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가 돌아왔다. 샤오미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최근 한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행사에서는 차세대 스마트폰, TV 시리즈, 올인원 무선청소기, 배터리, 무선 이어폰을 공개했다. 스마트폰이 주력인 샤오미는 국내에 별도 법인을 설립했고 조만간 오프라인 매장도 열 계획이다. 샤오미는 그동안 한국에서는 온라인, 저가 상품 위주의 판매 전략으로 틈새시장을 노렸다. 하지만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사업은 점유율 1.0%를 넘기지 못하면서 부진한 상황이었다. 샤오미는 지금 국내외 경제 불황 영향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제품에 국내 소비자가 관심을 더 기울일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역설적으로 중국 기업 샤오미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영향의 중국 제품으로 성장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화웨이를 집중적으로 제재하면서 그 반사 이익을 누렸기 때문이다. 샤오미는 중국 내수를 기반으로 함에도 민간 기업이고 중국 당국과 선을 긋는다. 샤오미는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14%(출하량)를 기록했다. 삼성전자(19%), 애플(17%)에 이은 세 번째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한 이래, 국내 소비자가 외국산 스마트폰, 특히 샤오미를 대하는 태도는 주로 두 가지다. 우선 중국산이고 보안에 문제 있어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국내 소비자가 많아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갤럭시, 애플 외에는 자리잡지 못했다. 또 다른 입장은 ‘가성비’ 좋은 제품이어서 적극적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이런 소비자는 적다. 그러나 특정 시장에서 몇몇 제품이 가격까지 결정하면 큰 문제다. 독과점의 폐해다. 국내 전자제품 시장은 이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류로 포진했고 여기에 애플이 점유율을 더욱 높이는 상황이다.
국내 회사가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국내 회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다른 나라 회사 제품을 ‘메기’로 활용하는 소비자 전략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북유럽 어부들은 어류를 대량으로 포획하고 운반할 때 메기를 풀어놓아 잡힌 어류들이 긴장한 상태로 있도록 하고 이렇게 해서 운반 과정에서 죽거나 상품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이처럼 샤오미를 활용해 소비자 선택권을 높이면 삼성전자나 애플도 가격 정책을 보다 소비자 친화적으로 하고 관련 제품 품질을 높이고 사후 지원(AS)을 더욱 강화하지 않을까. 연애 뿐만 아니라 소비자 전략도 ‘밀고 당기는’ 지혜가 필요하지 싶다.
정옥재 서울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