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마산 복선전철은 기존 경전선(마산~신월)에 32.7㎞ 철도(부전~진례)를 새로 깔아 부산 경남간 통행 편의를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사업이다. 2014년 첫 삽을 뜰 당시 완공 목표연도는 2020년이었다. 그러나 11년이 지났는데도 공사는 끝날 줄 모른다. 개통은 2022년으로 한차례 미뤄졌다가 2023년으로 다시 연기됐고, 지금으로선 올해 말까지라고 하던 최근 계획마저 실현 미지수다. 부산과 울산을 오가는 광역전철인 동해선의 경우 1992년 착공하려던 공사를 2003년에야 시작했고 2단계 전구간 개통에 꼬박 18년 걸렸다. 그동안 주민들은 풀풀 날리는 공사 먼지와 통행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 “만약 서울이었으면 가당키나 했겠느냐”는 푸념이 절로 나온다.
수도권을 동서남북 종횡하는 광역전철은 노선이 거미줄처럼 촘촘하다. 2023년 현재 24개 노선, 787개 역이다. 1호선은 경기 연천에서 서울을 지나 인천까지 무려 102개 역을 거친다. 서울과 춘천을 잇는 경춘선, 용인행 에버라인, 안산행 서해선까지 서울 경기 인천은 물론이고 강원까지 커버한다. 서울 노인들이 1만 원권 한 장에 무료 전철을 타고 춘천 가서 막국수를 먹거나, 온양온천에서 목욕하고 놀다 온다는 게 지어낸 말이 아니다. 광역전철은 수도권이 더 붐비고 넓어지는 주 요인인 셈이다.
안 그래도 조밀한 수도권 광역전철망에 1개 노선이 또 추가됐다. 지난 30일 부분 개통한 GTX-A 라인이다. 서울 수서에서 경기 동탄까지 32.8㎞ 구간 전철로, 80분 거리가 무려 20분으로 단축됐다. 2016년 공사를 시작해 7년 반 만에 완성했다. 공교롭게도 길이는 부전~마산 복선전철과 거의 같은데 공기는 40% 이상 짧다. 출퇴근 시간 배차간격은 평균 17분, 그 외에는 20분이다. 벌써부터 “눈 한번 붙이고 일어나니 도착했더라”는 감탄이 쏟아진다. 2028년엔 C라인이, 2030년엔 B라인이 각각 완공된다. D E F 라인도 계획되어 있다.
‘티스푼 공사’는 티스푼으로 흙을 파내는 것처럼 진행이 느릴 때 쓰는 용어다. 부산에 살다가 서울로 이사간 지인들은 하나같이 두 도시의 도시철도 공사 속도에서부터 차이점을 발견한다. 서울은 진척이 눈에 보일 정도인데 부산은 늘 그 자리라는 것이다. 부산 도시철도 1, 2호선을 연결할 하단~사상선은 고작 6.7㎞를 만드는데 9년째 공사 중이다. 수도권은 과밀 해소 명분으로 철도와 도로가 집중되고, 비수도권은 수요 경쟁에서 밀려 후순위가 되는 상황이 반복되면 그 결말이 무엇일지는 자명하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