된다면 부산의 15분 도시는 결국 또 다른 개발행위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것은 15분 도시를 즐기며 누릴 사람에 대한 고민이다. 부산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이며 국토의 끝점에 자리했음에도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처지가 된 지 오래다. 며칠 전 보도에 2021년 부산에서 20·30대 7449명, 40·50대 5365명의 순유출이 발생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그 사유의 62.5%가 직업 때문이라 한다. 15분 도시를 아무리 구축한들 경제를 이끌 주체가 사라진다면, 또 15분을 누려야 할 미래의 시민이 줄어든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미래의 부산은 수도권에 뺏기고 있는 수많은 젊은이들 중 단 2, 3%라도 매년 돌아올 수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부산의 미래 혁신을 주창하려는 15분 도시는 진정 무엇을 목표로 하며 또 바라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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