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 100년 넘는 30여만 그루 왕벚나무가 화려한 자태를 선보이는 진해군항제는 국내 대표 봄꽃 축제다. 만개한 벚꽃을 보려고 매년 200만 명 이상 관람객이 찾는 진해군항제가 올해로 63번째 열린다. 이충무공 추모행사와 군악대 공연, 팔도풍물시장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마련되지만 아무래도 축제의 중심은 벚꽃이다. 그런데 올해 진해군항제는 단순한 벚꽃 구경을 넘어서 지역 특색을 담은 다양한 콘텐츠 중심으로 꾸린다고 한다. 여기엔 기후변화에 따라 벚꽃 개화 시기를 종잡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반영됐다.
지난해까지 축제 시작 시점을 벚꽃 개화 예측일로 잡았는데 올해는 만개 예측일로 조정했다. 올해 축제는 만개 예정일인 다음 달 28일 개막해 4월 6일까지 10일간 열린다. 지난해 예상치 못한 꽃샘추위 여파로 3월 23일이었던 개막 첫날 벚꽃 개화율이 15%에 그친 데 따른 조처다. 당시 창원시는 애초 벚꽃이 빨리 필 것으로 전망되자 1963년 축제 시작 이후 역대 가장 이른 시기에 군항제를 시작했다. 그러나 축제가 다가올 즈음 비가 자주 내려 일사량이 부족해진 데다 낮 최고기온이 20도를 밑도는 꽃샘추위까지 겹쳐 꽃망울만 보는 벚꽃 축제가 됐다. 봄비가 내린 뒤 벚꽃이 만개했을 땐 이미 축제가 끝날 즈음이었다.
기후변화는 20세기 후반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어도 특히나 21세기 들어 그 정도가 심해졌다. 기후변화는 ‘온난화’의 추세를 보이지만 지난해처럼 추위로 봄꽃 개화 시기를 늦추는 일도 일어난다. 그런데 코로나19사태로 중단됐다가 4년 만에 개최된 2023년 진해군항제 때는 화창한 날씨로 개막 전날 개화율이 70%에 달했고 축제 초반 만개해 절정을 이루면서 오히려 개막 시기가 늦지 않느냐는 말이 나왔다.
봄꽃 축제만 그런 게 아니다. 가을철 단풍 절정 시기 예측도 어려워진 건 마찬가지다. 해마다 산림청이 내놓는 산림 단풍 예측 지도를 보면 2023년에는 지리산 세석대피소 기준 단풍나무 단풍 절정 시기가 10월 31일이었다. 지난해에는 10월 25일로 전년보다 6일 앞당겨진 예측을 내놓았다. 그런데 가뭄과 고온 현상으로 실제 단풍 나들이객이 체감하는 단풍 절정 시기는 이보다도 한참 뒤로 미뤄졌다. 또 경남수목원 등 다른 곳의 단풍 절정 예측 시기를 보면 단풍나무 참나무 은행나무 등 수종에 따라 앞당겨지거나 미뤄졌다. 이래저래 기후변화는 봄꽃이든 단풍이든 지자체 축제 시기 결정에 큰 고민거리를 안겨준 셈이다.
이진규 편집국 부국장